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은 새로운 리더를 중심으로 하는 세대교체를 단행하며 새해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뉴 삼성’을 구축 중인 삼성은 한층 젊어진 경영진을 전진 배치해 기술력 초격차를 유지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이 부회장의 기술력 초격차 의지가 강한 만큼 새롭게 기용된 반도체 부문의 이정배 메모리사업부장(사장)과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정의선 시대가 도래한 현대차그룹은 미래 신사업에 무게를 뒀다. 지난해 하반기 조직개편 당시 신규 임원 승진자 중 약 30%를 미래 신사업·신기술·연구개발(R&D) 부문에서 기용하면서 UAM(도심항공모빌리티), 자율주행, 수소연료전지, 로보틱스 등 분야에서 미래차 패러다임 변화를 선도하겠다는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기존 내연기관 사업부문에서는 중형 세단 '더 뉴 G70',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GV70' 등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 신차 라인업을 강화하고, 현대차의 준중형 세단 '엘란트라', 준중형 SUV '투싼', 중형 SUV '더 뉴 싼타페'의 글로벌 출시로 신차 사이클을 지속한다. 기아차는 코로나19 유행에 맞춘 비대면 판촉·마케팅 활동을 더욱 강화하고, 지역별로 판매량이 높았던 차량의 선택지를 넓히는 등의 판매 모멘텀을 유지할 계획이다.
SK그룹과 LG는 ‘안정 속 혁신’을 추구한다. 올해는 최연소 나이로 사장에 오른 추형욱 SK E&S 사장을 중심으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수소사업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추 사장이 인수·합병(M&A) 경력이 풍부한 만큼, 수소사업과 관련한 대규모 M&A도 기대할 수 있다.
사장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한 박정호 SK텔레콤·SK하이닉스 부회장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맞춰 올해 추진해야 할 SK텔레콤 중간지주사 전환 작업을 이끌며 조직 안정화에 힘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코로나19 등으로 인해 올해도 경영여건이 녹록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 이에 대한 대응과 기회 모색을 2021년 경영전략으로 내놨다.
대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석유화학 고부가제품, 전지, 5G 등 주력사업의 고객 기반 및 제품 포트폴리오를 더욱 공고히 하는 등 목표 달성에 필요한 실행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데이터와 디지털 전환(DX)을 활용해 사업 역량을 높이고 비즈니스 모델 발굴을 강화하는 등 DX 추진을 가속화하기로 했다.
LG화학에서 분사한 배터리 법인 LG에너지솔루션에도 주목해야 한다. 올해 상장을 목표로 하는 LG에너지솔루션은 우선 조직 안정화 작업에 주력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차세대 배터리 개발, 생산설비 확대 등을 위한 대대적인 투자에도 적극 나서기로 했다.
재계 관계자는 "주요 그룹들의 리더가 바뀐 상황에서 2021년은 지난해에 이어 중요한 시험무대가 됐다"며 "모두의 이목이 새로운 리더의 성과에 집중되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