전국법관대표회의는 18일 국민 재판청구권과 밀접히 관계된 내용 중 하나인 '판결서 공개 범위 확대 촉구 의안'에 대한 논의를 진행한다.
최근 판결서 공개 범위 확대에 대한 논의는 활발히 이뤄졌다. 지난해 9월 사법행정자문회의는 "민사·행정·특허 미확정 판결서를 먼저 공개해 시행 경과를 지켜본 후 형사 미확정 판결서도 공개할지를 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는 의견을 냈다. 이 자문회의는 사법행정사무에 관해 대법원장 자문에 응하기 위해 대법원에 설치된 기구다.
편의성 증대 요구…판결서 보는데 1000원 말도 안돼
앞서 판결서 공개 범위 확대에 대한 요구가 거셌다. 판결서는 공개 범위가 제한돼 있고 편의성도 부족하다. 확정판결서 인터넷 열람 서비스는 법원 홈페이지를 통해 이용할 수 있지만 열람 1건당 1000원의 수수료가 부과된다. 미확정 판결서는 열람할 수도 없다.
이에 대해 헌법학자인 한상희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법 109조는 원칙적으로 재판 심리와 판결은 공개한다고 규정한다"며 "투명한 사법절차를 통해 재판 공정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판결서를 보려면 1000원을 내야하고 한 번에 열람 가능한 판결수도 5건"이라며 "사건 당사자는 1건만 보면 되지만 학술연구나 변론을 위해서는 수천·수만 건을 봐야 할 수 있어 말도 안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판결서 인터넷에 등록된 판결서는 다시 받을 때 법원 직원 개입이 없고 추가 비용도 들지 않기 때문에 수수료를 정액으로 받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한 교수는 아울러 "법원이 판결서를 시민들에게 베푼다는 생각을 가지면 안 된다"며 "당연히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법관들은 판결서 공개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이와 반대로 변호사와 시민들은 긍정적이었다.
2018년 4월 법원행정처가 전국 판사 1117명을 대상으로 한 '바람직한 판결서 공개 제도에 관한 법관 설문조사'에 따르면 판사들은 '상급심 재판이 끝나지 않은 미확정 판결서 인터넷 열람·복사가 가능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민사사건에는 70.0%, 형사사건에는 78.3%가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변호사협회가 2018년 6월 변호사 1586명에게 물어본 결과 93.7%가 판결서 공개를 지지했다는 발표와는 대조적이다. 변호사업계에서는 판결서 입수에 전관예우가 성행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형사 미확정 판결서 공개…무죄추정vs알권리
2019년에는 민사판결뿐 아니라 형사판결에서도 임의어 검색이 가능하게 됐다. 또 판결서 인터넷 열람을 개별 법원이 아니라 하나의 통합된 사이트에서 여러 법원 판결을 동시에 하나 검색어로 검색할 수 있도록 바뀌었다.
이렇듯 판결서 공개 범위를 확대하고 편의성도 조금씩 확보하고 있지만 형사 미확정 판결서 공개 등 갈길이 멀다는 의견이 있다.
판결서에는 소송 당사자 개인정보 등이 기재돼 있다. 기업사건은 영업비밀이 노출될 우려도 있다. 판사들은 이런 이유로 판결서 공개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형사 미확정 판결에 대해서는 '무죄추정 원칙' 등을 이유로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앞서 2019년 10월 '판결서 공개 확대를 위한 국회토론회'에 참여했던 송오섭 서울고등법원 판사(당시 거창지원 판사)는 "형사 미확정 판결서는 무죄추정 원칙에 반할 우려가 있고 양형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신중론이 있다"고 말했다. 독립된 법관에 의한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 한 교수는 "판결서 공개 범위 확대로 인한 부작용 해결은 법원에서 고민하고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부작용 등으로 국민 알 권리를 침해하는 것은 국민들을 아무것도 모르는 '무지렁이'로 판단해 무시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현재 형사 미확정 판결서 공개에 대한 논의도 진행되고 있다. 앞서 사법행정자문회의도 형사 미확정 판결서에 대해 공개도 고려해 봐야한다고 언급했다.
지난달 22일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소개로 판결서 공개 확대를 위한 형사소송법과 민사소송법 일부개정법률안 입법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해당 청원은 국회에 계류 중이다. 청원을 올린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판결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활성화하기 위해 대법원에서 최종 확정되지 않은 사건까지 포함한 모든 판결서를 국민 누구나 무상으로 열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