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색조' 구질로 中 경제 띄운다

2020-12-03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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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로 보는 중국 14차5개년 계획

향후 5년간 경제 전략 논의 '쌍순환' 핵심

“1인당 GDP 중진국수준 올릴 것”

고령화 대응 출산장려책 등 강구 계획

"내수 키우고 기술자립 투자"

[그래픽=아주경제 ]

‘질적 성장, 쌍순환, 기술자립, 개혁개방, 첨단제조업, 도시화, 건강한 중국, 녹색발전’

지난달 윤곽을 드러낸 중국 ‘국민경제와 사회발전 제14차 5개년 계획(14·5계획)’ 키워드다. 5년마다 발표되는 중국 5개년 계획에는 세계 각국의 이목이 집중된다. 중국 경제가 나아갈 길을 예측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기 때문이다.

14·5계획은 신중국 설립 이래 14번째 시행하는 5개년 계획이란 뜻으로, 2021~2025년 중국 경제 사회 발전 목표와 방향을 제시한다. 구체적인 내용은 내년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확정되지만, 이미 어느 정도 방향성이 드러나고 있다. 향후 5년간 중국 경제의 청사진이 될 14·5계획의 핵심 내용을 8개 키워드로 정리했다.

◆첫째 키워드: 질적성장

지난달 3일 공산당 중앙위원회가 발표한 14·5계획 건의안에는 구체적인 국내총생산(GDP) 목표치가 제시되지 않았다. 앞서 중국이 12·5계획(2011~2015년)과 13·5계획 기간 연평균 경제성장률 목표를 각각 7%와 6.5%로 설정한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그런데 전문가들은 향후 확정되는 14·5계획에서도 중국이 연평균 경제성장률 목표를 제시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다만 중앙위원회는 건의안을 통해 2035년까지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중진국 수준에 도달할 것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는데, 이는 약 5% 내외로 계산된다. 1인당 GDP를 2만 달러로 가정하면 연평균 명목 성장률은 4.3%, 3만 달러는 7.2% 정도가 되기 때문에, 대략 이 중간치인 5% 내외가 중진국 경제성장률의 목표치라는 게 레이먼드 영 호주 뉴질랜드은행그룹 중국 수석 이코노미스트의 계산이다.

주목되는 점은 이는 과거 2005년부터 2020년까지의 연평균 성장률인 15%보다 크게 낮은 수준이라는 것이다. 중국이 14·5계획에서는 인위적인 경기부양보다 질적 성장을 강조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중국 중신(中信)증권은 “중국이 14·5계획 기간 질적 성장을 추구하면서 산업 구조를 첨단 산업으로 재편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둘째 키워드: 쌍순환

중국 정부는 미·중 갈등 속에서 ‘내순환을 위주로 한 쌍순환(雙循環·이중순환)’ 경제발전 전략을 내세웠다. 쌍순환은 무역 중심 국제 순환과 내수 중심 국내 순환이 맞물려 돌아가는 것을 뜻하는 개념이다. 하지만 방점은 내수시장에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14·5계획 건의안에는 "내수 확대라는 전략적 기반을 바탕으로 완전한 내수 시스템 육성을 가속화하고 혁신 중심의 고품질 공급으로 새로운 수요를 주도하고 창출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도 코로나19 사태로 타격을 받은 경제를 끌어올릴 방안으로 지난 5월부터 국내 순환에 방점을 둔 쌍순환을 여러 차례 언급한 바 있다.

쌍순환 전략 추진은 14억명이라는 거대한 인구가 떠받치는 경제력에 대한 자신감에서 비롯됐다. 중국의 소매판매액은 지난해 6조 달러로 미국과 맞먹는다. 소비의 경제성장 기여도가 57.8%에 달할 정도로 소비 비중이 높다. 반면 대외의존도는 지난해 31%로 2006년(64%)에 비해 절반 이상 줄었다. 수출 비중도 2006년 35%에서 지난해 17%로 감소했다. 국내 소비만 잘 살려도 경제 운영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쌍순환 전략은 실질적으로는 미국과의 갈등상황과 코로나19에 따른 세계적인 경기침체 등 불확실성 속에서 내수에 중점을 두고 경제 자립에 주력하겠다는 의미라고 전문가들은 해석한다.

◆셋째 키워드: 기술자립

지난 10월 열린 중국공산당 제19기 중앙위원회 제5차 전체회의(5중전회)에서 채택된 14·5계획과 2035년 장기 계획의 핵심 목표 중 하나는 기술자립 실현이다. 핵심 기술 부문에서 중대 돌파구를 마련해 혁신 국가의 선두주자가 된다는 것이다.

사실 14·5계획 건의안에는 어떤 과학기술 분야가 중점 육성될 것인지, 정부 지원은 어떻게 이뤄질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다만 건의안에는 중국은 14·5계획 기간 과학 자립과 자강을 국가 발전 전략으로 삼고 과학기술 강국 건설을 가속할 것이라고 언급됐다.

