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통신비‧독감백신 등으로 막판까지 힘겨루기를 벌였던 4차 추가경정예산(안)에 합의하면서 가까스로 추석 전 2차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할 수 있게 됐다.
여야 모두 한 발짝씩 양보하면서 합의안을 도출했으나, 재정건전성 논란과 포퓰리즘에 대한 비난은 피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59년 만에 한 해에만 네 번째 편성된 추경이 22일 여야 원내대표 합의로 통과됐다. 여야는 역대 최단기간인 11일 만에 추경을 통과시켰고, 여야가 합의한 날 본회의까지 처리하는 기록을 세웠다. 이는 여야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민생을 우선시하고, 협치에 나서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4차 추경의 8가지 중점내용은 통신비 지원과 독감백신 무료접종, 중학생 돌봄지원비(15만원), 법인택시 운전자 100만원 지급, 유흥주점 200만원 지급, 코로나 백신 물량 예산 증액, 의료인력 지원, 사각지대 위기아동 지원 등이다.
여당이 끝까지 포기할 수 없다고 고집한 통신비는 결국 지원대상을 축소해 지급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여당 측은 통신비 인하 지원사업에 대한 국민의 호응도가 낮고, 승수효과 등에서 비판을 받았던 점, 야당의 반대가 심했던 점 등을 고려해 16~34세 및 65세 이상 국민에 한해 지원하는 것으로 적당히 타협했다.
박홍근 민주당 예산결산위원회 간사는 “중학생은 돌봄지원비 15만원을 지급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통신비 지원이 중복돼 제외했고, 고등학생부터 34세까지의 청년기는 직장이 있는 사람도 있지만 수입이 고정적이지 않은 계층으로 판단해 지원대상으로 선정했다”며 “통신비 선별지급에 따라 당초 9300억원으로 예상됐던 통신비 예산은 5206억원이 절감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야당이 주장했던 전 국민 독감백신 무료접종은 의료급여 수급권자와 장애인연금 및 수당 수급자 등 취약계층 105만명으로 대상자가 한정됐다.
추경호 국민의힘 예결위 간사는 “독감백신의 경우 의료기관에 물량이 상당부분 보급되고 있고, 기존 보급체계에 일정부분 혼선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며 “또 전 국민 접종이 불필요하다는 질병관리청 등 감염병 전문가들의 판단을 중요히 여겨 의견을 수렴했다”고 말했다.
◆역대급 빚잔치에 재정건전성 ‘빨간불’
코로나 재확산으로 운전자의 90% 이상이 소득감소자로 판단된 법인택시 운전자에게는 100만원을 지급하기로 했으며, 피해에도 불구하고 정부 방역방침에 협조한 집합금지업종인 유흥주점‧콜라텍에는 200만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또 중학생을 대상으로 ‘비대면 학습지원금’ 15만원을 지급하고, 전 국민의 20%(1037만명)에 대한 코로나 백신 물량 확보를 위한 예산 1839억원을 추경에 포함시켰다. 의료인력 지원비로 179억원을 편성했으며, 최근 라면을 끓여 먹다 크게 다친 형제와 같이 사각지대의 위기 아동을 보호하기 위한 예산 47억원을 추가로 배치했다.
이번 4차 추경에 따라 일부 국민들은 시름을 다소 덜게 됐으나, 국가재정은 시름이 더 깊어졌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4차 추경에 따른 국가채무는 역대 최대인 846조9000억원에 달하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도 역대 최대인 43.9%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38.1%였던 국가채무비율이 5.8% 포인트 오르면서, 상승폭은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3.9% 포인트)과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2009년(3.0% 포인트)보다 큰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 1인당 나랏빚도 2017년에는 1280만원이었으나, 올해는 1640만원(추계인구 기준)으로 늘었다.
이에 따라 재정준칙 도입 목소리가 점점 더 거세질 전망이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4차 추경안 분석 보고서를 통해 코로나19로 인한 소비‧고용 감소를 막기 위해 탄력적인 재정 운용이 불가피하다면, 장기적 시각에서 재정 목표를 수립하고 지속 가능한 재정운용계획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과감한 지출 구조조정을 보다 강력하게 추진하기 위해서는 재정준칙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