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준의 지피지기] 신장위구르 자치구에서는 지금 무슨 일이?

2020-10-06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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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폭발하는 곳

박승준의 지피지기(知彼知己)


중화인민공화국의 지형은 서고동저(西高東低)로 되어있다. 서쪽이 높고, 동쪽이 낮다. 그래서 황허(黃河)와 장강(長江)은 서에서 동으로 흐른다. 중국 땅의 서쪽 끝에는 파미르 고원이 있다. 파미르는 현지 거주민인 타지크족의 언어로 ‘세계의 지붕(世界屋脊)’이라는 뜻이다. 고대로부터 중국과 유럽은 이 파미르 고원을 사이에 두고 서로 따로 떨어져 살아 왔다. 파미르 고원을 사이에 둔 중국과 유럽의 분리상태가 무너진 것은 18세기 유럽의 산업혁명 때문이었고, 산업혁명은 1765년 영국의 제임스 와트가 발명한 증기기관으로 시작됐다.
사람의 노동력과 소, 말 등 가축의 힘만이 동력이던 산업혁명 이전 시대에서 증기기관의 발명으로 인류사회는 새로운 동력을 갖게 됐고, 산업혁명의 결과 증기기관으로 움직이는 군함을 갖게 된 영국은 청나라 대포보다 훨씬 먼 거리를 날아가는 함포를 장착하고 1840년 중국 남부를 공격해서 아편전쟁을 일으켜 홍콩을 150년 조차지로 확보했다. 영국과 프랑스를 앞세운 유럽은 청 왕조가 지배하는 중국을 반식민 상태로 만들어 이른바 ‘서세동점(西勢東漸)’의 세계사 흐름을 만들어냈다.

신장위구르 자치구의 중국어 발음 ‘장’은 한자로 ‘疆(강)’이라고 쓴다. 이 글자의 오른쪽 부분을 자세히 보면 가로로 그은 세 개의 선과 그 세 개의 가로선 사이에 두 개의 밭 ‘田(전)’자로 이뤄져 있다. ‘疆’이라는 한자는 형상문자로, 맨 위의 가로 선은 알타이산맥을 가리키고, 그 아래의 밭 田자는 준가르(Zhunngar · 准噶尔)분지를 가리킨다. 가운데의 가로 선은 천산(天山) 산맥을 가리키며, 그 아래쪽 밭 田자는 중국 사람들이 타리무(塔里木)분지라고 부르는 타클라마칸 사막이다. 타클라마칸 사막은 중국인의 관점에서 이 사막에 들어가면 죽어서도 못 돌아 나오는 죽음의 사막이었다. 물론 지금은 매장량을 알 수 없는 석유와 천연가스, 각종 지하자원의 보고(寶庫)가 되어있다.

이 타클라마칸 사막을 가리키는 밭 田자의 아래쪽 가로 선은 옥(玉)으로 이뤄졌다는 쿤룬(崑崙)산맥을 가리킨다. 중국 입장에서는 톈산산맥 남북의 준가르 분지와 타클라마칸 사막 일대를 ‘疆’이라고 부르고, 그 동쪽을 ‘강역(疆域)’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疆’은 영어로는 ‘boundary’로 번역된다. 이 글자는 마치 하늘 위에서 이 지역을 내려다본 듯이 글자 하나에 지역의 특성을 그려 넣었다. 이 疆의 북쪽 분지, 알타이산맥 남쪽과 톈산(天山)산맥 북쪽에 위치한 준가르분지 지역에 살던 준가르 민족을 18세기 청의 건륭황제가 복속시켜 새로운 강역에 포함시켰다고 해서 ‘신장(新疆)’이라고 이름붙였다고 중국인들은 말한다.

