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리밍 동영상 시장이 대세로 떠오르자, 디즈니와 같은 미국의 주요 레거시 미디어들은 새로운 조직 구성을 통해 미디어 환경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반면 국내 지상파 방송사들은 구조적인 변화보다는 TV 수신료와 광고 시스템 등 재원 확보 문제로 여전히 씨름 중이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디즈니는 디즈니플러스(+) 등 자사 플랫폼에 기반한 소비자직접판매(D2C) 전략을 확대하기로 했다. 지난 10월 밥 차펙 최고경영자(CEO)가 제시한 스트리밍 플랫폼과 전통적인 플랫폼을 포괄하는 구조 개편의 연장선이다. 오리지널 콘텐츠 유통 및 수익 확대를 위한 '글로벌 미디어 및 엔터테인먼트 유통' 조직도 신설했다.
워너미디어도 수익성 제고를 위한 구조조정과 '콘텐츠 독점 제공'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새로운 성장 분야에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펼친 것이다. 이에 따라 TV 콘텐츠 라이선싱 수익을 극대화하는 기존 전략에서 벗어나 콘텐츠를 OTT 플랫폼인 HBO 맥스(Max)에서 독점적으로 제공해 구독료 매출을 극대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업계 관계자는 "이들은 기존 미디어 분야에서 장기 근속해 온 임원들의 퇴진, TV와 온라인 플랫폼 간 부서 통합 등을 통해 유료 TV 서비스 시장의 쇠락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시청자들의 수요에 부응하려는 행보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도 지상파 방송 3사가 SK텔레콤과 함께 OTT 웨이브(wavve)를 통해 콘텐츠를 제공하는 등 레거시 미디어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조직 구성이나 정부 정책은 TV에 무게중심에 쏠린다. 웨이브라는 창구에서는 넷플릭스 등과 비교해 자생력을 판가름할 오리지널 콘텐츠에서 밀린다.
이런 가운데 MBC는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드라마 부문 관련, 내년 글로벌 OTT 시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기존 연출 시스템을 기획 시스템으로 바꾸기로 했다. 드라마 시장의 핵심 플레이어로 재부상하겠다는 각오다. 매출 감소 중인 방송 광고는 '어드레서블 TV 광고'로 대체해 살길을 모색한다.
결국 방송 채널을 굳이 없애기보다 잘 하는 걸 더 잘 하겠다는 전략이다. 정부는 규제 혁신을 통해 레거시 미디어에 활력을 불어넣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이를 국내 OTT의 해외 시장 진출 기반으로 삼겠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방송사들이 규모가 어마한 미국 주요 방송사들처럼 개별적으로 스트리밍 동영상 서비스를 펼치기는 쉽지 않다"며 "결국 레거시 미디어도 콘텐츠 차별화가 핵심인데 주요 시청층의 특성을 파악해 매출 극대화로 연결짓는 방법을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