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6GHz 이하(sub‑6GHz) 중대역 5G는 LTE보다 4~5배 빠른 통신 속도밖에 보여주지 못하지만, 28GHz 초고주파 5G는 과거 이동통신사들이 예고한 대로 LTE보다 10배 이상 빠른 속도를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28GHz 초고주파 5G가 진정한 5G라는 평가마저 나온다.
하지만 통신 업계에선 당연한 결정이라는 반응이다. 대부분의 국가가 5G 표준을 토대로 6GHz 이하 주파수를 활용한 5G 상용화에 나선 반면 미국은 빠른 5G 상용화에 집착한 나머지 이동통신사 간 5G 주파수 배분이 중구난방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 삼성전자, 애플 등 단말기 제조사가 전략적인 결정을 내렸다는 게 통신 업계 전문가의 설명이다.
단말기 업계에 따르면, 2·3G 시절부터 버라이즌은 독자적인 주파수 대역과 통신 기술을 사용하고 있음에도 가입자 수와 커버리지를 무기로 단말기 제조사에 자사 전용 단말기를 공급할 것을 강요했다. 이러한 전략은 지금도 주효하다.
때문에 단말기 제조사들은 버라이즌의 독자적인 5G 상용화 전략에 대응하기 위한 미국향 5G 단말기를 별도로 출시하고 있다. 실제로 아이폰12 미국 모델(A2341·A2342)은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에 판매하는 아이폰12 모델(A2399·A2403)과 모델 번호가 달라 처음부터 별도로 설계되어 판매되는 제품임을 알 수 있다. 초고주파에 연결하기 위한 전용 안테나를 추가로 탑재해 제품 무게도 2g 더 무겁다. 과거 삼성전자도 미국에 '갤럭시S20 플러스'와 '갤럭시S20 울트라'를 출시하기 위해 초고주파 전용 안테나를 추가한 전용 모델을 만들어야만 했다.
고주파수 5G를 먼저 상용화한다는 버라이즌의 전략은 아직까진 득보다는 실이 많은 모양새다. 고주파수는 속도가 빠른 대신 도달거리가 짧아 기지국을 중대역보다 촘촘하게 깔아야 한다. 그만큼 5G 커버리지가 좁아질 수밖에 없다. 실외에서 이용하는 것은 아직까진 어렵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에 버라이즌의 경쟁사들은 비교 광고를 허용하는 미국의 광고법을 이용해 "버라이즌의 5G는 실내에서만 터진다"는 내용의 조롱성 광고를 진행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버라이즌은 애플에 자사 전용 단말기를 요청하며 아이폰12 출시를 계기로 5G 이용자 확대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한스 베스트버그 버라이즌 최고경영자는 애플 온라인 제품 공개 행사에 출연해 "초고주파 5G를 지원하는 미국향 아이폰12는 버라이즌의 5G의 성능을 보여주는 최적의 단말기"라며 "올해 말까지 미국 내 60개 도시로 버라이즌의 5G 서비스 지역을 확대하고 NFL 등과 협력해 5G만 가능한 신규 서비스를 발굴할 것"이라고 밝혔다.
버라이즌이 5G 커버리지 확대보다 속도에 치중하는 전략이 가능한 이유는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5G를 LTE의 대체제가 아닌 보완제로 이용할 수 있게 허가해줬기 때문이다. 즉 전국망은 LTE선에서 유지하고 5G는 일부 지역에서 통신 속도를 끌어올리는 데 활용하거나, 미국 내 오지에서 유선인터넷을 대체하는 용도로 활용할 계획이다.
이러한 FCC의 정책에 맞춰 애플도 아이폰12에 '스마트 데이터 모드'라는 기능을 추가했다. 이는 5G의 속도를 필요로 하는 작업을 할 때에는 5G로 데이터를 전달받고, LTE만으로 가능한 작업을 할 때에는 LTE로 데이터를 전달받아 5G망 부담을 줄이는 기술이다. 이 기능을 이용할 때 안테나에 현재 5G에 연결했다고 표시할지 아니면 5G에서 LTE로 전환됐다고 표시할지 알려진 것은 없다.
반면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는 5G를 LTE를 대체할 통신 기술로 보고 있다. 이에 먼저 6GHz 이하 주파수로 5G 전국망을 구축한 후 실내나 기업(B2B)을 중심으로 고주파수 5G 상용화에 나설 계획이다. 전 세계적으로 28GHz 망구축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까지 미국향 단말기 외에 다른 단말기에서 초고주파 5G를 지원하는 모습은 찾기 어려울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