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종합) 동탄 행복주택, 대통령 방문행사에 4억5천만원?...4가지 쟁점과 진실

2020-12-17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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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41평 인테리어에 4000만원, 업계 "저렴한 수준"

용역비 4억1000만원 실제 집행되지 않아 정산 중

논란의 중심 '사진 = 제보자'에서 제보자는 없었다

"억울해 죽겠습니다. 새 집에다 가구 배치한 게 전부이고 업무를 마치고 문 닫은 시간도 (지난 8일) 오후 9시였는데, 새벽 벼락 공사를 하다니요."(화성 동탄 2A4-1블록 행복주택 현장소장)

지난 11일 문재인 대통령의 화성동탄 행복주택 방문 행사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LH가 임대주택 100만 가구 공급을 계기로 마련한 기념 행사였다. 논란의 핵심은 △VIP 의전에 맞춰 새벽에 ’갑자기‘ 인테리어 ’공사‘를 하면서 주민들한테 피해를 줬고 △4000만원의 인테리어 비용과 기념행사에 책정된 전체 비용 4억1000만원이 과도하다는 내용이다.

일단 대통령 방문에 맞춰 시공사가 행사 당일 새벽까지 인테리어 벼락 공사를 했다는 주장과 보도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모 입주자 카페에 '새벽 공사'를 골자로 글을 올렸던 당사자는 모델하우스가 있는 218동이 아닌 다른 동 계약자다. 특히 그는 아직 입주를 하지도 않았다.

기념행사가 대통령 의전에 맞춰 갑자기 준비됐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 관련 용역은 지난 10월 발주됐으며, 이미 장관과 국회의원, 주변 입주민이 참석할 수 있는 대형 행사로 기획됐다. 경호상 이유로 기획 당시 대통령 참석은 미정이었다.

공사 또한 인테리어 시공이 아니라 새 가구를 놓는 ’전시(디피)‘였다. 인테리어 업체에 확인한 결과, 3군 건설사 전시용 쇼룸을 만들고 철거하는 데 공급면적 기준 3.3㎡당 100만원가량이 든다. 논란이 된 행복주택 2채의 총 공급면적이 137㎡라는 점을 고려하면 4000만원은 ’공사‘를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인 셈이다.
 

지난 11일 방문한 화성동탄 행복주택 전용면적 44㎡ 전경. [사진=김재환 기자]
 

의전용 새벽 공사는 없었다

16일 본지와 통화한 화성 동탄 2A4-1블록 계약자 A씨는 "모델하우스 바로 옆집에 거주하시는 분께서 '옆집인데도 참을 만했다. 언론이 너무 부풀렸다'고 전해왔다"며 "말하고자 한 핵심은 하자가 많다는 것인데, 의도치 않게 논란이 커져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문제가 된 '새벽 공사' 댓글은 입주자 단체 카카오톡방에서 '늦은 시간 이상한 소리가 난다. 드릴 소리 같다'는 식의 발언이 돌자 카페에 옮겨 적은 것이었고 논란이 커질 줄 몰랐다는 설명이다.

A씨는 지난 11일 "대통령에게 보일 쇼룸을 만들기 위해 새벽에 드릴질을 해 218동 사람들이 다 잠을 깼다"며 "입주민들에게 양해를 구하지 않고 입구를 막아 나가려는 분들이 못 나갔다"는 내용의 댓글을 남겼다.

최근 논란이 일자 댓글을 삭제했고, 해당 댓글을 캡처해 인용한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실 측에 댓글 삭제를 요청한 상태다.

김은혜 의원 측은 '13평에 아이 둘도 키울 수 있는 임대주택 방문 쇼··· 대통령 방문 위해 약 4억5000여만원 지출'이라는 보도자료를 배포하면서 댓글 캡처본을 가져다 썼다.

지난 11일 본지가 현장에서 만난 한신공영 측 관계자와 국토교통부, LH도 해명에 나섰다. 김 의원의 주장과 언론보도로 알려진 바와 달리 드릴질이 필요한 공사는 전혀 없었을뿐더러 4억5000여만원에 달하는 예산이 하루 행사를 위해 집행된 금액도 아니라는 것이다.

한신공영 관계자는 "지난 8월 준공된 새 집에 이미 도배와 장판이 다 된 상태였다"며 "이후 작업은 지난 8일 끝마쳤고, 새 집에 가구를 배치하거나 액자·커튼을 달 때 못질 한 것이 전부"라고 설명했다.

실제 공사 발주 내역서를 보면 지난 4일 업체를 선정했고, 8일이 납품기한으로 표시돼 있다. 업체에서 발주자인 LH를 속이지 않는 이상 10일까지 공사를 할 수 없다는 얘기다.

만약 일각의 주장처럼 행사 전날인 10일까지 공사를 했다면, 발주 내역서에 없는 시공을 했거나 아직 입주 중인 다른 세대의 소음과 착각했을 가능성이 있다.

시공사 현장소장은 "작업을 마치고 문을 닫은 시간도 오후 9시"라며 "대통령이 온다고 새벽까지 공사했다니 너무 억울하다"고 덧붙였다.
 
인테리어 비용 4000만원, 비싼 금액은 아니었다
일각에서 하루 행사를 위해 4억5000만원을 썼다고 지적한 내용도 사실이 아니었다. 국토부와 LH에 따르면 이 비용은 100만 가구 공공임대 기념 용역 관련 전체 예산이다.