그러나 이 지역에 위구르(維吾爾 · Uygur)인들을 대표로 하는 소수민족 자치구가 성립된 것은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정부가 수립된 6년 뒤인 1955년 10월 1일이었다. 이 지역은 원래는 소련의 영향권 안에 있던 이스트 투르키스탄(東突厥 · East Turkistan) 정부가 있었으나, 소련 공산당 최고 권력자 스탈린과 중국공산당 주석 마오쩌둥(毛澤東)의 협상 결과 중국공산당 영향권으로 넘어갔다는 것이 미국과 유럽 국제정치학자들의 시각이다. 거기에다가 마오는 1949년 9월 21일 중국공산당 주도로 개최된 제1차 인민정치협상회의에 신장위구르 자치구의 이스트 투르키스탄 권력자 5명을 참가하도록 초청했는데, 이 5명이 탄 비행기가 이 지역 중심도시 우룸치에서 베이징으로 날아가는 도중 추락해 모두 죽는 바람에 중국공산당을 지지하는 쪽으로 기울어진 자치정부가 탄생했다고 미국과 유럽의 역사학자들은 주장한다.

신장위구르 자치구는 중국 지방정부 가운데 가장 넓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으며, 넓이는 166만㎢로, 중국 국토면적의 6분의 1을 차지하고 있고, 한반도 면적의 7.5배에 달한다. 러시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크스탄, 파키스탄, 몽골, 인도, 아프가니스탄 등 8개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다. 신장위구르자치구가 중국이 ‘주변국가(周邊國家)’라고 부르는 인접국과 맞닿아있는 국경선의 길이는 5600㎞에 이른다.

중국공산당의 고민은 이 지역이 1955년 10월 1일 ‘신장위구르자치구’로 편입되기 이전에 존재하던 ‘동돌궐(東突厥)’ 즉 이스트 투르키스탄(East Turkistan) 국가의 회복을 목표로하는 분리독립 운동이다. 미국과 유럽은 중국정부가 이 분리독립운동을 탄압하기 위해 위구르(Uygur)족을 중심으로 한 소수민족들을 대거 체포해 수용소에 수용하고 인권탄압을 자행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최근 들어서는 각종 생체정보 빅데이터와 스마트폰, 드론, 위성 감시 장치 등 각종 첨단 장비를 동원해서 소수민족들의 이스트 투르키스탄 분리독립 운동을 탄압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근 들어 신장위구르 분리독립주의자들은 동남아를 경유해서 중동의 이슬람국가(IS)의 테러리스트와 연결을 시도하고 있고, 중국 정부는 신장위구르 분리독립주의 세력 가운데 무장투쟁을 벌이는 세력들을 ‘테러리스트’로 규정하고, 미국과 유럽에 대해 “테러리즘은 중국과 서방사회 공동의 적”이라는 논리를 세워 “신장위구르 분리독립 세력은 중국과 미, 유럽이 공동 대처해야 할 집단”이라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지난 2015년 터키 앙카라에서 개최된 G20 정상회의에서 “중국은 테러리즘의 피해국가”라고 주장하면서 “신장위구르 자치구의 이스트 투르키스탄 테러리스트들에 대한 중국 정부의 공격은 국제 공조를 해야할 사안”이라면서 “우리 중국은 테러리즘에 대해 유엔이 주도하는 앤티 테러리즘 종일전선을 구축해서 국제사회가 안정을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파미르 고원과 그 동쪽 죽음의 사막 타클라마칸 사막으로 중국, 동아시아와 유럽은 서로 분리된 채 근대까지 따로 역사를 써왔고, 중국과 동아시아에서 유럽으로 통하는 길은 현재 위구르 자치구의 가운데를 동서로 가르지르는 톈산산맥을 따라 난 길 실크로드가 유일한 통로였다. 중국 동부의 장쑤(江蘇), 저장(浙江)성에서 생산된 비단과 차(茶)가 이 실크로드를 통해 로마를 비롯한 유럽 각국으로 비싸게 수출됐다. 톈산산맥 북쪽으로 난 길은 톈산북로였고, 남쪽으로 난 길은 톈산남로였다.

