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출연금으로 운영되는 국책연구기관의 연구원 상당수가 대학 강의 ‘투잡’으로 최근 5년간 37억원의 부수입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 결과, 이 중 절반은 일과시간 내에 벌어졌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경제인문사회연구회(이하 경인사) 및 26개 출연연구기관(23개 연구기관, 3개 부설기관)으로부터 받은 ‘경인사 및 출연연 대학강의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같이 확인됐다고 18일 밝혔다.
의원실 관계자는 “신고된 전체 대학 강의 2467건 중 절반인 1326건은 국책연구원들이 일과시간 중에 나간 강의였으며, 이 중 신고를 지연하거나 아예 신고하지 않은 ‘불법’ 대외활동도 상당수 포함됐다”고 말했다.
대학 강의를 가장 많이 실시한 기관은 통일연구원이었다. 통일연구원은 외부 대학 강의 125건을 실시해 3억6000만원의 수입을 올렸으며, 한국교육개발원은 168건을 실시해 3억4000만원을 챙겼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154건의 대학 강의를 통해 3억3000만뭔의 수입을 올렸고, 한국행정연구원이 111건 2억8000만원,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73건 2억4000만원 순으로 강의를 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일과시간 내에 강의를 한 기관의 경우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100%로 가장 높았다. 이어 한국직업능력개발원(86%),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80%), 한국보건사회연구원(74%), 경제인문사회연구회(73%) 순으로 나타났다.
또 지난해 감사원의 경인사 및 출연연 감사결과에 따르면, 아예 신고조차 하지 않은 불법 대학 강의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현행 ‘연구회 및 연구기관 운영 표준지침’에 따르면, 연구원을 포함한 모든 직원의 경우, 부득이한 경우를 제외하고 대외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사전에 신고서를 제출한 후 기관장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상당수 연구원이 이를 위반한 채 지속적으로 대학 출강을 해온 것이 드러났다.
특히,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원 3명은 2015년 국무조정실 감사에서 미신고 대학 강의 사례가 확인돼 지적을 받았음에도 지속적으로 미신고 대외활동을 통해 수백만원의 수입을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조세재정연구원 소속 한 연구원은 2015년부터 2018년까지 미신고 대외활동을 통해 1600만원의 수입을 올렸다.
이 의원은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책연구기관 연구원들이 본업인 연구는 뒷전으로 하고 돈벌이에 급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연구원이 외부강의를 과다하게 수행할 경우 본연의 연구 업무에 소홀해지고, 이는 국가 연구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또 “경인사 및 출연연은 부적정 대외활동 문제와 관련해 수차례 외부 지적을 받고도 전혀 개선된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며 “국조실 차원의 전수조사를 통해 불법행위에 대한 엄중한 책임을 묻고, 허술한 대외활동과 관련해서는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