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서 스페셜 칼럼] 한국증시, 카나리아가 운다

2021-01-14 19:12
  • 글자크기 설정

[전병서 교수]


코로나와 정부의 헛발질이 만든 자산 대폭등의 시대

코로나가 경기최악, 투자최악을 만들었다. 경기악화로 투자자금수요는 최악이지만 정부는 코로나 잡는 대신 천문학적 돈을 풀어 돈값이 똥값 되었다. 돈의 값인 금리는 제로에서 이젠 마이너스로 가고 있다. 이론상 자산가격은 미래현금흐름을 금리로 할인한 것인데 분모가 0도 아니고 마이너스로 가고 있으니 주식, 부동산 등의 자산가격이 끝없이 오르고 있다. 2000년 만에 전 세계가 동시에 금리가 제로로 들어가는 초유의 길로 들어섰기 때문이다.
물은 낮은 데로 흐르지만 돈은 높은 데로 흐른다. 성장률이 낮은 데서 높은 데로, 수익률이 낮은 데서 높은 데로 간다. 마이너스 금리인 선진국에서 신흥국으로, 은행예금에서 주식과 부동산으로 몰려가고 있다. 실물경제는 마이너스 성장이고 깊은 불황에서 헤어날 조짐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돈은 금융시장 안에서 회전하는 머니게임을 할 수밖에 없다. 연간 50만대 전기자동차를 겨우 파는 테슬라의 시가총액이 내연자동차를 파는 세계 10대 자동차기업의 시총을 합한 것보다 더 커졌다. 월 6000대 전기차를 파는 중국의 전기차회사 니오의 시총은 중국 모든 자동차회사들의 시총보다 더 크다.

그런데도 갈길 잃은 자금은 계속 금융시장으로 몰리고 금융시장의 판돈 돌리는 속도는 더 빨라지고 있다. 코로나가 만든 방역 양극화, 정보 양극화, 소득 양극화가 경기사이클의 변화와 투자패턴의 치명적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이름 그대로 투자가 아닌 투기게임이다. 투자와 투기는 글자 한자 차이고 내가 하면 투자, 남이 하면 투기다. 못 먹으면 바보 되는 게임에서 초보자들이 대거 뛰어들고 있다. 한국증시에서 동학개미가 723만명이 새로 계좌를 텄고 그 규모는 2019년의 세 배가 넘는다고 한다.

개미가 세상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제로금리가 경제와 사회 그리고 세상을 뒤집어 놓고 있고 노년층과 청년층의 재테크 지도를 바꾸어 놓았다. 한국만 그런 것이 아니라 이는 세계적 현상이다. 한국에는 동학개미, 미국에는 로빈훗, 중국에는 부추들이 등장했다. 중국은 지금 한달에 150만개씩 신규계좌가 늘고 1억7000만명이 주식투자를 한다.

증시는 경기회복이 무섭다

가격이 오르면 주식매수 장광설이 넘쳐나고 장밋빛 꿈을 얘기하지만 추락하면 흉흉한 뉴스와 지옥까지 떨어질 것 같은 공포가 난무한다. 지금 증시는 아이러니지만 경기회복이 두렵다. V, U, L자도 아닌 “K자” 경기회복에 계단 아래로 가는 업종은 철저하게 외면하고 계단 위로 가는 업종은 닥치고 사 들어가는 코로나 장세는 결국 코로나가 멈출 때 꺼진다. 백신이 제 역할 하고, 경기가 살아나고, 금리가 제 기능하는 순간 하늘 끝까지 올라간 '잭'이 콩나무에서 추락할 일만 남는다.

증시에는 10년에 한 번씩, “아는 게 병이고 경험이 독”이 되는 때가 있다. 대세상승 버블장세에서는 수많은 내로라 하는 펀드 매니저와 전략가가 죽어 나간다. 초저금리 초과 유동성이 만드는 대세상승기에 그간의 경험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약세 전망을 하다가 수익률이 왕이자 칼인 시장에서 어명을 어기다 칼 맞아 퇴출된다.

