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 개정땐 지주회사 경영권 방어 '취약'··· 헤지펀드 입김만 세질 것

2020-12-09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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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사협의회 등 경제계 상법 개정안 "재고 부탁" 입장문

3%룰 적용땐 헤지펀드 등 외부 자본 감사위원 선출 위험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시가총액 2조 규모의 자회사를 가진 지주사가 있다고 가정해봅시다. 이 지주사의 시총은 4000억원 수준이고요. 이때 한 곳의 사모펀드가 지주회사의 경영권에 개입하려고 마음을 먹고 하나의 사모펀드를 5개로 집단을 나눠 지분을 3% 이상씩 확보하면 약 15%의 지분으로 지주사 경영권에 개입할 수 있게 됩니다. 거기에 시총 2조원이 넘는 기업의 경영에도 개입할 수 있죠. 이때의 자금은 얼마나 들까요? 4000억원의 15%가량인 600억원만 있으면 지주사는 물론 시총 2조원 수준의 자회사까지 경영 개입이 가능해집니다. 그리고 이게 바로 이번에 국회가 추진하는 3%룰 입니다."

8일 상장사협의회는 상법 개정안의 핵심 조항인 감사위원 분리선출과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3% 합산(3%룰)과 관련, 심각한 기업 경영권 분쟁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최근 여당은 '감사위원 이사 분리선임·3%룰'과 '다중대표소송제' 등이 담긴 상법 개정안 추진하고 있다. 

상장협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일반지주 회사는 163곳, 금융지주회사는 10곳으로 전체 지주사는 173곳 수준이다. 지주회사는 인적분할과정을 거치면서 사업회사에 비해 시가총액이 적은 경향이 있는데, 이는 상법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경영권 공격에 더 취약해진다.

'3%룰'이란 상장사가 감사위원회 위원 및 감사를 선임하는 경우 최대주주는 특수관계인 등을 합해 3%의 의결권만 행사하도록 제한하는 것이다. 3%씩 지분을 보유한 외국계 헤지펀드 2곳만 힘을 합쳐도 최대주주보다 주총에서 더 큰 의결권을 갖게 되는 것이다. 지주회사는 물론 자회사와 손자회사까지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

이에 한국상장사협의회는 전날 입장문을 통해 상법, 공정거래법에 대해 코스닥협회,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계와 함께 '기업 규제 3법' 상임위 단독 의결 움직임과 관련, 기업 활동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하며 경제계의 의견을 반영해줄 것을 거듭 촉구하기도 했다.

규제대상 상장사 최대주주 보유 지분율은 47.0%다. 이에 대한 의결권 제한이 3%로 묶일 경우 44.0%에 달하는 지분은 휴지조각이 된다. 이에 업계에서는 "헤지펀드가 경영권 공격을 위해 이사 선임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경우 경영에 심각한 영향을 준다"고 호소했다.

특히 경제계에서는 지주회사 공격을 통해 지주회사와 주력사업회사에까지 영향력 행사가 가능하므로 경영권 방어는 더욱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상법개정안의 최대 피해자는 지주회사가 될 것이라는 것이다. 지주사 시총이 주력 자회사 1곳의 시총보다 적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SK지주회사 내에 SK를 포함한 13개사의 자회사와 손자회사가 있다. 또한 CJ 지주회사 내에 CJ를 포함한 6개사, 아모레퍼시픽그룹 지주회사 내에 아모레퍼시픽그룹을 포함한 2개사 등이 자회사, 손자회사다. 만약 헤지펀드가 SK와 SK텔레콤을 동시에 공격하려면 최소 1조337억원이 필요하지만 지주회사 체제라는 특성상 최소 4644억원으로 SK만 공격하여 SK텔레콤에도 영향력 행사가 가능하다는 소리다.

그나마 대기업의 경우 많은 자금이 필요하지만 중견·중소기업이 경영권 공격의 목표가 될 경우 필요한 자금은 더 줄어든다. 경영권 위협이 더욱 커지는 셈이다. 감사위원 선임에 필요한 자금 규모는 대기업 대비 작은 반면, 의결권 제한 지분율은 더 많기 때문이다. 우수한 기술을 보유한 강소기업에 대한 기술의 해외 유출 우려도 더욱 커진 셈이다.

한 경제계 관계자는 "기업들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건 결국 국내에서 기업운영을 하지 말라는 소리"라며 "결국 상법 개정안은 소액주주 권익 보호가 아닌, 외국계 등 펀드 입김만 강화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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