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군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연평도에 위치한 해병대 관측장비를 통해 불빛이 감지된 것을 확인했는데, 북한군이 A씨 시신에 기름을 붓고 불태우고 있었던 것"이라며 "당시에는 몰랐으나, 여러 정황을 취합한 결과 해당 사실을 인지했다"고 설명했다.
합동참모본부 측은 이날 "북측 해역에서 일어난 사건이고 우리 영토나 영해에서 위협받는 상황이 아니어서 실시간 확인하는 즉시 대응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서해 북방한계선(NLL) 너머 북한 지역 인근에서 군사작전을 펼치기 어려웠다는 뜻이다. 북한 군이 A씨를 바로 사살하고 불태울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는 점도 말했다.
당시 북한군은 구명조끼를 입은 채 부유물에 탑승한 A씨를 바다에서 건져냈다. A씨는 기진맥진한 상태였다. 북한 선박은 A씨를 해상에 그대로 둔 채로 월북 경위 등을 물었다. 그러던 북한은 돌연 단속정을 현장으로 보내 약 6시간 만인 오후 9시 40분께 A씨에게 사격을 가했다. 오후 10시 11분에는 시신에 기름을 붓고 불태웠다.
현재 군 당국은 A씨의 월북 정황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군 관계자는 "해당 공무원이 월북한 정황을 가지고 있으나 밝힐 수 없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다만, A씨가 북한군에 의해 바다에서 구조될 당시 △구명조끼 차림이었던 점 △부유물을 타고 있었던 점 △실종 당시 타고 있던 어업지도선(무궁화10호, 499t) 선미에서 그의 슬리퍼가 발견돼 실족 가능성이 낮다는 점 등이 월북의 정황 근거로 추정되고 있다.
조사 결과는 전날 서욱 국방부장관도 인지하고 있었으며, 청와대에도 즉시 보고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피살된 A씨는 목포 소재 서해어업지도관리단 소속 어업지도공무원(해양수산서기)으로, 사건 당일 소연평도 인근 해상 어업지도선에서 어업지도 업무를 수행 중이었다.
그는 지난 21일 0시부터 오전 4시까지 당직근무를 했으며, 오전 1시 35분쯤 개인 업무를 본다며 조타실에서 내려간 것으로 파악됐다. 동승한 선원들은 이후 같은 날 오전 11시 35분쯤 A씨가 보이지 않자 선내와 인근 해상을 수색, 선미 우현에서 그의 슬리퍼를 발견하고 해경에 낮 12시 51분경 실종신고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