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1990년대 초부터 부동산 및 증시 거품이 꺼지면서 청년층이 극심한 취업난을 겪었다. 당시 20~30대 일본 청년들은 고등학교나 대학교를 졸업한 뒤 처우가 낮은 저임금 비정규직 일자리를 전전했다. 일부 청년들은 아예 구직 활동을 포기하고 실업자 신세가 됐다.
이러한 청년 고용 부진이 10여 년간 지속되면서 이들은 소위 '잃어버린 세대'로 전락했다. 이후 일본 사회는 청년 실업난 해결이 큰 사회적 화두가 됐다.
우리나라 청년들도 고용 절벽이 심화되면서 일본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 13일 발표한 ‘2020년 12월 및 연간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5∼29세 청년층 실업률은 9.0%로 2018년(9.5%) 이후 2년 만에 다시 9%대로 올라섰다. 특히 청년층 체감실업률은 26.0%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체감실업률은 기존 실업률이 노동시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에 따라 통계청이 잠재경제활동인구를 넣어 계산한 고용보조지표를 말한다.
경제 활동에서 이탈한 비경제활동인구 중 ‘쉬었음’ 인구에서도 연령계층별로 보면 청년층의 증가 폭이 컸다. 지난해 12월 기준 20대는 증가 폭이 11만9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35.1%, 30대는 5만5000명으로 25.0% 각각 증가했다.
청년들 대부분은 그냥 쉰 이유로 재학, 수강 등을 꼽았다. 취업난에 대학 졸업을 미루거나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청년들이 많았던 것도 이유지만 양질의 일자리가 없어 아예 구직 활동을 하지 않았던 청년들이 많았던 점도 주목할 일이다.
문제는 청년들이 기술과 지식, 경험 등을 축적하지 못한 채 나이가 들면 경쟁력이 떨어져 저임금의 질 낮은 일자리에 머물거나 잦은 실업을 겪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이는 미래에 국가 경쟁력을 깎아내릴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조영무 연구위원은 "정부는 인턴 등 단기 청년 일자리 보다 민간 기업에 인센티브를 줘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유도하는 지원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