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공매도 재개 놓고 말바꾸는 정치권…관치 넘은 정치금융 논란

2021-01-14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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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환 금융시장부 기자

[데일리동방] 정부가 금융을 지배하는 것을 ‘관치금융’이라고 부른다. 관치금융은 부작용이 많은데, 정경유착으로 인한 금융정책 간섭이 금융업 전반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게 된다. 이 때문에 정부는 과거부터 지속적으로 금융사들을 민영화하고, 시장경제원리에 입각한 금융정책을 펼치려고 부단히 노력해 왔다.

하지만 최근 공매도 재개를 둘러싼 논란을 살펴보면 관치금융을 넘어서서 정치권의 입김이 거세지는 ‘정치금융’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도 든다. 여러 국회의원들이 이미 결정된 사안에 대해 갑작스럽게 반대 의견을 표하며 어깃장을 놓고 있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공매도가 불공정과 제도적 부실함을 바로잡지 못한 채로 재개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으며,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도 “무책임한 공매도 재개는 주식시장의 건전성과 개인 투자자 보호에 손을 떼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문제는 공매도 재개에 대한 문제는 정치권에서도 이미 합의를 봤다는데 있다. 국회가 공개한 정무위 제1소위원회 회의록에 따르면 지난달 2일 여야 정무위 소속 의원들은 공매도를 재개하기로 이견 없이 합의했다. 여야의원들은 3월 공매도 재개 방침을 결정하고 이에 대한 제도개선을 위한 법안 개정도 세부적으로 결정했다.

하지만 코스피와 코스닥이 역대급 상승장을 보이고, 개인투자자들이 격렬히 반대하자 국회는 갑자기 의견을 바꿨다. 공매도가 재개되면서 시장이 조정 국면에 진입했을 때 개인투자자들의 원성이 두렵기 때문이다.

특히 4월에는 보궐선거가 진행된다. 공매도가 선거보다 앞서 재개된다면 표심에 영향을 받을 것이란 우려에 입장을 번복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국회가 개인투자자들의 원성을 받을수 없으니 결국 금융당국에 화살을 돌리겠다는 의도다.

공매도는 부작용도 있지만, 지금같이 시장이 과열된 상황에서는 순기능도 작용한다. 주가 거품을 제거하고, 적정한 주가를 제시해주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위험지표인 코스피 변동성지수(VKOSPI)는 작년 말(12월 30일) 22.09였지만 1월12일에는 45.65를 기록하는 등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지난해 말 종가 기준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코스피 시가총액 비율은 104.2%로 사상 처음으로 GDP 규모를 추월했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는 속담도 있다. 불법 공매도에 대한 우려 때문에 공매도를 금지시킨다면, 나중에 증시 거품 붕괴가 본격화될 때 훨씬 더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

금융당국은 개인투자자들이 제기하는 공매도의 문제를 수정하려고 제도 개선안을 선보였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으려고 개인들의 공매도 참여를 늘리는 ‘K-대주시스템’을 구축하고 무차입 공매도 등 불법행위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였다.

문제가 생기면 해당 문제를 해결해야한다. 공매도의 불법 행위 우려로 공매도 자체를 전면 제한하는 것은 어금니가 아프니 이를 전부 다 뽑아야 한다는 논리다. 관치금융으로 얼룩졌던 과거를 청산하고 나아가야할 우리나라 금융이 또다시 정치금융으로 오염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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