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방안은 순환출자(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 해소를 기본으로 한 지주사 전환과 기존 사업지주를 유지하는 형태 등이 거론된다.
지주사 전환 대표 시나리오는 현대모비스, 현대차, 기아차를 각각 인적분할 해 3개 투자부문을 합병(가칭: 현대차홀딩스)하는 방안이다. 이후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현대글로비스 보유 지분을 현대차홀딩스에 현물출자해 그룹 지배력을 강화하게 된다.
현대차그룹이 지주사 전환을 시도할 수 있는 가장 큰 유인은 오는 2021년 말 종료되는 ‘주식의 현물출자 등에 의한 지주회사 설립에 대한 과세특례’다. 지주사 설립 시 정 부회장 등 주주들은 해당 주식을 매각할 때까지 과세가 이연된다. 사실상 주식 처분 가능성이 없는 정 부회장 입장에선 세금 납부가 면제되는 셈이다.
인적분할 과정에서 자사주를 활용해 지배력을 더욱 공고히 할 수도 있다.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지만 인적분할 시 자사주에 대해 분할 신주를 배정하면 대주주 의결권이 강화된다. 다만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상법 일부개정 법률안은 이러한 ‘자사주 마법’에 제동을 걸 수 있다.
공정거래법상 지주사는 자회사 지분을 20% 이상 보유해야 한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30%로 기준이 상향 조정된다. 현대차그룹이 지주사로 전환하면 현대차홀딩스가 현대모비스, 현대차, 기아차 지분을 각각 30% 이상 보유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현대모비스와 기아차는 총수와 특수관계인 지분이 각각 31.22%, 35.62%인 반면 현대차는 29.38%를 기록하고 있다. 자회사 지분은 현대모비스와 기아차가 1%대에 불과하지만 현대차는 6%를 넘어 자사주 활용을 통한 지배력을 높이는데 유리하다. 지난 3월 정 부회장이 기아차를 제외한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지분을 직접 매입한 것도 지주사 전환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당시 정 부회장이 매입한 지분이 크지 않아 지배구조 개편과 연관을 짓기 어려웠다”며 “지주 전환 가능성이 낮다는 의견이 주를 이루는 상황에서 특히 현대차 지분 매입은 의외였다”고 말했다. 그는 “지주사 출범을 준비하고 있다면 의문이었던 퍼즐이 맞춰진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현대카드 IPO, 금융계열사 독립 경영 신호탄인가
현대차그룹이 지주사로 전환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로 금융계열사가 꼽힌다. 공정거래법상 금융회사 지분 보유가 금지되기 때문이다. 특히 자동차는 고가인 탓에 할부, 대출, 리스 등 금융서비스가 필수다. 글로벌 주요 자동차업체들도 전속 금융회사를 통한 고객 확보 전략을 펼치고 있다.
최근 현대차그룹 현대캐피탈과 현대카드 ‘매각설’이 시장에서 거론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과거에도 금융 규제가 강화되고 수익이 줄면서 현대차그룹 금융계열사 매각이 시장을 떠들썩하게 만든 때가 있었다. 당시 현대차그룹이 매각설을 일축하면서 단순 소문에 그쳤다.
소문 근원지는 GE캐피탈이었다. 지난 2017년 글로벌 사모펀드들은 GE캐피탈이 보유한 현대카드 지분 43% 중 24%을 넘겨받았다. 해당 지분 매각이 ‘매각설’로 확대된 것이다. 현대커머셜은 나머지 19%를 사들여 지분율을 24.54%로 끌어올리고 최대주주인 현대차(36.96%)에 이어 2대주주가 됐다. 현대커머셜 최대주주(유상증자 후 지분율 희석)는 정의선 부회장 누나인 정명이 현대카드 브랜드부문장(25%)이며 정 부문장 남편인 정태영 부회장(12.5%)이 2대주주다.
지난해 현대카드가 기업공개(IPO) 선언을 하면서 그간 거론됐던 현대차그룹 금융지주사 설립 가능성도 고개를 들었다. 정태영 부회장 부부가 현대커머셜을 중심으로 한 지주사를 지배하고 그 아래 금융계열사들을 두는 방안이다. 법적으로는 금융과 산업이 분리되지만 실질적으로는 긴밀한 협업을 이어갈 수 있는 것이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 지주사 전환은 가능성이 낮은 지배구조 개편 시나리오였다”며 “지난해 현대카드가 IPO 선언을 했을 당시만 해도 업계에서는 ‘설마’하는 눈치였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정의선 부회장이 현대모비스와 현대차 지분을 매입하면서 지주 전환 가능성을 완전 배제하진 않는 분위기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