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정인이법'이 달갑지 않은 아동학대 전문 변호사, 왜?

2021-01-08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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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SBS방송화면캡처 & 김예원 변호사 SNS]


16개월인 정인이가 입양된 후 끔찍한 학대로 사망하자 국회의원들은 일명 '정인이법'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아동학대 전문 변호사는 오히려 달갑지 않다는 입장이다. 

아동·청소년 범죄 피해자를 위해 활동해온 김예원 변호사는 SBS 뉴스를 통해 "갑작스럽게 제출된 법안들이 오히려 문제를 악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가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한 부분은 '형량 강화'와 '즉시 분리'다.

그는 "형량 강화의 취지는 이해한다. 그런데 그런다고 가해자들이 세게 처벌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불기소되는 경우가 늘고, 기소된다고 하더라도 무죄율이 높아진다면 제대로 된 방향이 아닌 것이다. 그런데 형량 강화는 정확히 그렇게 되는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법정형 상한은 이미 학대치사의 경우 무기징역까지도 있다. 문제는 법정형 하한선이다. 하한을 높여버리면 기소되는 피고인들은 정말 인생을 걸겠다는 마음가짐이 된다"며 오히려 가해자 처벌에 독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도 그럴 것이 정인이 사건도 물증이 없다는 말이 나온다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아동학대 사건의 가장 큰 문제는 물증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경찰은 '아동 보호 전문기관 말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는 말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법정형이 높은 사건을 심리하는 판사들은 형량이 높은 만큼 그 정도의 죄를 인정할 수 있는 정도의 강한 증거를 요구한다고도 말했다. 그렇다 보니 확실하지 않으면 기소를 꺼리는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

이런 이유 때문에 김 변호사는 형량 강화에 더욱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해자에 대한 엄벌을 줄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김 변호사는 "법정형의 형량을 강화할 게 아니라 대법원 양형위원회에서 양형 기준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게 우려에 맞는 해법이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즉시 분리'에 대해서도 무턱대고 분리하기에는 학대 피해 아동 쉼터가 포화 상태라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보건복지부에서 운영하는 아동 쉼터 전체 정원은 1000명인데, 이 중에서도 상시적으로 살고 있는 아이는 300~400명이라 TO는 600~700명밖에 안된다. 그런데 재학대 신고 건수는 2500명이니 (분리된 아이들이) 갈 곳이 없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2회 신고 시 즉시 분리' 개념도 애매하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현장에서 나오는 말이 이 개념에 대해 '그런 아동 보호 전문기관에 1회 신고 들어오고, 경찰에 1회 신고 들어오면 2회 신고냐 아니냐'라는 말이 나온다. 이러려고 만든 제도가 아니지 않느냐"라고 말했다. 

즉, 쉼터가 턱 없이 부족하며 기계적 분리 때문에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악용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이미 자신의 페이스북에 문제점을 지적하는 글을 올렸다. 

SNS 말미에는 "국회의원님들 더 자세한 이야기 듣고 싶으시면 국회로 그냥 저를 부르세요. 제가 아는 거 다 말씀드릴 테니 제발 진정하시고 이런 식의 입법은 멈춰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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