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 중심 자처' 법무부, 난민법은 후퇴

2021-01-06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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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 재신청 절차 강화 추진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지난해 12월 29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2021년 신년 특별사면’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법무부가 난민 재신청 절차를 강화하는 난민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면서, 문재인 정부 인권 중심 기조에 후퇴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 3일 중대 사정 변경 없이 난민 신청을 반복할 경우 난민 신청 자격을 인정하지 않을 수 있으며, 이의신청·행정심판도 제한하도록 하는 난민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입법 예고한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그동안 신청 횟수에 제한이 없는 점 등을 악용해 온 사례를 주목했다. 그러면서 난민 재신청 절차를 체류 연장이나 취업 목적으로 남용한다는 지적을 이유로 들고 있다.

구체적으로 난민 신청 사유가 난민법상 명확하지 않을 경우, 불인정 결정을 내리고 이의신청을 해도 2개월 이내 심의·의결하기로 했다. 또 심의과정 신속성을 위해 난민위원회 위원을 15명에서 50명까지 늘린다.

그러나 난민 신청자가 지난해 1~9월 난민 신청자가 6088명에 인정자는 42명에 그친 점을 고려하면, 인권 측면에서 현 정부가 오히려 후퇴한 정책을 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기존 인정자가 적은 상황에서, 오히려 관행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해 난민들을 신속하게 추방하려 한다는 지적이다.

시민단체 난민인권네트워크·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등은 "우리나라 난민법은 아시아 최초 독립된 난민협약 이행법률이라고 자부해왔던 인권법"이라며 "법무부가 입법 예고한 개정안은 그나마 존재했던 난민법 근간을 흔들어 형식화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이번 안과 비슷한 개정안에 대해 입법 반대 의견을 낸 점을 들어 크게 반발했다. 

정치권에서도 비판 목소리가 나왔다. 정의당은 해당 발표 직후 브리핑을 통해 "난민도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절차적 권리와 사회 정착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입장을 냈다. 

일각에서는 법무부뿐만 아니라 국회 역시 난민 문제에 대해 큰 관심이 있는지 모르겠다는 입장이다. 2018년 이른바 '제주 예멘 난민 사태'에서, 일부 난민 가운데 브로커가 개입돼 가짜 난민 이슈가 주목될 당시 국회 반응 때문이다.

당시 국회에서는 난민 문제 관련 별다른 법안이 나오지 않다가 해당 사태 부각 이후 난민 관련 보수적인 법안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해당 개정안 추진을 하는 것도 비판을 받고 있다. 인권 문제에 관심을 쏟는다는 법무부가 정작 난민 이슈에 대해 숙고없이 급하게 추진한다는 지적이다. 

법무법인 바른(공익사단법인 정) 송윤정 변호사는 "워낙 (법무부에) 내부적인 현안이 많고, (난민 문제가) 중심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다"라면서도 "이런 상황에서 현행보다 위축된 개정안을 낸다는 것 자체가 상당히 조심스러웠어야 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난민신청인들 가운데는 박해를 피해 탈출하는 과정에서 허위문서 사용이나 불법 입국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있고, 당사자도 관련 서류가 허위인지 모르고 제출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허위진술이나 허위 문서 제출 판단은 (법안에) 정확한 기준이 제시돼야 하고, 자체로 난민불인정사유가 돼서는 안되며 전체 정황과 함께 고려돼야 한다"고 풀어냈다.

아울러 "(그러나) 개정안은 결국 빠르게 심사를 해서 '가짜 난민'을 거르겠다는 취지인데, 오히려 첫 심사가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여러 목소리가 나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며 다음 달 6일 입법 예고 기간까지 의견을 청취해 조정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입장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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