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스페셜]"인구가 미래다"…中지방정부 뜨거운 쟁탈전

2020-12-1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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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순환' 발등의 불, 인구증가=내수확대

동부 쏠림 지속, 항저우 등 '신경제' 각광

중서부 시안·충칭·창사·청두 증가율 높아

부동산·의료 등 소프트 경쟁력 확보 중요

트렌드 읽고 차별화, 젊은층 공략 포인트

[그래픽=이재호 기자 ]


중국의 새로운 발전 전략인 '쌍순환(雙循環)'은 국가적 차원뿐 아니라 각 지방정부의 지상 과제이기도 하다.

내수를 키워 경제 자립도를 높이는 게 핵심인 만큼 소비에 나설 수 있는 인구를 최대한 많이 늘리는 게 관건이다.
특히 고령화 속도가 빨라져 젊은층 인구 확보가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지난 수년간 서서히 달아오르던 지방정부 간 인구 쟁탈전의 열기가 최근 더 뜨거워진 이유다.

인구 유입 자체를 제한하는 베이징·상하이를 제외한 다른 지방정부는 인구 유출입 통계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인구가 빠져나갈 경우 해당 지방정부 지도부의 고과 평가에 불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중앙정부가 아무리 지역 균형 발전을 역설해도 지방마다 이해가 다르니 실제 성과로 이어지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인구 쟁탈전에서 앞서 나가는 곳으로 시안·항저우·충칭·창사·포산·청두 등이 거론된다. 어떤 매력에 이끌려 이들 지역으로 인구가 몰리는지 들여다보자.

◆동부 쏠림 속 내륙 新1선도시 선전

지난해 인구 신규 유입이 가장 많았던 곳은 항저우로 55만4000명이 늘었다.

2·3위는 선전(41만2200명)과 광저우(40만1500명)였다. 이어 닝보·포산·청두·창사·충칭·시안·샤먼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10위권 중 동부 지역이 6곳, 특히 1~5위가 모두 동부에 몰려 있다.

헝다연구원이 발표한 '2020년 중국 도시 인재 흡인력 순위'를 살펴보면 5대 광역 도시권 중 창산자오(長三角)와 주산자오(珠三角) 지역 인구가 각각 5.0%와 2.8% 늘었다. 창장(長江)과 주장(珠江) 하류인 창산자오와 주산자오는 동부 연안으로 분류된다.

내륙인 청위(成渝·청두와 충칭) 지역의 인구 유입은 0%로 제자리걸음이었고, 징진지(京津冀·베이징 톈진 허베이성)와 창장 중류 지역은 각각 -4.0%와 -0.5%를 기록했다.

더 큰 그림으로 보자면 동부가 5.8% 늘어난 데 반해 중부(-2.4%)와 서부(-0.2%), 동북(-3.2%)은 감소했다. 일자리가 많고 생활 인프라가 잘 갖춰진 동부로 인구가 몰리는 현상이 지속되는 모습이다.

헝다연구원은 "동부로 인구가 집중되는 가운데 중서부는 감소폭이 줄었고 동북 지역의 유출이 가장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베이징·상하이가 인구 통제 정책을 취하는 가운데 신(新) 1선 도시와 2선 도시 인구가 늘고 4선 도시들은 유출폭이 확대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동부 쏠림 현상 속에서도 인구가 큰 폭으로 늘고 있는 내륙 지역의 신 1선 도시들이 있다.

신 1선 도시는 중국 중앙정부가 기존 1선 도시(베이징·상하이·광저우·선전)에 버금가는 경제력·소비력을 갖춘 도시로 육성 중인 곳이다.

지난 3년간 신 1선 도시의 인구 유입 현황을 보면 시안이 129만명으로 1위였다. 충칭(76만명), 창사(75만명), 청두(66만명), 정저우(63만명), 우한(45만명), 허페이(32만명) 등 중서부 도시들도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반면 난징·쑤저우 등 동부 대도시는 10위권 밖으로 밀렸고 직할시인 톈진은 오히려 인구 유입보다 유출이 더 많았다.

◆신흥산업 키워야 인재 몰린다

중국의 젊은층이 정착할 도시를 결정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하는 건 소득 수준이다.

채용 정보 사이트인 즈롄자오핀(智聯招聘)의 '2020년 추계 평균 급여 도시 분포' 통계에 따르면 1선 도시 외에 월평균 급여가 가장 높은 곳은 항저우(9812위안)였다.

이어 주하이(9011위안), 난징(8928위안), 우루무치(8843위안), 샤먼(8750위안), 닝보(8701위안) 등의 순이었다. 대부분 인구 증가세가 두드러지는 도시들이다.

소득 수준과 함께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할 만한 경제력도 갖춰야 한다.

최근 인구 유입 속도가 빠른 시안이 대표적이다. 지난 3년간 시안의 2차산업 생산 증가율은 연평균 7.6%에 달했다. 창사(8.0%)와 청두(7.0%), 충칭(6.4%), 정저우(6.2%) 등도 경제 발전에 힘입어 신규 인구가 대거 유입된 사례다.

