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심홀릭]④ "나, 클릭할래" 영상은 B급, 효과는 A급?!

2020-10-15 08:00
  • 글자크기 설정
연예·스포츠·여행에 이르기까지 모든 콘텐츠를 '모바일'로 즐기는 시대가 됐다. 코로나 팬데믹에 사회적 거리 두기가 강화된 것도 '디지털 대면 서비스'를 앞당기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엔터테인먼트를 담당하는 영화와 가요·방송은 물론, 공연과 관광, 스포츠는 새로운 플랫폼을 등에 업고 시공을 초월해 전 연령층을 사로잡고 있다.

극장에 한정됐던 영화는 넷플릭스 등 OTT라는 플랫폼 안에서 독창적인 콘텐츠를 생산해내고 있고, 가요계는 '틱톡' 등의 새 공간에서 팬덤을 형성해 나가고 있다. 방송도 '웹드라마'라는 새로운 포맷을 통해 시청자를 찾아온다. 코로나 확산세에 여행길이 막히자, 여행업계는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랜선여행'이라는 새로운 시도를 하며 위기 극복에 한창이다.

트렌드는 시대와 역사를 반영한다. '위드 코로나 시대'를 맞아 각 업계가 어떻게 변화해 나가는지 업계별로 살펴보기로 한다. <편집자 주>

 

(왼쪽부터) 자이언트 펭TV의 펭수, 충주시 홍보맨 김선태 주무관, 한국관광공사 해외홍보 영상 [사진=아주경제 DB]

재미있게 만든 B급 영상이 A급 영상 10개 부럽지 않은 시대다. 전혀 뜰 것 같지 않은 B급 영상은 온라인상에서 끊임없이 회자되기 시작했고, 급기야 두터운 팬층을 형성하기에 이르렀다. 자고 일어나면 생기는 유튜버 채널과의 경쟁 속에서 살아남은 것은 다름 아닌 정부와 지자체, 공기업의 공식 유튜브 채널이다. 다소 딱딱하리라고 생각했던 이들의 영상은 예상을 뒤엎은 콘텐츠 기획력과 재밌는 연출능력이 더해지며 인기 유튜브 반열에 올랐다. 

B급 감성의 선두주자를 꼽으라면 단연 펭수다. 사람이 아닌 동물이 '유튜브 스타'로 성장한다는 것도, 교육방송공사(EBS)의 연습생이라는 것도 모든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210㎝ 자이언트 펭귄 '펭수'. 남극유치원을 졸업한 펭수는 뽀로로와 방탄소년단(BTS)을 보고 지난해 남극에서 헤엄쳐 와 EBS의 연습생이 됐다. EBS 소품실에서 거주하는 펭수는 10살에 불과하지만, 입담과 순발력만큼은 그 누구에게도 뒤처지지 않는다. 

펭수의 매력은 기존 뽀로로같은 펭귄의 이미지와 정반대된다는 데 있다. 비단 뽀로로뿐 아니라 착하고 귀여운 성격에 교훈적인 메시지를 전하는 핑구와도 상반된다.

소속사 사장(김명중 EBS 사장)의 이름을 존칭도 없이 부르며 수직적인 조직체계에 저항하는 코믹한 B급 감성은 근엄함에 익숙해있던 중장년층 직장인에게 제대로 통했다. 말과 행동에 거침이 없는 펭수의 인기는 나날이 치솟으며 현재 유튜브 구독자 205만을 보유한 파워 인플루언서로 급부상했고, 각종 광고(CF)까지 접수하는 '우주대스타'가 됐다. 

충북 충주시의 한 주무관이 기획해 내놓은 B급 영상도 최근 온라인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충TV 담당자인 김선태 주무관의 일상을 담는가 하면 팬사인회를 개최하는 등의 엉뚱한 콘텐츠도 등장한다. 최근 인기를 끄는 콘텐츠를 패러디하되, 시정 홍보를 가미한 이 영상들은 게시될 때마다 큰 화제를 낳았다. 

지금까지 가장 인기가 많았던 콘텐츠는 관짝 소년단 밈(가나에서 관을 든 상여꾼들이 춤을 추는 영상을 패러디한 것) 패러디 영상이다. 관짝댄스를 추면서 코로나 예방법을 홍보한 참신한 발상에 힘입어 조회수는 430만에 육박한다. '가짜사나이' 등 B급 패러디물도 조회수가 상당하다. 

김선태 주무관은 내부의 비판과 만류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B급영상 게재를 시도했고, 온라인상에서 관심을 끄는 데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관광공사가 이날치 밴드·엠비규어스와 관광 거점도시에서 선보인 내외국인 대상 홍보영상은 누적 조회수 3억뷰를 바라보고 있다. 

정장을 입고 수영모와 수경을 쓴 남녀가 타인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흥겨운 국악에 맞춰 신나게 춤을 추는데, 처음에는 '이게 뭔가' 싶다가도 금세 영상에 중독된다. 여행과 국악, 춤, 그리고 우스꽝스러운 복장까지. 자칫 생뚱맞을 것 같은 이 요소들이 결합한 B급 영상은 전 세계인의 호응을 끌어냈다. 이번에 추가로 선보인 안동·강릉·목포 편도 호응을 얻고 있다. 

"세금은 이런 데 써야지." "코로나 끝나면 반드시 한국 여행 가야지" 등의 열띤 호응은 코로나19 여파에 침체한 관광업계 전반에 큰 힘이 돼 주었다. 

우리가 B급 콘텐츠에 열광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B급 영상에는 예쁜 척하는 주인공이 없고, 틀에 박힌 근엄함도 벗어던졌다. 우스꽝스러운 말투와 행동들이지만, 한 데 모이면 핵폭탄급 웃음을 선사한다. B급 코드로 무장한 B급 영상이 B급 감성을 제대로 공략하며 A급 효과를 톡톡히 누리는 이유다.

B급 영상 신드롬은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유쾌하되, 묵직한 울림까지 선사하는 이 영상들은 이미 A급이 된 지 오래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