이를 위해 △과학교육 흥국 전략 △인재 강국 전략 △혁신 구동 발전 전략 △국가 혁신 체계 완성을 실행해 과학기술 강국 건설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건의안을 통해 중국 지도부는 설명했다. 또 국가 전략 과학기술 역량을 강화하고 기업 기술 혁신 능력을 향상하고 인재 혁신 활력을 높여 과학기술 혁신 체제 메커니즘을 완성할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반도체·양자컴퓨터 등을 중국 정부가 집중적으로 키울 핵심 기술로 꼽는다. 무역뿐만 아니라 기술 영역에서도 미국의 대중국 제재가 심해지자 기술 자립을 통해 대미 의존도를 빠르게 낮추려는 의도가 담겼다는 해석이다. 중국 지도부는 "과학 자립과 혁신을 국가 발전 전략으로 삼고 세계 기술 전선과 경제 전장에서 혁신 체계를 보완해 과학기술 강국 건설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넷째 키워드: 시장개방

중국은 쌍순환전략을 통해 국내 시장뿐 아니라 대외 개방을 통한 국제 사회와 ‘윈윈 전략’도 동시에 추진키로 했다.

이미 올해 중국은 외국인에 대한 금융시장 접근 규제를 차례로 풀고 있다. 지난달 들어선 기존 적격외국인기관투자자(QFII)와 위안화적격외국인기관투자자(RQFII) 제도를 일원화하고, 투자 가능 자산도 기존의 상장주식, 채권, 공모펀드에서 비상장주식, 사모펀드, 파생상품 등으로 확대했다.

◆다섯째 키워드: 첨단 제조업

2035년까지 이어지는 장기 발전 계획은 '기술 투자'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게 특징이다. 특히 중국 지도부가 집중 투자 대상으로 삼은 것은 첨단기술과 첨단 제조업 분야다.

이에 대해 중국 건설은행 경제연구소는 "첨단기술과 제조업 분야에 대한 '투자'는 기술 경쟁력 제고는 물론 중·장기적으로 소비·수출 변수를 자극하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은 실물경제와 ‘디지털’ 결합을 통해 ‘디지털 강국’으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그 일환으로 첨단기술의 산업 융합과 제조업·서비스업의 디지털 업그레이드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5세대 이동통신(5G), 인공지능(AI), 산업인터넷 등 7대 분야를 중심으로 신(新) 인프라 투자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중국 디지털경제 규모는 2019년 35조8000억 위안으로 지난 4년간(2016~2019년) 연평균 12.1% 성장했다. 전체 GDP에서 36.2%를 차지한다.

◆여섯째 키워드: 도시화

중국은 향후 5년간 농촌 진흥 및 문화 산업을 발전시키고, 국토의 공간 배치 최적화로 지역 균형 발전과 인간 중심의 새로운 도시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2035년 안에 공동부유(共同富裕) 방면에서 실질적 진전을 이뤄야 한다는 내용이 14·5계획 건의안에 담긴 것이다.

사실 지난해 중국의 도시화율은 60%에 불과하다. 도시 후커우(戶口·호적) 인구를 기준으로 하면 45%에 못 미친다. 1인당 가처분소득은 도시가 농촌보다 2.6배 많다. 그만큼 도시와 농촌간 격차가 크다는 얘기다.

게다가 도시화는 2035년 1인당 GDP가 중진국 수준에 이르겠다는 목표와도 맞물린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소득분배제도 개혁 강도를 높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중산층 확대 및 주민소득 개선에 주력한다는 것이다.

◆일곱째 키워드: 건강한 중국

14·5계획 건의안에서는 의료자원 보급 확대, 공공위생 인프라 투자, 공공재난사태 대응체계 강화 등도 강조됐다. 고령화 속도가 더욱 빨라지면서 5년 내 노인 인구가 2배 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예측돼 이에 대비하자는 것이다.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중국의 60세 이상 인구는 2억5400만명으로 전체의 18.1%로 늘어났다. 60세 이상 고령인구는 2025년까지 3억명에 달하며 2035년에는 4억명에 이를 전망이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는 14·5계획에 부부가 자녀를 더 많이 출산하도록 자금과 정책 면에서 지원을 확대하는 등의 방안을 포함할 계획으로 전망된다.

위안신(原新) 중국 인구학회 부회장은 "출생률과 노동력의 질, 인구구조의 개선을 겨냥해 한층 포괄적인 인구정책을 도입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여덟째 키워드: 녹색발전

중국은 2030년까지의 탄소배출량 저감 목표도 건의안을 통해 제시했다. 시진핑 주석은 지난 9월 유엔총회 화상연설에서 ‘2030년을 기점으로 탄소 배출량 감소세로 전환, 206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는데, 이 내용이 제시된 것이다.

중국이 탄소배출량 저감 목표 연도를 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세계 최대 탄소배출국에서 기후변화 대응 주도국으로 이미지를 전환하고 녹색성장 전략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는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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