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통신장비업체 화웨이(華為技術)가 17일, 자사의 중저가 스마트폰 브랜드인 '아너(HONOR, 栄耀)'를 매각한다고 밝혔다. 아너 브랜드의 스마트폰 판매대리점 등이 설립한 신규 회사에 전 사업을 양도한다. 미국 정부의 제재 강화로 스마트폰 부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최근의 화웨이의 상황을 감안하면, 이번 매각 결정은 어쩔 수 없는 결단인 것으로 보인다.
신규 회사 선전즈신신(深圳市智信新信息技術)은 본사가 위치한 선전의 유력지 선전상보에 17일, 아너의 브랜드 인수에 대한 '연합성명'을 게재했다.
화웨이도 이날 '성명'을 발표, 아너 매각 이유를 "산업기술 측면을 지속적으로 획득할 수 없었으며, 아너와 그 대리점들을 존속시키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아울러 신규 회사의 경영 등에는 일체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화웨이의 성명에도 나타나 있듯이 이번 매각의 배경에는 미국 정부의 화웨이에 대한 제재강화가 있다. 화웨이는 성명에 "거대한 압박을 받고 있다"며, 미국 정부를 직접 지칭하지는 않았으나 미국의 제재조치로 경영에 큰 타격이 있음을 시사했다. 미국 정부는 9월 15일부터 미국기술이 사용된 칩의 화웨이 공급을 금지했다. 이로 인해 화웨이는 반도체 제조사로부터 스마트폰의 심장부인 칩을 조달할 수 없게 됐다.
■ 매각액은 1000억위안?
선전즈신신과 화웨이 양측의 성명에는 매각금액은 제시되지 않았으나, IT미디어 딩커지닷컴(钉科技)은 아너의 지난해 이익 등을 고려해, 매각대금을 약 1000억위안(약 1조 5900억엔)로 추산했다. 또한 딩커지닷컴은 실제 매각시기에 대해, 이르면 이달 말에 발표될 것이라는 견해를 전했다.
아너와 관련해서는 지난달 중순부터 중국 언론에 매각설이 보도됐다. 당시 인수자로는 스마트폰 제조사 샤오미(小米科技)나 반도체 디스플레이 제조사 TCL 등이 거론됐다.
■ 2019년 출하 7000만대 이상
화웨이는 2013년, 젊은층을 겨냥해 주력인 '화웨이' 브랜드의 세컨드 브랜드로 아너를 내놓았다. 아너의 스마트폰은 주로 온라인에서 판매되었으며, 출하대수는 연간 약 7000만대. 지난해 화웨이 전체 출하대수 2억 4000만대 중 약 30%를 차지하는 규모다.
미국 조사기관 IDC에 의하면, 2분기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화웨이는 처음으로 점유율 1위를 기록했으나, 3분기에는 2위로 하락했다. 이번 아너 매각으로 화웨이의 점유율은 앞으로 더욱 축소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