뭐든 뒷북치면 죽는다. 특히 주식시장이 심하다. “떨어지는 칼날은 받지 마라”는 증시 속언이 있다. 상투를 먼저 부르다가 팔면 바보되기도 하지만 끝까지 먹겠다고 상투까지 따라가다 보면 결국 망한다.

모든 이가 코로나 조기종식, 경기회복을 원하지만 이런 버블장에서는 코로나 종식이 금융시장에 독이다. 버블의 끝은 금융에 머물던 돈이 실물로 빠져나가기 시작하면서 둑 터진 댐의 현상과 함께 나타난다. 올라가면 개미떼처럼 몰려들지만 속락하면 개미새끼 한 마리 없는 것이 금융시장이다.

올라갈 때 그렇게 많던 전문가와 전략가는 속락하면 아무도 없다. 금융에는 “나쁜 소식을 가지고 오는 사신은 죽여라”는 말이 있다. 누구나 돈 잃고 속 안 쓰린 사람 없다. 그래서 폭등하는 시장에 부정적인 의견이나 반대의견 내면 여론몰이 댓글 폭탄으로 죽인다. 금융회사도 매일 떼돈 버는 상황에서 찬물 붓는 전략가는 역적일 뿐이다. 그래서 강세장에는 모든 금융회사에는 용비어천가만 부르는 낙관론자만 살아 남는다.

상승장에는 수많은 족집게 전문가가 등장하지만 하락장에는 단 한 명의 전문가가 없다. 비관론자는 강세장에서 모두 죽어 나갔기 때문이다. 주가가 폭락하면 숨죽이고 엎드린 상승예측 전문가만 살아 남아 다시 10년 뒤를 기약한다. 그래서 증시에는 상승예측 전문가만 있고 하락예측 전문가는 없다.

증시를 경고하는 카나리아 새가 있다

미친듯이 올라가는 황소장에 카나리아 새가 있다. 파리 날리던 증권사 객장에 장바구니 아줌마가 등장하면 7부능선이다. 그리고 노 리스크로 돈 먹는다는 소문에 공모주 청약에 천문학적 돈이 몰리면 8부능선이다. 금융과 거리가 있어 보이는 택시기사, 미화원 같은 직종에 종사하시는 분들까지 주식 물어 보면 9부능선이다.

이번 코로나 버블 상승장세는 결국 결자해지다. 코로나 백신의 본격 공급시기가 아이러니지만 버블장을 세우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있다. 다음은 실물경기 상승 시그널이 나오면 경고이고, 경기 좋다고 금융당국이 금리인상 검토하면 10년에 한 번 오는 버블의 장은 사그라든다.

코로나 백신은 빨라야 상반기 접종이고, 실물경기가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상승하는 단계”는 빠르면 하반기이고 경기회복 빠른 나라도 통화긴축은 찬바람 불 때 나올 것 같다.

밀물에 그물 쳐서 잡은 고기를 썰물에 다 털리는 것은 결국 나의 탐욕 때문이다. 욕심이 발목 잡는 덫이다. 돈은 불과 같아서 잘 관리하면 편리하고 유용하지만 잘못 관리하면 집을 태우고 사람도 태운다. 밥할 때 불은 켤 때가 있고 꺼야 할 때가 있다. 너무 오래 과열되면, 밥을 태우고 부엌을 태우고 집도 태우는 수가 있다.

소의 해의 투자, 소처럼 신중하게 걷지만 눈은 호랑이처럼 날쌔야 돈 먹는다. 투자는 정보력, 실력, 안목과 용기의 종합예술이다. 그리고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운이다. 10년에 한 번 오는 황소장에 대운이 들어 밀물이 올 때 그물 치면 큰 고기 잡는다. 그러나 밀물은 요란스럽게 오지만 썰물은 순식간에 소리 없이 빠지기 때문에 사고가 잘 난다. 10년 만에 한 번 오는 대세상승 버블장 즐기되 너무 길게 탐하지는 않는 것이 답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