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섬 이상국의 뷰] 문제의 '투명 방패 나노필터 마스크'를 생각하며

2020-09-05 18:21
  • 글자크기 설정

정치적인 입들이 지나간 다음, 그 마스크는 어떻게 되었나

정치적 논란의 중심이 된 마스크

나노필터를 사용한 신종 마스크(투명 방패 마스크)가 갑자기 논란을 불러 일으킨 건,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김미애 비대위원이 착용하고 등장한 것에 대해 비판이 쏟아져 나오면서부터다. 이 마스크는 식약처 허가를 받지 않은 것이었고 비말 차단 효과가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제품이었다.

여권의 이 비판에, 야당은 이 마스크를 먼저 끼고 공적인 자리에 나타났던 사람은 조국-정경심 부부였다고 맞받아친다. 마스크 제품이 여야의 공방 한 복판에 끼어 '방역에 무책임한 물건'의 상징처럼 되었다. 이와 함께 이 마스크는 재론의 여지 없는 금기 제품이 되었다.
 

[투명 방패 나노마스크 ]


식약처의 경고

지난 달 25일 식약처는 "나노필터 마스크는 의약외품이 아니라 공산품"이라고 규정하면서 "식약처에서 허가한 의약외품 마스크인 KF94, KF80, KF-AD 등을 착용할 것"을 권했다.

식약처의 공식 발표 이후 서울시 당국은, 나노필터 마스크의 착용을 공식적으로 말리기 시작했다. 비말 차단과는 거의 상관 없는 천마스크를 비롯한 패션마스크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나노필터를 채용한 이 마스크만을 콕 찍어 착용하지 말라고 권고하고 나선 것이다.

이런 조치에는, 이 마스크를 제조 유통한 업체들의 일부에서, 이 제품을 마치 '비말 차단 효과'를 공식적으로 검증받은 것처럼 홍보해 허위 혹은 과장 광고의 혐의가 있다는 점도 감안되었을 것이다. 이 엄중한 코로나 역병의 시대에, 생사나 안전과 직결되는 방역 제품을 내놓으면서 소비자를 현혹시키거나 기만하는 일은, 무슨 말로도 용납할 수 없는 게 당연하다.

언론사 후배 K가, 이 마스크에 대해 취재하고 싶다고 말했다. 방패 마스크에 대한 논란이, 정치와 당국의 '말'들만 있고 정작 마스크 개발하고 제조하고 유통한 사람들의 '말'들이 빠져 있다는 것이다. 왜 이런 위험한 마스크를 만들었는지, '팩트'를 체크해보고 싶다고 했다. 나는 선배로서 그 취재를 도와주고 싶었다. K는, 지난 2주에 걸쳐 식약처와 기술표준원의 담당자들을 취재하고, 업체를 직접 찾아가 개발자와 제조-유통업자를 만났다. 그러면서 몇 가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어디 소관인지 알 수 없는 마스크

우선, 식약처의 태도였다. 식약처는 '나노필터를 채택한 망사 마스크가 의약외품 허가를 받은 제품은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리고 "의약외품 허가를 받지 않은 제품은 공산품이며 그건 식약처와 소관 사항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럼 그건 어디가 소관처냐고 물었더니 '국가기술표준원'을 가르쳐준다. 국가기술표준원에 이 사실을 다시 물었더니, 비말이나 바이러스 항균 등 호흡기 보호와 관련된 제품은 약사법 적용 대상이므로 당연히 식약처 소관이라고 말한다. 아직 허가가 나지 않은 상태로 심사중인 제품이라 하더라도, 시중에 판매가 되고 있다면 식약처가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두 기관의 말을 종합하면 이렇다. 식약처는 <의약외품 허가를 받지 않은 방패 마스크는 식약처 소관이 아니며 공산품이기에 국가기술표준원 소관>이라고 말하고 있고, 국가기술표준원은 <의약외품 허가를 받지 않았더라도 시중에 판매가 되고 있으면 식약처 소관>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이 마스크는 그러니까 현재로서는 공적 기관 어느 곳도 자기 소관이라고 여기지 않는 사각(死角)에 있는 마스크였다. 식약처도 아무런 관리를 하지 않았고, 국가기술표준원도 당연히 이 제품을 다루고 있지 않았다.

업체에 전화로 "접수 불가' 통보

또 하나는 의약외품 허가의 문제였다. 마스크 업체는 식약처에서 원하는 안전성과 효율 관련 검사서를 첨부해 식약처에 '인증 요청서'를 접수했다. 그런데, 식약처는 업체에 전화를 해서 "접수 불가"를 통보했다. 왜 접수하지 않는지는 알 수 없었다. 접수 자체가 안된 상태였기 때문에 안전성과 효율 관련 검사서는 받아들여지지도 않았다.

업체로서는 제품의 판매가 급했기에 한국의류시험연구소(KATRI)에 의뢰를 했다. 연구소에서는 비말테스트를 해주겠다면서 접수를 받았지만 이런 테스트를 소관하는 바이오융합본부에서는, 식약처 의약외품 허가가 나지 않은 공산품이기에 검사 해당사항이 없다고 했다.

지난 6월 식약처 지정기관에서 검사 OK

나노필터 마스크에 대해 공식적으로 검증을 해준 곳은 FITI(산업 기술 정보의 친구 Friend of Industry Technology Information) 시험연구원이다. 피티는 지난 6월에 나노필터 마스크 업체인 에이스백의 의뢰를 받아 검사를 시행한 바 있다. 피티는 나노필터 마스크의 필터 투과율과 액체 저항성을 시험했다.

