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악화일로를 걸은 국내 기업들에 2021년 역시 쉽지 않은 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공정경제3법(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 및 금융복합기업집단감독법 제정안)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안(노조법 개정안),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 3법(고용보험법·산재보험법·징수법 개정안) 등 일명 반기업법으로 불리는 법안들이 대거 시행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회가 통과시킨 공정경제 3법과 특고3법, 노조법 개정안 등이 올해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특히, 상법 개정안은 정부에 이송되고 15일 이내 공포 후 시행되는 만큼, 기업들은 당장 코앞으로 다가온 주주총회를 대비해야 한다.
상법 개정안의 핵심은 상장사가 주주총회 시 감사위원을 이전처럼 이사 중에서 선출할 수 없고, 분리 선출해야 하는 것이다. 최대 주주와 특수 관계인의 합산 의결권은 3%로 제한된다.
소수 주주권 행사 시 주식 의무보유기간은 현행 6개월로 유지됐으나, 다중대표소송의 경우 원고의 자격을 비상장사는 현행 1%를 유지하되, 상장사는 현행 0.01%에서 0.5%로 강화됐다.
이에 따라 재계는 감사위원 선출과 함께 외국계 투기세력이나 경쟁사 등 적대세력으로부터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한 방법을 단기간에 마련해야 한다.
제정 이후 40년 만에 개정된 공정거래법은 올 연말부터 규제 사각지대에 있던 기업들을 정조준할 전망이다.
앞서 정부는 사회적 피해가 큰 가격·입찰 담합(경성담합)에 한해서는 공정위만이 고발할 수 있고 공정위의 고발이 있어야만 검찰이 수사할 수 있는 '전속고발권'을 폐지키로 했으나, 기업의 반발에 따라 이를 유지키로 결정했다.
그러나 법 위반 억지력을 높이는 차원에서 과징금을 2배로 늘렸다. 개정안에 따르면 담합에 대한 과징금은 관련 매출액의 10%에서 20%로, 시장지배력 남용행위는 3%에서 6%로, 불공정거래행위는 2%에서 4%로 각각 상향 조정된다.
공정위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대상도 늘어날 전망이다.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 기준은 현행 총수일가 지분 상장 30%·비상장 20% 이상에서 상장·비상장사 모두 20%로 일원화하고, 이들 기업이 지분 50%를 넘게 보유한 자회사도 규제 범위에 들어간다.
이에 따라 총수일가가 지분 20~30%를 보유한 현대글로비스, LG, KCC건설, 코리아오토글라스, 태영건설 등이 올해부터는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 공정위에 따르면 총수일가 지분율이 20∼30%인 회사의 내부거래 규모는 지난해 800억원에 달했다. 규제범위에 속해 있는 회사(500억원)의 1.5배 수준이다.
또 신규 지주회사의 경우 자·손자회사의 지분율 요건이 상장사는 20%에서 30%, 비상장사는 40%에서 50%로 상향되며, 대기업집단 공익법인 계열사에 대한 의결권 행사는 원칙적으로 금지하되, 상장회사는 특수관계인 합산 15%까지만 예외적으로 허용해 경영권 '꼼수 승계'도 막는다.
◆巨與 폭주에 기업 3곳 중 2곳 '투자·채용 축소'
기업결합(M&A) 신고 기준도 확대된다. 기존에는 기업 한쪽의 자산총액 또는 매출액이 3000억원 이상이며 다른 한쪽이 300억원 이상일 경우에만 신고하면 됐으나, 앞으로는 이런 기준에 미달해도 인수금액이 일정 수준 이상이라면 공정위에 M&A를 신고해 심사를 거쳐야 한다. 세부금액 등은 공정위가 시행령을 통해 고지할 예정이다.
대기업 지주회사의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보유 허용 내용도 공정거래법에 포함됐다. 벤처 지주회사를 일반지주회사의 자회사 단계에서 설립하는 경우, 비상장 자회사 지분보유 요건을 40%에서 20%로 완화하고, 5% 한도 내에서만 비계열사 주식을 취득도록 하는 제한 규정을 폐지했다.
그러나 일반지주회사가 보유한 CVC는 자기자본의 200% 이내 차입이 가능하며, 펀드 조성 시 총수 일가뿐 아니라 계열회사 중 금융회사의 출자는 받을 수 없다. CVC 투자금을 회수하는 ‘엑시트(Exit)’ 단계에서 CVC가 직접 벤처기업 또는 펀드에 투자한 지분을 총수일가나 지주회사 밖 계열사에는 매각하지 못하는 조항은 추가됐다.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금융그룹의 규제를 강화하는 금융복합기업집단 감독법도 시행된다. 이에 따라 금융사를 2개 이상 운영하면서 자산 규모가 5조원이 넘는 삼성, 현대차, 한화, 교보, 미래에셋, DB 등 6대 복합금융회사들이 해당 법의 규제를 받을 전망이다. 비지주 금융그룹을 규제 사각지대에서 제외하겠다는 취지로, 금융기업집단의 자본 적정성 평가 결과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미달하면, 금융위원회는 자본 확충 등 경영개선계획 제출을 명령할 수 있다.
노조 측으로 힘의 균형이 더 쏠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노조법 개정안도 시행될 전망이다. 해당 노조법 개정안은 실업자와 해고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고, 사업장에 종사하지 않는 조합원은 사용자의 사업 운영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사업장 내 노조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한다. 이에 기업들은 노조의 과도하고 무리한 요구와 과격한 강경 투쟁이 늘어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또 택배기사와 대리운전 기사 등 14개 업종에 고용보험을 당연 적용하는 고용보험법을 포함한 특고3법도 지난해 국회를 통과하면서 시행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반기업법은 여기서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여야가 오는 8일 종료되는 임시국회 내에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재해법)을 처리하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중대재해법은 산업현장에서 일어난 중대 재해를 방지하지 못한 사업주와 경영진에게 2년 이상의 형사처벌 및 손해배상 책임을 지게 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안전조치 위반과 산업재해의 인과관계 △사업자에 대한 의무 규정 수준 △다중이용업소의 적용 대상 포함 여부 △소규모 사업장에 대한 법 적용 유예기간 등이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 같은 규제 등을 포함해 기업진단을 내린 결과, 올해 투자와 채용은 축소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달 경총은 전국 30인 이상 기업 212개사를 대상으로 '2021년 기업 경영 전망 조사'를 실시한 결과, 경영계획을 수립한 기업 중 ‘올해보다 (투자‧채용을) 축소하겠다’는 답변을 한 기업이 60% 이상(투자계획 60.0%, 채용계획 65.4%)이었다. 올해 대비 투자계획을 확대하겠다는 기업은 10.0%였으며, 6.2%만이 채용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