젊은층 선호도가 높은 신흥 산업이 발달해 있다면 금상첨화다.

항저우는 지난 한 해에만 인구가 55만명 넘게 늘었는데 정보기술(IT)을 기반으로 한 신경제가 인구 증가에 크게 기여했다.

지난 7월 항저우시 상무국은 오는 2022년까지 라이브 커머스(실시간 동영상 스트리밍으로 제품을 판매하는 방식) 산업 규모를 1조 위안(약 166조원)으로 키우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왕훙(網紅·인터넷 스타) 기획사로 불리는 다중 채널 네트워크(MCN) 기업 100개 설립, 신규 라이브 커머스 브랜드 1000개 발굴, 왕훙 1만명 육성 등도 함께였다.

젊은 IT 인재들의 가려운 곳을 제대로 긁어 준 정책이다. 주요 MCN 기업이 항저우에 입주하면 50만 위안을 지원하고 직원들에게 후커우(戶口·호적)와 자녀 입학 특례, 자동차 등록 보조금 등도 제공키로 했다.

중국의 반도체 및 전기차 산업 중심지로 부상한 허페이도 눈에 띈다. 지난 3년간 인구가 32만명 이상 증가했는데, 상하이와 저장성·장쑤성 등에 둘러싸여 있는 점을 감안하면 괄목할 만한 성과다.

지난 4월에는 '중국판 테슬라'로 불리는 니오가 허페이에 70억 위안을 투자하기로 하고 본사까지 이전했다.

항저우·허페이와 극명하게 대비되는 곳이 쑤저우다. 국내총생산(GDP) 기준 중국 5위를 달리지만 지난해 상주 인구 증가폭은 3만명에도 못 미쳤다.

장커윈(張可雲) 인민대 경제학 교수는 "쑤저우는 전통 제조업 위주라 젊은층의 선호도가 떨어지는데다 상하이와 너무 가까운 게 흠"이라며 "인재 유치 경쟁에서 열위에 있는 게 사실"이라고 분석했다.

장 교수는 "쑤저우도 산업구조 재편 압력이 높다"며 "과도기인지라 젊은층이 선뜻 쑤저우에 터를 잡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그래픽=이재호 기자 ]


◆소프트 경쟁력에도 주목해야

중국 대도시에서의 삶이 갈수록 팍팍해지다 보니 더 낮은 부동산 가격, 양질의 교육·의료 환경, 신선한 오락 문화 등을 찾아 지방으로 향하는 젊은이들이 적지 않다.

중서부에서 인구 증가세가 가파른 도시는 이런 경쟁력 중 한두 가지 요소를 갖춘 곳이다.

시안과 청두, 우한 등은 중국에서 명문대의 상징인 985 대학들을 보유하고 있다.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은 중국 각지의 39개 대학을 중점 지원하는 정책을 추진했는데, 1998년 5월에 발표돼 '985공정'으로 명명했다.

시안의 시안교통대와 시베이공대, 청두의 쓰촨대, 우한의 우한대와 화중과기대 등이 985 대학이다.

중국 정부가 발표한 100대 병원 중 시안에 5곳, 청두에 4곳, 창사에 3곳이 분포해 있다.

수입 중 집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선전은 35.2%에 달한다. 상하이(25.1%)와 베이징(23.9%) 등도 월수입의 4분의 1을 집세로 내야 한다.

그에 반해 항저우는 17.7%, 허페이는 13.7%, 정저우는 12.9% 정도다. 서부의 시안(10.6%)과 청두(10.0%)는 10% 안팎이고, 후난성 최대 도시인 창사는 6.4%에 불과하다.

중국의 지식공유 플랫폼인 즈후(知乎)와 경제 전문 매체 남방재경이 공동 발표한 '2020년 100대 스타 도시'에는 1선 도시 외에 청두와 시안, 창사, 충칭 등이 10위 내에 포진했다.

판다의 고향 청두는 특색 있는 찻집과 쾌적한 생활 조건으로 더 유명해졌다. 영향력 있는 왕훙이 3200명 넘게 거주 중인데, 이들이 게시한 동영상의 조회 횟수만 1753억 건으로 집계됐다.

창사의 경우 중국 젊은층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차옌웨써(茶顔悅色·밀크티 디저트 전문점)와 원허유(文和友·샤오룽샤 전문점) 등의 외식 기업을 발굴·육성해 트렌드를 선도하는 도시 이미지를 획득했다.

한 베이징 소식통은 "중국이 제14차 5개년 계획(14·5계획)을 통해 지역 균형 발전을 천명했지만 지방정부 간의 인구 쟁탈전은 끊이지 않을 것"이라며 "인구를 더 많이 끌어들이는 게 지역 경제 발전을 위한 전제 조건"이라고 전했다.

장 교수는 "창사에 인구가 몰리는 건 낮은 집값 외에도 기계·장비산업 성장, 문화·오락 분야의 경쟁력 등이 어우러진 결과"라며 "결국 강력한 산업을 일으키는 게 젊은이들을 머무르게 하는 힘"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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