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실이 본지에 제공한 '지난 5년간 서울시 공시가격별 주택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공시가격 9억원 이상 기준의 주택은 28만1033가구로 나타났다. 지난해 20만3174가구에서 7만7859(38.3%)가 증가했다. 5년 전인 2016년 6만1419가구에서 358%가 증가한 수준이다.
9억원 이상 주택 가운데 △9억원 이상 12억원 미만 주택은 10만4576가구 △12억원 이상 주택은 17만6457가구로 나타났다. 지난해에는 9억원 이상 12억원 미만 주택이 11만4090가구로 올해보다 9514가구 적었다. 그러나 1년 사이 12억원 이상 주택이 8만7373가구(98.1%) 폭증하면서 전체 수치를 끌어올렸다.
이 근거를 토대로 야당에서는 1주택자에 한해서라도 종부세 부과 기준을 12억원 이상으로 상향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전날 열린 국회 원내대책회의에서 "문재인 정부의 종부세 폭탄이 가히 '종부세 패닉'을 만들어내고 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또한 배 의원은 앞서 지난 6월 '종부세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주택가격 상승률을 감안해 주택에 대한 과세표준 공제금액을 현행 6억원에서 9억원(1가구 1주택자는 12억원)으로 상향하고, 투기 목적이 아닌 선의의 1가구 1주택자에 대한 과도한 세 부담을 낮추도록 장기보유자와 60세 이상 고령자의 공제율을 보다 확대하는 내용이다.
전문가들 역시 고가주택 기준을 상향 조정해야 한다는 데 궤를 같이했다. 박합수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고가주택 기준 상향은 검토가 필요하다고 보인다"며 "집값이 전체적으로 상승했으니까 그에 따라 기준도 상향 조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역시 "고가주택 기준이 너무 오래돼 실효성부터 따져야 할 판이다. 당초 물가를 연동시켰다면 이렇게 되진 않았을 것"이라면서 "대략 20년 전에 만들어진 기준을 그대로 쓰는 건 누가 봐도 불합리하다. 돈 많은 사람이 아니라 서울 중상위권은 무조건 세금 폭탄을 맞게 되는 상황이다. 전체적으로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액대는 중위값에서 100~150% 사이가 국민을 납득시킬 수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심 교수는 "중산층 기준이 소득 중위 100~150% 사이다. 십몇억쯤 되면 국민도 인정할 만한데 지금은 너무 고가주택 기준을 낮게 잡아서 문제"라고 말했다.
다만 고가주택 기준은 신중하게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보유세가 줄어들면 오히려 거래세 등 다른 실질적인 세금 조정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국민 눈높이가 올라간 이상 9억원짜리 주택이 더 이상 고가주택 기준점이 아닐 수는 있다"면서도 "큰 방향에서 보면 보유세보다는 거래세를 하향 조정하는 기조로 가야 하기 때문에 보유세를 낮추는 게 능사는 아니다"고 전했다.
보유세 부담을 낮추면 시장에 유통될 물건이 적고 정부가 거래세를 낮출 수 있는 요소를 줄여버리게 되기 때문이다. 송 대표는 "고가주택 기준점을 올려야 한다는 의견에는 일부 동의하지만, 거래세 조정에 조금 더 무게를 실어야 한다는 딜레마가 있어 세심히 조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