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는 18일 향후 선전시 지방정부에 더 많은 자주권을 부여할 것이라며 △금융 △기업환경 △과학기술 혁신 △대외개방 △공공서비스 △도시관리 등 6개 방면에서 40개 권한 이양 리스트를 발표했다.
이는 앞서 11일 국무원이 발표한 '선전 중국특색 사회주의 선행시범구 종합개혁 시범 시행방안(2020~2025년)', 이른바 '선전 5개년 개혁방안'의 후속 조치다.
특히 중국이 성·직할시·자치구가 아닌 지방 도시에 권한 이양 리스트를 발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선전이 향후 중국 개혁 선행시범구로서 여러가지 혁신적인 조치를 자체적으로 만들어 시행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리스트는 구체적으로 선전시 정부가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자율주행차, 무인기, 바이오제약 등 하이테크 분야에서 자체적으로 법률 제도를 입법화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외국인 전문 인력 유치를 위해 비자 신청 절차를 간소화하고 외국인의 기술자격증 시험 참가 규제도 완화했다.
금융 방면에서는 선전 주식시장을 기반으로 한 주가지수 선물 거래를 허용하기로 했다. 현재 중국에는 CSI300(상하이선전300)지수, CSI500지수, 상하이50(SSE 50)지수를 기반으로 한 선물 거래만 허용하고 있다. 선전증시 거래 종목만 기반으로 한 주가지수 선물은 아직 없다.
시장에서는 향후 선전증시 중소 벤처기업 전용 증시인 촹예반(創業板, 차이넥스트) 지수에 기반한 새로운 주가선물 지수가 탄생해 촹예반 투자자들의 위험을 헤지(위험 분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밖에 해외 상장 하이테크 기업의 선전 증시 이중 상장을 적극 지원하고, 개인파산제도도 중국 최초로 도입하기로 했다.
◆ '직할시'와 맞먹는 선전시 지위
더 많은 자주권이 부여된 것에 대해 선전시는 고무적이다. 천루구이 선전시 시장은 "(이번 조치를 통해) 내년 말까지 선전의 비즈니스 환경을 세계 20위권에 진입시키는 게 목표"라며 "2025년까지 선전을 세계에서 가장 발전된 도시 중 하나로, 벤처 창업과 투자의 최고 선택지로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광둥성 정부 자문 싱크탱크인 광둥체제개혁연구회 펑펑(彭鵬) 부회장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를 통해 "선전은 광둥성 지방정부가 가진 자치권을 가지게 된 것과 마찬가지"라며 "심지어 일부는 광둥성 정부에도 부여되지 않은 권한"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선전시 지위는 이제 베이징·상하이 같은 직할시나 '특별행정 도시'와 같은 수준으로 이해될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 미·중 갈등 속 新 성장동력으로 키운다
이번 조치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앞서 14일 선전시 경제특구 지정 4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선전시 개혁·개방을 강조하는 연설을 한 직후 나온 것이다.
시 주석은 연설에서 "중요한 방면의 개혁에 있어서 선전에 더 많은 자주권을 부여하겠다"고 약속하며 "이 같은 개혁은 전 세계가 급변하는 시기 선전이 세계급 혁신 동력이자, 중국 국가 경제 개혁의 모델로 자리매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중국은 광둥성·홍콩·마카오 경제를 통합하는 웨강아오(粤港澳, 광둥·홍콩·마카오) 대만구(大灣區) 발전계획에서 선전의 기술·금융 중심지로서 역할을 적극 부각시키고 있다. 미·중 갈등, 코로나19로 대내외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내수시장 확대에 열을 올리는 중국 지도부는 웨강아오 대만구를 중국 기술·금융 허브로 키워 중국의 새 성장동력으로 키운다는 방침이다.
선전은 40년 전까지만 해도 인구 3만명의 시골 어촌에 불과했다. '중국 개혁개방 설계사' 덩샤오핑이 1978년 중국 개혁개방을 외치면서 1980년 선전을 국가급 경제특구로 지정했다. 선전은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며 오늘 날 텐센트, DJI, 비야디, 화웨이 등 하이테크 기업을 배출한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재탄생했다. 지난해 선전의 경제 규모는 3890억 달러로, 홍콩(3660억 달러), 싱가포르(3720억 달러)도 뛰어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