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는 코로나19 때문에 저희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았던 것 같아요.”
한 공연장 관계자는 2020년을 되돌아보며 푸념 섞인 말을 했다. 공연장은 힘든 한 해를 보냈다. 계속되는 코로나19로 인해, 좌석 거리두기 조정과 공연 취소 등을 되풀이 했다.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세종문화회관은 국내를 대표하는 공연장 중 한 곳이다. 하지만 다른 공연장과 마찬가지로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을 피할 수 없었다.
코로나19로 인해 200건 이상의 공연이 취소 또는 연기되면서 공연장이 비는 상황이 자주 발생했다. 하지만 동시에 취소된 공연의 대체 일정 및 공간, 무관중 공연을 위한 대관 등 긴급히 공연장을 찾는 대관사의 문의도 계속됐다.
대책으로 나온 것이 ‘긴급공실 수시대관’이다. 세종문화회관의 대관 규정에 따라 대관 심사 절차를 비교적 간소하게 진행할 수 있는 ‘사용예정일까지 잔여기간이 3개월 미만인 공실’에 한해, 공실이 발생할 경우 대관 가능 일정을 수시 공고할 계획이다.
이전까지는 정기 대관 신청과 연 3~5회의 수시 대관 신청이 있었는데, 이를 1주일 단위로 세분화한 것이다. 대관 가능 일정은 1일부터 세종문화회관 대관시스템에서 확인할 수 있다.
김성규 세종문화회관 사장은 “지금은 공연장과 대관사가 함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상생방안이 절실한 시점이다”며 “그 일환으로 대관 절차를 간소화하여 신속히 처리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예술의전당은 지난 9월 “코로나19로 고사 위기의 민간 공연계를 돕기 위해 오는 12월 31일까지 공연장 기본 대관료를 100% 면제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개관 32년 역사상 최초였다.
하반기에 공연계가 회복될 것을 기대하고 간신히 버텨 왔던 공연예술인들에게 또 하나의 희망을 제시했다.
당시 유인택 예술의전당 사장은 “예술의전당이 지원 기관은 아니지만 공연예술이 생사의 기로에 놓인 현 상황에 책임감을 갖고 민간 예술계의 고통과 고충을 분담하고자 시행하게 되었다”면서 “여러 재난 지원에서 사각지대에 놓인 예술인과 민간 공연단체, 기획사들이 위기를 극복하고 존속하는데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희망을 밝혔다.
배우들에게 새로운 무대를 제공하는 것도 극장의 중요한 역할이다. 정동극장은 지난 11월 11일 개관 25년 만에 처음으로 한 해 공연을 미리 소개하는 시즌제를 발표했다. 향후 창작 작품들을 무대에 올리고 상품화하는 것에 집중하는 ‘2차 제작극장’의 역할을 하겠다는 방향성도 밝혔다.
2021년 정동극장 라인업 첫 작품은 오는 1월 22일 개막하는 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다. 2018년 국내 초연 당시, 전 좌석 매진을 기록하며 관객의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이 작품은 스페인의 시인이자 극작가인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의 ‘베르나르다 알바의 집’을 원작으로 마이클 존 라키우사가 대본‧작사‧음악을 맡아 뮤지컬로 재탄생 시켰다. 초연 출연 멤버였던 뮤지컬 배우 정영주는 이번에는 출연배우이자 프로듀서로도 참여한다.
김희철 정동극장 대표는 “정동극장은 앞으로 이미 창작 개발된 좋은 작품들이 공연 시장에 안착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2차 제작극장으로서의 역할을 해 나가려 한다”며 “이것은 창작 개발 중심의 여타 공연 지원의 방식들로부터 차별화된 지원 방식으로 좋은 작품들의 시장 안착을 위한 지원의 역할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대표는 “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와 같이 잘 만들어진 우수한 콘텐츠들이 정동극장을 통해 더 많은 관객을 만나고, 생명력을 갖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