중국과 동아시아에서 남아시아의 인도로 가는 길은 일단 실크로드를 따라 타클라마칸 사막을 통과한 후 파미르 고원에 이르기 전에 남하해야 인도로 갈 수 있었다. 당나라의 현장(玄奘 · 602 ~ 664)의 대당서역기(大唐西域記)나 신라 혜초(慧超 · 704~787)의 왕오천축국전(往五天竺國傳)은 모두 실크로드를 따라 현재의 신장위구르 지역을 통과해서 남하해 천축(天竺)이라고 부르던 인도에 가서 불경을 공부하고 수집해온 기록이다. 혜초와 같은 시대를 살았던 당나라 시인 이태백(李太白 · 701~762)은 관리로 등용되지 못한 울분을 달래기 위해 투르판 등 신장위구르 지역을 여행하면서 시를 남겼다.

위구르족은 투르판을 포함한 타클라마칸 사막 곳곳의 오아시스 지역에 퍼져 사는 유목민족으로, 2010년 중국 인구센서스 결과 1006만9346명을 기록했다. 한족을 포함한 전체 인구는 2523만여명으로 집계된다. 위구르족은 180㎝가 넘는 성인 남자가 많을 정도로 체격이 큰 민족이다. 얼굴 생김새는 중동인에 가까우며 대부분 이슬람교를 신앙으로 갖고 있고, IS를 비롯한 이슬람 테러리스트와 연결해 분리독립을 시도하고 있어 중국당국에 문제를 안겨주고 있다.

최근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중국 정부가 감염현황을 발표할 때 다른 지역은 모두 성(省)이나 자치구(自治區) 당국 명의로 발표했으나, 신장위구르자치구만은 ‘신장생산건설 병단(兵團)’ 명의로 발표했다. 이 병단이란 조직은 이 지역이 자치구로 선포되기 전인 마오쩌둥 시절 1954년 10월 7일에 중국 인민해방군 제1야전군이 조직한 행정-군사-기업 3원1체의 조직으로 중국공산당의 직접 지휘를 받는 조직이다. 바이러스 감염자 숫자를 신장위구르 자치구 정부가 발표하지 않고 군 조직인 생산건설 병단이 집계해서 발표되는 점을 보면 현재 이 지역이 중국 인민해방군이 행정조직을 대신하고 있는 지역임을 말해준다. 분리독립 세력의 테러가 얼마나 빈번하게 벌어지는지도 유추하게 해준다.

신장위구르 자치구 지역에 대한 중국정부의 소수민족에 대한 체포와 수용소 건설, 인권탄압을 둘러싼 미국, 유럽과 중국의 다툼에 대해 우리 정부는 유사시에 전략적 카드로 활용하면 될 것으로 판단된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가 추구하는 미국-일본-호주-인도의 ‘사각(Quad) 안보협력’은 태평양 통제권에서 중국을 배제하려는 미국의 전략을 읽을 수 있다. 우리 정부가 전략적 관심을 본격적으로 기울여야 할 부분은 바로 태평양을 사이에 놓고 빚어지는 미국과 중국의 갈등 흐름이다.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최근 예정했던 방한을 취소하자, 왕이 외교부장도 예정했던 방한을 취소하는 모습은 현재 태평양을 사이에 둔 미국과 중국의 한반도에 대한 관심이 얼마나 치열한가를 잘 말해준다고 할 수 있다. /논설고문
 

신장위구르 자치구 철저 관리 당부하는 시진핑 중국 주석 (베이징 신화=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9월 26일 베이징에서 열린 제3차 중앙신장공작좌담회 이틀째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시 주석은 이 자리에서 신장(新疆)위구르자치구에 대한 철저한 관리와 민족 대통합을 당부했다. 미국 등 서구 국가들의 신장 인권 문제 공세에 맞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보인다. 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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