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곧 설이 다가오는데. 연말이 원래 성수기에요. 그런데 갑작스레 전력 사용을 제한하라는 통지를 받을 줄이야..."
중국 저장성 이우시 한 수출업자가 한숨을 내쉬며 중국 21세기경제보를 통해 말했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세계 최대 잡화 도매시장 이우 국제상무성(國際商務城)의 불이 꺼졌기 때문이다. 최근 저장성 일대 빚어진 전력난 때문이다.
‘크리스마스는 서양인이 만들었지만 정작 전 세계 크리스마스는 이우 사람들의 손으로 만들어진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이곳서 가공된 크리스마스 용품이 전 세계로 수출된다.
특히나 상반기 코로나19로 미뤄졌던 주문 물량이 하반기 폭발적으로 늘면서 이우 업체들은 '즐거운 비명'을 질렀는데, 전력난에 발목이 잡혔다.
지난 17일 이우 국제상무성 출입구에는 "코로나19 방역으로 오후 4시 30분부터 소독방역을 진행하는 관계로 출입을 금지합니다”는 표지판이 내걸렸다. 사실상 오후 4시 30분에 문을 닫는다는 얘기다. 코로나19 방역 소독을 이유로 내걸었지만 사실은 저장성 일대 전력난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중국 21세기경제보는 현재 이우시 전체가 연말까지 일제히 전력 절약 모드에 돌입한 상태라고 보도했다. 구체적으로 이우 국제상무성은 각 점포마다 스팟조명을 모두 끄고 일반등만 켜도록 했다. 에스컬레이터, 엘리베이터 운영도 중단되고, 전자 LED 광고판 등도 모두 꺼졌다. 도로 가로등도 드문드문 켜있을 뿐이다.
이우 국제상무성에서 4년 넘게 장사를 해왔다는 리핑 씨는 "원래 이우 시내는 저녁에도 낮처럼 훤했다. 그런데 요새는 컴컴해서 퇴근길에 운전하기도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13일 이우시 발전개혁국에서 전력 제한 통지문을 내린 데 따른 것이다. 통지문에는 공공장소에선 웬만하면 난방을 켜지 못하도록 했다. 또 기온이 5도 이상인 경우 난방 사용을 제한하고, 3층 이하에선 엘리베이터 이용을 금지했다. 각 점포 실내 조명도 3분의 1 이상 줄이고, 하루 전력사용량을 5분의 1 감소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장 가동도 일부 중단됐다. 이틀에 한번, 사흘에 한번, 나흘에 한번 꼴로 운영하는 식이다. 이우에서 조그마한 액세서리 생산 공장을 운영하는 쉬씨는 “이틀에 한번만 공장을 가동하라는 통지를 받았다"고 말했다. 영세업자조차 전력난으로 공장을 가동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전력이 끊기자 일부 공장에서는 납기를 맞추기 위해 디젤발전기를 구매해 생산라인을 돌리고 있다는 보도도 홍콩언론을 통해 나왔다. 이에 따라 덩달아 평소 6000위안(약 101만원)하던 100㎾ 디젤발전기 가격이 8000위안으로 뛰어올랐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