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 여파로 한국 내 동결된 자금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구매에 사용하는 방안에 대해 한국 정부와 협의 중이다.
정부는 미국으로부터 이런 자금 활용 방식을 승인받았지만, 이란이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은 환전 과정에서 미국 제재로 인한 자금 재동결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당국자는 "이에 대해 미국 재무부로부터 특별승인을 받았고, 특별승인에 따라 코백스 퍼실리티에 대금을 지불하려고 했다"면서 "송금 과정에서 미국 달러화로 바꾸면 미국 은행으로 돈이 들어가는데 이 과정에서 미국 정부가 혹시 이 돈을 어떻게 할지 하는 우려 때문에 이란이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코백스 퍼실리티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주도하고 감염병혁신연합(CEPI), 세계백신면역연합(Gavi) 등이 참여하는 백신 공동구매 및 배분 메커니즘으로, 코로나19 백신의 공평한 접근을 목표로 한다.
이란은 한국 내 은행에 원화로 예치된 자금을 코백스 퍼실리티에 송금하려면 미국 은행에서 달러화로 우선 환전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자금이 재압류될 가능성을 이란 측이 우려하는 상황이라고 외교부는 설명했다.
앞서 미국은 지난 2018년 5월 이란과의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탈퇴한 후 대이란 제재를 복원했고, 한국 역시 '세컨더리 보이콧(2차적 제재)' 등을 우려, 제재를 이행하고 있다.
이후 한국과 이란 간 교역은 사실상 중단됐고 한국의 우리은행과 IBK기업은행에 이란중앙은행 명의로 개설된 원화 계좌 역시 동결됐다.
이에 따라 이란 정부가 한국에 원유를 수출하고 받은 원화 대금 약 70억 달러(약 7조6000억원)를 사용하지 못하게 되자 한국 정부에 계좌 동결 해제를 계속해서 촉구해왔다.
이 가운데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이 최근 이란 방문 일정을 조율해왔고 선박 억류 사건까지 잇달아 발생하자 외교가에서는 이란이 한국에 원유수출대금 지불을 압박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분석이 뒤따랐다.
다만 이란 측은 이런 추측에 대해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란 측에 '선박 억류와 원화자금 문제를 연계해서 협상, 합의하자는 의도가 있느냐'고 물었는데, '그건 절대 아니다'라는 1차적 대답이 있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