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자 내보낼 돈이 없어요"...전세퇴거대출 하늘의 별따기

2020-10-07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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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차법後, 세입자 내보내고 실거주하려는 집주인 늘어

퇴거대출, 사실상 주담대...2주택 이상은 대출실행 어려워

새 임대차법 시행 이후 집주인들의 '전세퇴거자금대출(전세보증금반환대출)' 문의가 급증했다. 계약갱신청구를 거절하고 임차인을 내보내기 위해서는 2년을 실제 거주해야 하는 규제 때문이다. 하지만 대출 실행건수는 미미한 실정이다. 관련 대출이 주택담보대출과 같은 규제를 받아 2주택자는 대출을 받는 게 어렵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퇴거대출 대신 개인사업자대출 등을 받아 보증금을 마련할 수 있었지만 최근 정부의 부동산대책과 금융당국의 감시 강화로 이마저도 막혔다. 보증금을 돌려줘야 하는 다주택자는 주택을 처분하는 것 외엔 다른 방도가 없는 셈이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7월 31일 임대차 2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이 시행된 이후, 전세퇴거자금대출을 받아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고 실입주하려는 집주인들이 크게 늘었다. 

지난달 임대인 A씨는 "임대차 3법 때문에 내년에 전세입자를 내보내고 들어가 살 계획"이라며 "보유 중인 주택 외에 분양권이 하나 있고 중도금 대출을 받아둔 상태인데 전세퇴거자금 대출이 가능한지 궁금하다"며 대출 상담사를 찾았다.

대다수 금융권 대출 상담사는 새 임대차법 시행 이후 두달 남짓한 기간 동안 이 같은 문의가 눈에 띄게 늘었지만, 막상 대출 실행이 가능한 집주인들은 많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H 저축은행 관계자 김모씨는 "지난해보다 올해 전세퇴거자금대출을 찾는 분들이 크게 늘어났는데, 실제 실행은 요청건수의 3분의1도 안 된다"며 "서울에선 1주택자도 LTV(담보인정비율)가 40%밖에 되지 않는데, 이 안에서 보증금을 충당하기 어렵다. 현금을 보유한 사람도 많지 않다"고 했다.

전세퇴거자금대출 LTV는 1주택자 기준으로 투기·투기과열지구에서는 40%, 조정대상지역에서는 50%, 기타지역에서는 70%까지다. 2주택자 이상은 규제지역의 경우 최대 1억원까지, 비규제지역은 60%까지 적용받는다.

I 대출금리비교서비스업체 관계자 고모씨는 "오늘도 헬리오시티에서 두 분이나 연락을 줬는데, 헬리오시티는 미등기 아파트라 담보를 잡기 어려워 힘들다고 전했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집주인들이 개인사업자대출을 일으켜 보증금을 마련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지난 6·17부동산대책 이후 금융당국이 예의주시하는 상황이라 이마저 녹록지 않다는 설명이다.

또 다른 저축은행 관계자는 "개인사업자대출로 한창 돌렸는데 6·17대책 이후 막혔다고 보면 된다"며 "지난달에는 금융감독원 감사도 있었다"고 전했다.

6·17대책에 따르면 지난 7월 1일부터 전 지역에서 법인과 개인사업자를 포함한 주택 매매·임대사업자의 주택담보대출이 금지됐다. 기존에는 규제지역 내 사업자의 경우 LTV 20∼50%가 적용됐다.

집주인들이 세입자를 내보내려 하는 이유는 임대차법 시행으로 계약갱신 시점 보증금을 자유롭게 올리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하면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의무적으로 계약을 1회 연장해야 한다.

실거주 기간이 길수록 장기보유특별공제가 늘어나는 만큼, 이참에 세입자를 내보내고 들어가는 게 낫다는 판단도 있다. 재건축·재개발 주택의 경우 조합원 입주권 취득을 위해선 2년 실거주 요건을 채워야 한다는 점도 이 같은 현상을 부추겼다.

6·17대책 이후 갭투자가 어려워진 점도 영향을 미쳤다. 정부는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내 시가 3억원 초과 아파트를 신규 구입하는 경우 전세대출 보증을 제한했다. 또 전세대출을 받은 후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내 3억원 초과 아파트를 구입하는 경우 전세대출을 즉시 회수하기로 했다.

유주택자에 대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한도도 최대 4억원에서 2억원으로 축소했다. SGI서울보증의 한도는 최대 5억원에서 3억원으로 내렸다.
 

[그래픽=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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