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리포트]"14억 인구가 경제성장 주력군" 중국, 미국 제치고 세계 최대 소비시장으로

2020-12-04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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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박람회·광군제로 구매력 과시한 中···소비가 경제성장 동력

올해 코로나로 못쓴 돈···내년 보복소비 터지나

쌍순환으로 '내수 키워라'···농촌·노인소비 잠재력에 주목

우리기업에도 기회···단, '차이나 리스크'는 고려해야

 

광군제[사진=아주경제DB]


"지난해 중국 소매판매액이 40조 위안(약 6700조원)을 돌파했다. 2015년과 비교해 42% 이상 증가한 것이다. 중국은 머지않아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소비재 시장이 될 것이다."(롄웨이량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 부주임)

"지난해 중국 소매판매 총액은 6조 달러로, 미국과 거의 2000억 달러밖에 차이나지 않았다. 중국은 아마도 올해 미국을 뛰어넘어 세계 최대 소비시장이 될 것이다."(왕이밍 전 국무원 발전연구센터 부주임)
최근 중국 전·현직 관료들이 잇달아 중국이 곧 미국을 따라잡고 세계 최대 소비시장으로 부상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위축된 미국을 추월하겠다는 자신감으로 가득하다. 소비를 경제성장의 주요 엔진으로 삼아 내수 확대에 중점을 둔 중국 중장기 경제발전 계획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그래픽=김효곤 기자]

 
◆ 수입박람회·광군제로 구매력 과시한 中··· 소비가 경제성장 동력

코로나19 사태로 전 세계 경제가 위축된 상황 속에서도 중국은 지난달 중국국제수입박람회(CIIE), 광군제(光棍節·솔로데이) 두 가지 빅 이벤트를 통해 여전한 경제 활력을 과시했다.

엿새간 진행된 CIIE에서 81조원어치를 구매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중국 최대 쇼핑시즌인 광군제에서 열흘간 60조원 이상의 거래가 이뤄지는 등 중국의 막강한 구매력이 재입증됐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CIIE 개막식에서 "향후 10년간 22조 달러 상품을 수입할 것"이라고 당당히 선언했다. ​여기엔 4억명 이상의 중산층을 포함한 14억 인구의 어마어마한 내수시장을 가지고 있다는 자신감이 깔려 있었다.

실제로 글로벌 투자은행들도 잇달아 중국 소비시장 잠재력을 밝게 점치고 있다.

도이체방크는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의 내년 경제 성장률을 9.5%로 점치며, 소비의 기여도가 무려 7%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2019년 3.5%에서 갑절로 늘어난 수치다. 

골드만삭스도 올해는 투자·수출이 중국 경제 성장을 이끌었다면, 내년엔 소비가 주력군이 될 것으로 예고했다.  이 밖에 모건스탠리도 최근 보고서에서 내년 중국 성장률 9% 예상하며 소비가 중국 성장의 주요 촉매제로, 수출·투자를 대체할 것으로 전망했다.

사실 올해 코로나19 사태로 위축된 소비 회복세는 더뎠다. 올해 중국 경기 회복을 이끈 건 산업생산과 투자였다. 상반기까지만 해도 소비 증가율은 산업생산 증가율에 한참 뒤졌다. 하지만 7월까지 마이너스 증가율을 보이던 소비는 8월부터 플러스 증가율을 회복했다. 8월 0.5%, 9월 3.3%, 10월 4.3% 증가율을 보인 것. 특히 코로나19로 직격탄을 입은 외식 부문 증가율도 10월 들어 0.8%를 기록하며 올 들어 첫 플러스 전환에 성공했다. 
 
◆올해 코로나로 못쓴 돈··· 내년 보복소비 터지나

전문가들은 올해 코로나19 사태로 중국시장 소비가 위축된 데 따른 보복소비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올해 쓰지 못한 돈을 은행에 저축했던 중국인들이 내년 다시 지갑을 열 것이란 얘기다.

로빈싱 모건스탠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중국에서는 저축과잉 현상이 나타났다. 1분기 가계저축률은 37%로, 지난해 32%를 훌쩍 넘어섰다"고 진단했다. 그는 차츰 소비자 신뢰지수가 개선되며 저축 과잉분 일부가 내년 소비로 전환될 가능성을 높게 내다봤다. 골드만삭스는 내년 가계소비 증가율이 13%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올해 가계소비 증가율 전망치 -4%에서 크게 개선된 것이다.

코로나19로 충격을 입은 고용시장이 차츰 회복세를 보이는 것도 소비를 끌어올릴 것으로 전망됐다. 올해 2월 6.2%까지 치솟았던 도시 지역 실업률은 10월 5.3%로, 코로나19 사태 확산 직전인 지난해 말(5.2%)과 비슷한 수준까지 회복했다. 골드만삭스는 고용시장이 회복세를 보이면서 주민 소득도 증가할 것이라며, 이는 가계 소비 증가의 거대한 동력이 될 것으로 관측했다. 
 
◆ 쌍순환으로 '내수 키워라'··· 농촌·노인소비 잠재력에 주목

중국 내수경제 지원책도 소비를 진작시키는 데 한몫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이미 5개년 중장기 경제계획을 통해 '쌍순환(雙循環)' 전략을 내놨다. 내수 중심의 자립화 경제(국내 대순환)를 기반으로 국제무역을 확대(국제 대순환)하는 게 쌍순환 전략의 핵심이다. 

