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신축년(辛丑年), 흰 소띠의 해를 맞아 건설업계 소띠 최고경영자(CEO)들이 '황소경영'의 힘찬 발걸음을 준비하고 있다. 소는 예로부터 힘든 일도 묵묵하게 해내는 우직함과 끈기, 꾸준함, 자기희생의 정신을 상징한다. 소띠 CEO들도 코로나19라는 위기 끝에 올 도약의 기회를 위해 올해 눈부신 활약을 준비하고 있다.
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소띠 CEO는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 배원복 DL(대림산업) 부회장, 김상열 호반그룹 회장, 한성희 포스코건설 사장 등이 거론된다. 배원복 부회장과 김상열 회장, 한성희 사장은 1961년생 동갑이다. 정몽규 회장은 1962년 1월생이지만 음력으로 소띠다. 특히 1961년생 소띠 CEO가 주목받는 이유는 올해가 상서로운 기운이 더 강한 '흰 소의 해'이기 때문이다. 흰색 소는 예로부터 동물이라기보다는 신에 가까운 영물로 대접받고 있는데, 올해는 그 기운이 다른 일반적인 소띠의 해보다 더 강한 것으로 해석된다.
배 부회장은 올해 디벨로퍼 도약과 함께 지주사 체제로 개편한 DL의 기업지배구조를 확립해야 할 리더로 적합하다는 평가다. 대림산업은 지난해 코로나19라는 대외악재 속에서도 건설사 가운데 유일하게 영업이익을 10% 이상 늘렸고, 신규수주액도 전년 동기 대비 119% 늘린 6조8425억원을 기록했다. 이 과정에서 배 부회장의 친근하고 우직한 리더십이 빛을 발휘했다는 게 직원들의 얘기다.
지주사 전환과 사명변경, 사옥이전 등 굵직한 과제를 잡음 없이 해냈다는 점도 시장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지주회사 전환과정에서 발생하는 세금문제도 세법개정 전에 끝냈고, 디엘의 분할에 따라 석유화학에 가려 저평가됐던 대림산업도 재평가 받을 것"이라며 "해외시장과 신사업 진출을 고려해 사명을 변경한 것도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정몽규 회장은 올해 HDC그룹의 새 먹거리를 찾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정 회장은 평소 "새로운 시각으로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한다"면서 그룹 전반의 경영체질 개선을 주문해왔다. 실제 HDC그룹은 건설뿐 아니라 호텔, 리조트, 면세점, 에너지, 물류, 교통 등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있다.
정 회장은 리츠를 활용한 금융플랫폼을 통해 종합 부동산금융 그룹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실제 이 회사는 올해의 사자성어로 '비도진세(備跳進世, 도약할 준비를 하고 세상으로 힘차게 나아감)'를 제시했다. 아울러 용현학익 도시개발사업, 인천신항 배후단지 개발사업 등 산적한 프로젝트 완수와 지난해 매각이 무산된 아시아나항공과의 계약금 반환 소송을 마무리하는 현실적인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김상열 호반그룹 회장도 1961년생으로 소띠 CEO다. 다만 그는 최근 호반건설 대표이사 직함을 내려놓고 경영 후선으로 물러났다. 올해에는 그룹 신사업이나 인수·합병(M&A) 최종 의사결정에만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때문에 김 회장은 최근 현대건설 출신의 김선규 전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사장을 그룹 총괄회장으로 선임하고, 대우건설·대림산업 등 1군 건설사 출신 전문가들을 대거 영입했다.
호반건설은 택지개발을 통한 주택공급 중심의 사업포트폴리오에서 벗어나 레저, 금융투자업 등 사업 다각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김 회장은 1989년 설립한 호남의 작은 건설사였던 호반건설을 재계 44위의 그룹사로 일궈냈다. 그는 평소 직원들에게 "기존의 방식을 버리고 과감하게 변해야 한다"는 혁신 리더십을 전파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은 앞으로 예정된 호반그룹 기업공개(IPO) 준비에 집중할 것으로 풀이된다.
한성희 포스코건설 사장도 올해 활약이 기대되는 CEO다. 한 사장은 올해 경영화두로 사업경쟁력 혁신, 프로젝트 중심 조직문화, 안전경영, 친환경 등 4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한 사장은 "건축은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하고, 친환경사업 투자를 늘려 비즈니스 모델을 고도화하겠다"면서 "인적 경쟁력 강화와 현장과 영업을 우대하는 현장경영을 통해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