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고위급 정부인사 중 유일한 지일(知日)파로 알려진 조세영 전 외교부 1차관이 물러나는 동시에 극우파로 평가받던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최근 공식 사임하면서 한·일 관계 향방에 대한 관심이 높다.
이 가운데 이른바 '실세차관'으로 소문난 최종건 신임 외교부 1차관이 새롭게 부임하면서 외교부의 대일(對日) 정책 기조에 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
다만 최 차관이 전임 차관과 달리 한·일 관계에 대한 관심이 높지 않고, 민간 출신 인사인 점을 들어 그가 청와대·외교부의 기존 정책 방향을 따를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 차관은 전날 오후 취임 후 처음으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아베 총리 사임에 따른 한·일 관계 개선 방향을 묻는 말에 "한·일 관계는 아시다시피 우리 공약도 그랬고 지금까지도 그 기조는 상당히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외교부 기조는 투트랙"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외교적 현실에 와서 보니 이론을 공부했던 때와 다르다"며 "당면 현안들은 그것대로 해결하자는 것이다. 그래야 실질적 진전이 있다"고 말했다.
최 차관은 또 일부에서 자신을 두고 '자주파'라고 평가하는 데 대해서도 "20세기적 표현"이라고 일축하며 자신이 교수 시절에 쓴 칼럼이나 논문은 그렇게 해석될 수 있지만 현실 외교는 학자로서 바라보던 외교와 다르다는 사실을 체감했다고 밝혔다. 학자로서의 강경한 입장만으로는 외교 문제를 풀기 쉽지 않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를 두고 외교가 인사는 "최 차관이 기존에 갖고 있던 강경한 입장보다는 유화적이고 현실을 반영한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할 가능성은 높겠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도 "차관이 갖는 책임감 또는 무게감을 고려했을 때 실망스러운 얘기"라며 "차관은 많은 경험을 쌓고 올라가서 해도 어려운 자리"라고 지적했다.
이 인사는 "나아가 외교부 내부에서 최 차관이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부분이 크지 않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도 했다.
최 차관이 현실 외교와 이론 간 괴리를 실감했다고 밝히면서 리더십의 한계를 드러낸 점과 외부 출신의 민간 인사인 점 등을 고려할 때 그가 적극적인 의사 및 의지를 가지고 정책을 직접 결정하기보다 외교부 또는 청와대가 가지고 있던 기조를 그대로 수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이 인사는 "최 차관이 현실 외교 경험이 비교적 많은 부내 직원들의 의견을 수용, 조율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학자 출신의 최 차관은 직전에 청와대 평화기획비서관을 역임하고 이달 14일 외교부 1차관으로 발탁됐다. 임명 직후 전문 외교관 출신이 아닌 민간 출신의 최연소 차관이라는 점에서 의외의 인사라는 평가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