또 나노필터에서 생길 수 있는 유해물질로 알려진 DMF(dimethylformamide, 다이메틸폼아마이드)의 검출여부도 조사했다. 이런 시험을 거친 결과 효율과 안전성을 인증받았다. 이 시험을 한 까닭은, 지난 4월 대구시교육청이 일부 학교에 보급한 필터교체형 마스크의 나노필터에서 DMF가 검출됐기 때문이다. 이때 1차 검사에서 355~382.6mg/kg의 DMF가 검출됐다.

합성섬유의 방사 용제로 이용되는 DMF는 오랫동안 흡입하면 간에 이상이 생길 수 있다. 그런데 현재의 투명 방패 나노필터 마스크는 '유해물질로부터 안전한 수준'이라는 확인을 받은 것이다. 이런 검증을 해준, 피티는 식약처 시험검사기관 지정 연구소 중의 한 곳이다.

이 검증을 받은 나노필터 마스크는 에이스백이 제조했고 오필리아, 쉐마, 카리스, 엑시아에서 유통하고 있는 제품이다. 이 나노필터를 개발한 업체 개발자는 나노필터 마스크의 필터투과율과 액체저항성 검사 결과서, 자체 실시한 분집포집효율 검사 영상을 보여주며 필터가 효율이 있음을 주장했다.

식약처가 지정한 시험검사기관인 FITI의 필터투과율은 0.44 마이크로미터 파라핀 오일 기준 97%였으며, 비말 차단 마스크로 인정되기 위한 액체저항성 시험의 경우에도 30분 이상 액체 침투를 견뎠다.

나노필터 유해 여부 안전성 입증

필터의 안전성에 대하여 개발자는 “인체에 유해하다고 판단되는 물질에 대해서는 계속 테스트 중”이라고 전했다. 그는 “DMF도 10 미만으로 검출되었다”며 “DMF의 경우 FITI시험연구원에서 검출되지 않는 경우는 없으며 10 미만이 최소의 단위”라 밝혔다.

즉 이 마스크는 <식약처 시험검사기관 지정 연구소에서, 필터투과율과 비말차단 성능인 액체저항성 시험에서 효율을 검증받았으며, 또 유해물질 검출 여부에서도 안정성을 확인받았다>는 얘기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피티는 6월 검사 이후, 같은 종류의 제품을 생산하는 다른 업체에 대한 검사를 거부하고 있다. 식약처 지정 연구소인 만큼 식약처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언론에선 아무도 취재오지 않았다"

나노필터 마스크는, 시장에서 곧 퇴출될 위기에 처했다. 업체들은 반품과 항의에 대처하느라 정신이 없다. 억울한 상황을 토로할 기회를 갖지도 못했다.

기자가 업체를 찾아가자, 그들은 직접 현장을 찾아온 최초의 기자라고 감격하기도 했다. 그간 jtbc에서 전화로 물어온 기자 취재 한 건 외엔 없었다고 했다. 나노필터 마스크와 관련해 현장취재가 거의 없었다는 얘기다.  후배의 취재를 독려하며, 이런 상황이 답답했다. 신기술이나 신제품에 대한, 고식적이고 뻣뻣한 당국의 태도와 언론의 무관심을 실감하는 대목이었다.

나노필터 분야는 한국이 세계적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독보적인 기술 강국이다. 나노필터가 지닌 강점을 활용한 마스크는, 단순히 새로운 패션마스크가 아니라 기술적 우위를 활용해, 전세계의 일상용품이 된 마스크를 혁신제품으로 선도할 수 있는 기회일 수도 있다. 그 가벼움과 숨쉬기의 편함은, 인류를 공감하게 하는 매력이 될 수도 있단 얘기다. 어느 언론의 힐난처럼 '겉멋 부리는 마스크'의 하나로만 볼 일이 아닐지 모른다. 그것이 얇고 투명해질 수 있는 것은, 나노섬유의 기술력 때문이다. 

코로나19 이후는 그 전과 전혀 다른 세계가 등장할 것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국가 브랜드의 굳은 서열도 파괴되고 경제의 주력이 바뀌며 세계의 기업 또한 대역전을 거듭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그 '포스트 코로나 르네상스'는 언택트와 소프트파워 속에 숨어있다. 그런 세계를 선도하는 '혁신'은 이런 작은 갈등과 '낯선 것에 대한 불안'을 풀어나가는 지혜에서 오는 것이 아닐까.

전세계 마스크 시대, 이게  '기회'일 수도

국민의 안전을 위한 공기관과 국가 지도자들의 마음이야 십분 이해할 수 있다. 이 역병의 시대의 국민 건강의 안전보다 더 귀중하고 절실한 것이 어디 있겠는가. 그러니까, 이런 문제는 적극적으로 나서서 사실을 규명할 필요가 있다.

문제를 진심으로 걱정한다면 적극적으로 이 신기술 제품들을 수거하여 대대적인 조사를 해서 문제를 철저히 제거하고 혹시나 제대로 평가하고 있지 못했던 기회를 제대로 확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먼저다. 경제가 꽉 막힌 이 시점에서 뉴딜을 시작하는 정부의 역량은 적극성과 역발상을 포함한 정책 유연성에서 나온다. 

나노필터 마스크 문제는 정치적인 입씨름으로 상대를 비방하는 일에만 골몰하다가, 관심을 거둬버릴 사안이 아닐지 모른다. 새로운 기술에 도전했던 소기업들이 좌절하는 풍경은 결코 사소하지 않다. 경제를 살릴 만한 뭐라도 돋우고 일으켜야 할 시점이다. '작지만 작지않은 코로나 뉴딜'이 될 수 있는, 작은 혁신을 놓치고 있는 게 아닌지 살필 때다.

                             이상국 논설실장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