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한국섬유산업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패션시장 추정 규모는 40조8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 역성장했다. 그러나 온라인상 의류 소비는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의복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1조812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 늘었다.
의류·화장품은 전통적으로 오프라인에서 입어 보고, 써본 뒤 소비하는 행태가 강했다. 그러나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핵심 소비자층으로 떠오르며 변화가 시작됐다. 여기에 지난해 코로나19가 확산하며 온라인화에 속도가 붙었다. 가두 매장에서 제품을 체험하고 구매하기보다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에 접속해 사는 것이 익숙해진 것이다.
지난해 패션 업계는 사상 최악의 보릿고개를 넘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지난해 6월 빈폴스포츠 중단 계획을 밝혔다. 이랜드그룹은 여성복 사업부 매각에 나서는 등 자구책 마련에 들어갔다. 쇼핑 1번지 명동도 텅 비었다. 에이치엔엠(H&M), 후아유, 에이랜드, 유니클로 등 굵직한 브랜드들이 매장 철수 결정을 내린 것이다.
대표적인 온라인 편집숍 무신사의 2013년 거래액은 100억원에 불과했다. 그러나 2019년 9000억원 규모까지 성장했고, 지난해는 1조원을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W컨셉은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7% 성장했다.
패션 대기업도 앞다퉈 온라인 몰 키우기에 나섰다. 한섬의 자사몰 '더한섬닷컴'의 작년 1~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7% 증가한 1250억원을 기록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지난해 자사몰 '에스아이빌리지(S.I.VILLAGE)'의 누적 매출이 10개월 만에 연간 매출 목표인 1000억원을 조기 돌파했다고 밝혔다.
삼성패션연구소는 "패션 유통의 축이 온라인으로 기운 가운데, 디지털 커머스가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온라인 구매를 망설이게 하는 여러 가지 장벽을 완화시킬 수 있는 기술적 서비스의 개발로 온라인 채널의 성장은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뷰티 업계 또한 코로나19 타격이 크다. 마스크 착용이 일상이 되고, 외출을 꺼리는 탓이다. 국내 대표 뷰티 기업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49% 감소할 정도다. 근속 만 15년 차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기도 했다.
이에 온라인에서 탈출구를 찾고 있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은 신년사에서 올해 실천 목표로 브랜드력 강화, 사업 체질 개선과 함께 디지털 대전환을 강조했다.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은 "MZ세대에 익숙한 라이브커머스의 실행력을 강화하고 디지털마케팅 역량을 키워나가는 동시에, 디지털화도 착실히 준비해 고객 가치 극대화와 업무 방식 고도화를 이뤄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라이브커머스에 주목하고 있다. 라이브커머스는 인터넷에서 실시간 방송을 진행하며 제품을 판매하는 형태의 판매 채널이다. 유튜브와 넷플릭스 등 모바일·영상 플랫폼에 익숙한 MZ세대의 선호도가 높다. 지난해 11월 중국 광군제 기간 라이브커머스 효과로 LG생활건강의 6개 화장품 브랜드 매출은 전년 대비 174%, 아모레퍼시픽 매출은 약 100% 신장하는 기록을 세웠다.
박은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상반기 전 세계 화장품 시장은 13% 감소한 반면 이커머스 채널은 33% 성장해 기여도가 급증했다"며 "이커머스 플랫폼의 자체 성장과 동시에 소비자와 상호 소통 가능한 라이브 방송 등 플랫폼 출현으로 성장이 가속화하고 있다. 라이브 방송을 통한 판매는 구매 전환율이 높아 마케팅 효율 향상에 기여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