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세가 이어지면서 고용충격으로 고용회복이 더디게 나타나는 '고용 없는 경기회복'이 현실화할 수 있다고 한국은행이 경고했다. 한은은 또 코로나19 사태 이후 전산업군에서 디지털화가 가속화하고 있는 가운데, 산업·직업 간 불균형이 고착화되고 소득계층 간 양극화가 심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한은은 21일 발표한 '코로나19 위기 이후의 성장불균형 평가' 보고서에서 "보건위기에 취약한 대면서비스업을 중심으로 매출 및 고용이 감소하고, 중소기업의 생산과 저소득 가계의 근로소득이 크게 줄어드는 등 부문 간 차별화가 나타나고 있다"며 "부문 간 성장불균형은 경기회복을 지연시킨다"고 이 같이 분석했다.
보고서는 "외환위기 및 금융위기 등 과거 위기 때도 경기회복 이후 고용부진이 상당기간 지속됐다"면서 "코로나19로 인한 차별화된 고용충격이 고용회복을 더디게 하는 '고용 없는 경기회복'이 현실화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실물경기가 위축된 상황에서 자산시장으로 자금이 쏠리는 '실물-금융 간 괴리' 현상이 실물경기 회복을 늦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도 내다봤다. 실물-금융 간 괴리가 소비를 축소시키고, 생산적 부문으로의 자원배분 기능을 약화시킨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부정적 시나리오 하에서는 코로나19 충격이 금융부문까지 전이되는 상황까지도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은은 중장기적으로 소득계층 간 양극화가 심화될 수 있다고도 밝혔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서 산업구조가 ICT, 친환경 및 바이오헬스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자동차·스마트화도 빠르게 확산하면서 중숙련·중위임금 일자리가 소멸되는 '직업구조 양극화'가 심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노동소득분배율 하락에 따른 가계-기업 간 소득분배 격차도 확대될 수 있다고 전했다.
보고서는 "이같은 불균형이 취약계층의 부진 심화로 이어지지 않도록 취약계층에 대한 신속한 지원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며 "특히 취약부문에 복원과 성장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고용·소득 개선을 유도하고 부문 간 불균형을 완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또 "코로나19 이후 경제구조 변화에 따라 소득불평등이 심화할 수 있다는 데 유의해야 한다"며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경제적 이득이 소수에게만 편중되지 않고 사회구성원에게 폭넓게 공유될 수 있도록 사회안전망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