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은 정·재계뿐 아니라 이 회장이 생전에 큰 관심을 가지고 후원한 문화·예술·체육계 인사들이 대거 방문했다.
재계에서는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오전 10시 38분께 가장 먼저 빈소를 찾았다. 구 회장은 "(이 회장은) 우리나라 첨단 산업을 크게 발전시킨 위대한 기업인이자 재계의 큰 어르신"이라며 "재계 어르신들이 오래 계셔서 많은 가르침 주시면 좋은데 참으로 안타깝다"고 말했다.
구 회장에 앞서 범LG가(家)의 구자열 LS그룹 회장, 구자용 LS네트웍스 회장, 구자균 LS일렉트릭 회장 등 LS 오너가도 오전 10시19분께 장례식장을 찾았다.
이재용 부회장과 친구인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도 이날 장례식장에 방문해 "고인 덕에 지금의 저희가 있었다는 이야기를 드리고 싶다"고 추모했다.
허동수 GS칼텍스 명예회장과 아들 허세홍 GS칼텍스 대표는 함께 방문했다.
이 회장은 생전 문화·체육 분야와도 관계가 깊었던 만큼, 이날은 유명 문화·체육계 인사들이 대거 빈소를 찾아 고민을 추모했다. 고인은 대한레슬링협회장,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등으로 활동했고, 리움미술관을 설립한 바 있다.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씨, 피아니스트 백건우씨와 조성진씨, 이기흥 대한체육회 회장, 구자철 한국프로골프협회 회장, 박찬호 야구선수 등이 빈소에 방문했다.
백건우씨와 정경화씨는 각각 2000년, 2011년 이 회장이 부친 호암 이병철 선대회장을 기리며 만든 호암상 예술상을 수상한 인연이 있다. 특히 백씨는 "아버님을 잃은 것 같다. 사랑한다"고 말하며 눈물을 쏟아 눈길을 끌었다. 백씨는 이 회장과 함께 종종 부부동반 모임도 가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관계 인사들의 발길도 이어졌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 이철우 경북지사, 송철호 울산시장, 이용섭 광주시장, 김홍업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 이홍구·정운찬 전 총리, 이재오·심재철·조원진·김관영·이재영 전 의원 등이 조문했다.
박영선 장관은 조문 후 "대한민국의 먹거리를 반도체로 선택한 고인의 통찰력을 높게 평가한다"며 "재벌개혁이 삼성 경쟁력을 지속하는 데 많은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성현 위원장은 "이 부회장 체제의 삼성이 새로운 노사관계를 발전시키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이주열 총재는 "고인께서는 한국 경제가 세계 무대로 도약하는 데 큰 기여를 하셨다"며 "코로나19로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고인의 기업가 정신을 되새겨본다"고 했다.
외국 대사들도 삼성의 경제적 기여를 평가하고 자국의 위로를 전했다. 응우옌 부 뚱 신임 주한 베트남대사와 초머 모세 주한 헝가리대사, 미하엘 라이펜슈툴 주한 독일 대사, 후안 이그나시오 모로 주한 스페인대사, 요안느 돌느왈드 주한 네덜란드 대사, 스리프리야 란가나탄 주한 인도대사, 제프리 존스 주한민국상의 회장 등이 장례식장을 찾았다.
이 회장이 입교한 원불교의 최고지도자인 전산(田山) 김주원 종법사도 고인을 기렸다. 전산 종법사는 빈소를 찾아 고인의 영정 앞에서 법문을 읽었다고 원불교 측이 전했다.
발인 이후 장지까지 이동할 때는 이 회장의 발자취가 담긴 장소를 찾아 마지막 인사를 할 것으로 점쳐진다.
장지와 가까운 삼성전자의 수원 사업장(본사)과 화성 및 기흥 반도체 공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용산구 한남동 이 회장 자택, 이태원동 승지원(承志園), 강남구 서초사옥 등을 거쳐 갈 가능성도 있다. 전날 서초사옥에서는 이 회장의 운구 예행연습을 하는 듯한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장지는 부친인 고 이병철 선대 회장과 모친 박두을 여사가 묻혀 있는 에버랜드 인근 용인 선영이나 그 윗대를 모신 수원 가족 선영 가운데 한 곳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