이 중 약 4000만원은 화성동탄 행복주택 전용면적 41㎡(공급 66㎡)와 44㎡(공급 71㎡) 모델하우스 두 곳을 운영하기 위해 가구 임대 및 인테리어(3300만원), 배송·설치·인건비 등 부대비용(650만원)을 지급하는 데 썼다.

일반적으로 평을 얘기할 때는 공급면적(분양가 등 비용을 책정할 때 쓰는 면적)을 기준으로 말한다. 그래서 전용면적 84㎡를 공급면적 112㎡인 34평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김은혜 의원실에서 보도자료에 쓴 그대로 전용면적인 41㎡와 44㎡를 단순히 1평 기준인 3.3㎡로 나눠 12~13평이라고 말하면서 단가를 계산하면 안 된다. 쉽게 말해 총 25평에 4000만원을 썼다는 말은 틀렸다.
 

동탄 행복주택 견적서.[자료 = LH]

비용이 과도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LH 관계자는 "임대주택 100만 가구 준공 행사를 기념, 언론에 비쳐질 임대주택에 관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비용으로 이해해달라"며 "모델하우스는 대통령 한 사람에게 보이기 위해 갑자기 지은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국토부도 설명자료에서 "행사 시 방문한 복층형 전용 41㎡와 투룸형 전용 44㎡ 가구는 본보기용으로 제작한 것"이라며 "구조 변경이나 인테리어 시공은 없었다"고 밝힌 바 있다.

인테리어 업계에서 이 비용은 결코 비싸지 않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가구 전시비용 외에 어떤 ’공사‘를 할 수 없는 수준의 금액이라는 얘기다.

익명을 요구한 인테리어 업계 김모 실장은 “1군 건설사 기준 디스플레이(전시) 임대비용을 공급면적 평(3.3㎡)당 업계에서 120만원으로 잡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2군은 110만원, 3군은 100만원 정도”라며 “만약 공사가 포함됐으면 평당 250만원 이상 간다. 절대 공사를 할 수 있는 금액이 아니다”고 부연했다.
 
중견 건설사 A 관계자는 "평당 100만원도 옛날 기준이고, 최근에는 200만원까지 잡아야 한다. 이 금액은 가구를 제외한 것"이라고 말했다. 

만에 하나 인테리어 공사를 했다고 하면 4000만원은 총 41평(공급면적 137㎡)에 턱없이 부족하다. 내역서상 '인테리어 공사'라는 표현을 전시(디피)로 해석해야 한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4억1000만원은 실제 집행된 돈이 아니다
LH 관계자는 "원래 MC를 섭외해 행사를 크게 하는 식으로 계획했으나 코로나19 상황상 행사가 대폭 축소됐다"며 "실제 정산금액은 총 4억5000만원에서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하루 행사에 쓴 돈도 아니다. 공공임대주택 설계 공모대전과 홍보용 영상, 관련자 임금까지 포함된 전체 용역비"라고 부연했다.

실제로 지난 10월 13일 LH가 발주한 ’국민과 함께하는 LH공공임대주택 한마당‘ 행사대행 용역을 보면 주요 내용은 100만 가구 기념 공공임대주택 홍보행사 총 비용이다.

행사는 △레이저쇼 등 연출 특수효과 △기념식 퍼포먼스 △기념 동영상 제작 △행사장 단상 및 각종 시설물 제작·설치 △운영·주차관리·차량통제 △기념품 제작 △옥내외 광고 △주요 포털 배너광고 △SNS 홍보 △리플릿·포스터 제작 및 배포 등으로 이뤄졌다.
 

국민과 함께하는 LH공공임대주택 한마당 용역 내역서 중 일부.[자료 = LH]


계획상 참석자는 국토교통부 장관과 국회의원, LH 사장, 입주민 등으로 구성됐다. 사실 코로나 19 상황을 고려해 대부분의 행사가 취소됐으므로 실제 정산비는 대폭 줄어들 수밖에 없다.

본래 계획했던 4억5000만원의 비용이 ’집행‘됐다고 말할 수 없는 이유다. 정산 기한은 다음달 29일로 예정돼 있다.

LH 관계자는 “현재 정산작업을 하는 중”이라며 “당초 계획했던 대다수 행사가 취소됐기에 비용은 상당히 많은 수준으로 절감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LH 측에서 김은혜 의원실에 이 같은 사실을 모두 알렸다는 점이다. 하지만 김 의원실은 LH 측의 해명을 보도자료에 쓰지 않았다.
 
제보자는 없었다
김 의원실에서 보도자료에 첨부한 ’사진=제보자‘는 없었다. 김 의원실은 뒤늦게 사진 당사자로부터 “제보한 적이 없는데 왜 마음대로 갖다 쓰냐“는 항의를 듣자 수습에 나섰다.

이번 동탄 행복주택은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언론에 배포하면서 전국이 가짜정보에 시달리게 된 사건이 됐다.

김 의원실 관계자는 "60만명 가까이 되는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인 만큼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했다"며 "(거짓이라는 등) 의심을 하기는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동탄 행복주택 입주민 B씨는 "입주민 단톡방에서 별 얘기를 다 한다. (언제인지는 모르지만) 어디서 이상한 소리가 난다. 드릴 소리 같다는 등. 그런데 이런 얘기가 정확한 확인 없이 기사로 나오니까 감시당하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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