이를 위한 내수 진작책도 속속 쏟아내고 있다.  지난달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국무원 상무회의에서 자동차 소비, 가전 소비, 외식 소비, 농촌 소비 잠재력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농촌 지역 주민들이 자동차·가전제품을 사면 보조금을 지원하는 자동차·가전 '하향(下鄕)' 정책과 낡은 제품을 새 것으로 바꾸면 보조금을 지급하는 '이구환신(以舊換新)' 정책 등 소비 진작책을 마련했다. 

내국인 면세 소비 확대에도 박차를 가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해외여행 길이 막혀 쓰지 못한 돈을 국내 소비로 돌리기 위해 내국인 면세 쇼핑 한도도 대대적으로 완화한 것. 중국은 지난 7월부터 하이난 면세점에서의 내국인 연간 면세 구매한도를 상향 조정하고, 면세품 품목을 늘렸다. 덕분에 하이난 면세점 매출액은 7~10월 넉달간 120억1000만 위안을 기록했다.  작년 동기 대비 3배 넘게 늘어난 수치다. 

최근 중국 고령화 속도가 가팔라지면서 노인 인구 소비 촉진을 위한 대책도 내놓았다. 중국 국무원이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노인들의 소비 편리화를 위해 노인층의 디지털 소외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내놓은 것. 여기엔 큰 글씨, 간편모드 등 노인을 위한 맞춤형 스마트폰 은행앱, 쇼핑앱, 생활앱 등을 마련하는 등 내용이 포함됐다. 

그만큼 '실버 소비' 파워가 크기 때문이다. 중국 상하이증권보는 현재 3조7900억 위안 규모의  노인 소비가 2050년 100조 위안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33%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수준이다. 

농촌 소비 잠재력도 무시할 수 없다. 지난해 중국 도·농 주민 간 소비 수준은 각각 3만5716위안, 1만5023위안이었다. 농촌 인구 2.4명의 소비가 도시 인구 1명의 소비와 같다는 얘기다. 5억5000만명의 농촌 인구 소비 수준을 전국 평균 수준인 2만7653위안까지 끌어올리기만 해도 중국에서 연간 8조 위안의 소비를 창출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를 위해 중국은 농촌 전자상거래 발전을 장려하고, 자동차·가전 하향정책을 실시하고, 농촌 쇼핑센터·물류센터를 세우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 내수시장 확대의 중심엔 거대한 중산층 인구가 자리잡고 있다. 한융원 중국국제경제교류중심 부이사장은 "향후 14차 5개년 규획 기간 소비 진작의 초점을 중산층 확대에 두고 중산층 인구를 6억명까지 늘려 전체 인구 비중을 현재 29%에서 40%까지 늘려야 한다"며 "이는 경제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우리기업에도 기회···'차이나 리스크'는 기대반 우려반

실제로 코로나19로 글로벌 경기침체가 가속화하는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중국 시장만 성장하고 있는 만큼, 중국 내수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국가와 기업들이 늘고 있다. 

실제로 HSBC는 지난 1일 최근 보고서를 발표,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아시아·태평양 지역 기업들의 최대 해외 시장이 됐다고 전했다. 최근 HSBC가 39개 국가의 약 1만4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중국이 최대 무역협력 파트너라고 응답한 기업 비율이 29%에 달했다. 미국이라고 응답한 비율 28%를 뛰어넘은 것.

이는 우리나라 기업도 마찬가지다. 특히 전자제품, 화장품, 헬스케어 제품, 일상생활 용품, 한류 드라마, K-팝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한국산 상품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점도 우리에게는 매우 유리하다. 

조평규 전 중국 연달그룹 부회장은 "중국이 내수 구매력을 과시하며, 어려움에 처한 세계 기업들을 유혹하고 있다"며 "중국을 우리의 내수시장으로 인식해야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차이나 리스크'라는 불확실성도 존재하는 건 사실이다. 최근 중국과 호주가 무역 갈등을 빚은 게 대표적이다.

코로나19 기원을 둘러싼 미·중 간 갈등에서 미국 편에 선 호주를 겨냥해 중국은 호주산 보리·와인 등에 거액의 수입관세를 물리고, 호주산 소고기 수입을 연기하는 등 호주산 수입품을 '본보기'로 경제 보복카드를 쓰고 있다. 중국 관영언론은 "호주가 중국을 대체할 만한 시장을 찾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비아냥거리기까지 한다. 

앞서 한반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놓고 중국이 한국에 가한 경제적 보복을 연상시킨다. 중국으로선 거대한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중국에 상품을 팔고 싶으면 중국을 따르라는 기본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중국 시장에 너도나도 진출해 경쟁이 가열되는 것도 우리 기업들로선 대비해야 한다.  코트라는 최근 베이징 무역관 보고서를 통해 "내수 중심의 자생적 경제구도 구축에 따른 중국 로컬기업 급부상과 중국산 제품 품질 강화에 따라 중국시장, 더 나아가 글로벌 시장 경쟁 격화가 예상되는 바 우리 기업의 중장기적 대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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