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조현아·KCGI·반도그룹 등 3자연합은 한진칼 이사회가 현재의 지분구도를 크게 변동시키는 내용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한 데에 대해 법원에 신주발행금지가처분을 제기했다.
보통 인수합병을 위한 자금조달이 인수합병 주체에 투입되는데 반해 대한항공 인수합병안의 자금조달 구조는 한진칼을 통해 총 5단계로 진행되는 등 이중 거래라는 지적이다. 먼저 산은은 '산은→한진칼→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의 구조로 12월 2일 대한항공 모회사인 한진칼에 제3자 배정 유상증자로 5000억원을 현금출자한다. 3000억원 규모의 교환사채(EB)도 인수하는 방식이다.
산은의 자금을 투입받으면 한진칼은 이 자금을 대한항공에 단기대여하고, 3월 12일 납입을 목표로 2조5000억원 규모의 대한항공 유상증자에 참여한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의 신주(1조5000억원) 및 영구채(3000억원)로 총 1조8000억원을 투입한다.
산은이 지주사회사인 한진칼에 자금을 주고 이를 대한항공이 다시 아시아나항공에 투입하는 이중거래 방식이다. 산은이 총 8000억원을 투입해 최종적으로 아시아나항공이 1조8000억원을 확보할 수 있는 구조인 셈이다. 산은은 시장에서 대부분의 자금을 조달해 효과를 극대할 수 있는 '레버리지'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지난 16일 간담회를 통해 "시장에서 대규모의 자금이 직접 유입될 수 있는 구조"라며 "정책자금 투입 규모 최소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진칼이 대한항공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지주사요건은 20% 지분요건에 미달하게 되고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통합 시에는 지분율이 더 하락하게 되는 점도 감안됐다.
다만 공교롭게도 한진칼 측의 백기사로 비춰질 수 있는 구조가 형성되면서 특혜 시비가 커지고 있다. 산은이 한진칼에 총 8000억원을 투자하게되면 한진칼 지분 약 10%를 확보하게 된다. 현재 41.4%의 지분을 가진 조원태 회장 측과 KCGI 등 3자연합 측 지분(46.71%, 신주인수권부사채(BW) 포함)은 희석된다.
특히 산은이 보유하게 될 신주는 의결권이 있는 보통주로, 내년 3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조 회장이 승기를 잡을 수 있는 기회도 커진 셈이다. 이를 두고 산은 측이 한진 측의 백기사로 나서며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담보로 삼은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분분하다. 또한 절차상의 문제도 법적 분쟁으로 불거지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6월 말 기준 12조 원이 넘는다. 자본잠식률도 56% 수준이고, 1년 내 상환 의무가 있는 유동부채만 4조7979억원에 이른다. 그야말로 '부채 덩어리'를 안고 가는 셈인데 실사는 물론, 기업결합신고 등의 절차도 이뤄지지 않았다.
▲절차상 문제도 불거져...법적 분쟁 불가피
조현아·KCGI·반도그룹 3자연합은 이번 합병안은 산은과 조 회장의 '밀실야합'이라며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KCGI는 “국민 혈세로 한진그룹 경영권을 방어하고 아시아나항공까지 인수하려는 시도를 강력히 반대한다”며 “법률상 허용되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이를 저지할 것”이라고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또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도 지난 17일 기자회견을 열고 "산은이 지원할 8000억원이라는 국민 혈세가 국가 전략 산업의 미래를 위한 것이 아닌, 대한항공 총수 일가와 아시아나항공에 책임있는 대주주 및 채권단을 위해 사용된다는 우려도 존재한다"며 "졸속으로 이번 통합을 추진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고 비판했다.
이 같은 논란을 막기 위해 산은은 조 회장의 경영을 지속적으로 평가하며 견제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산은은 한진칼과 투자합의서를 체결하며 사외이사 3인과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 등 7대 의무 사항을 명시했다. 한진칼이 이를 이행하지 않을 시 5000억원의 위약금이 부과된다는 것이다. 또한 △PMI(인수 후 통합전략) 계획을 수립하고 이행할 책임 △대한항공 주식 등에 대한 담보 제공, 처분 등 제한 △투자합의서의 중요 조항 위반 시 5000억원의 위약금과 손해배상책임 부담 △이를 담보하기 위해 대한항공 발행 신주에 대한 처분 권한 위임 및 질권을 설정할 의무 등도 명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