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공동체가 다자주의(multilateralism)를 구하기 위한 중요한 시점에 도달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31일 열린 '2020 외교안보연구소(IFANS) 국제문제회의 웹세미나'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과 관련, 이같이 밝혔다.
그는 "코로나19로 인해 우리가 서로 얼마나 상호 의존적인지 드러났다"며 "코로나19 팬데믹을 극복하고 이후의 세계 보건 분야와 파괴적인 위기에 대비할 '다자간 행동'이 시급하다는 것을 분명히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개인 및 정부가 코로나19 사태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 "(위기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기대보다는 좀 더 명확하고 현실적일 필요가 있다"고 피력했다.
강 장관은 또 코로나19 팬데믹이 기존의 다자기구와 글로벌 거버넌스 시스템의 취약성을 드러냈다고도 판단했다.
그는 "각국은 코로나19로 인해 자국의 인구를 보호해야 하는 상황에 고립됐고 폐쇄된 국경을 만들었다"며 "세계보건기구(WHO)의 분열을 초래한 회원국들은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필요한 국제적 연대 구축 노력을 약화시켰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강 장관은 "외교 주체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강대국 사이의 긴장 고조"라며 "무역 분쟁에서 시작된 경쟁은 경제·기술·군사·안보·정치·공중 보건 분야에서 광범위한 이슈를 아우르는 경쟁으로 확대됐다"고 진단했다.
코로나19에 대한 한국의 접근방식에 대해 강 장관은 "다자주의를 강화하고 평화와 공동 번영만을 목표로 협력을 확대하는 것"이라고 정의하기도 했다.
한편 국립외교원이 개최한 이날 회의는 내달 1일까지 이틀에 걸쳐 진행된다.
앞서 외교원은 지난 27일 '팬데믹 이후의 세계: 지정학적 경쟁과 다자주의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2020 IFANS 국제문제회의'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IFANS는 코로나19 팬데믹 시대의 지정학적 경쟁 격화, 다자주의 유용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국제적 논의의 확산, 두 달여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선이 세계 질서와 미·중 경쟁에 미칠 가능성 등에 주목하고 있다.
이 가운데 열리는 '2020 IFANS 국제문제회의'에서 팬데믹 이후 미·중 경쟁 추이와 이에 대응하는 다자주의의 역할을 진단하고 국제 현안으로 대두된 다자주의의 재건 과정에서 중견국 한국의 정책 방향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외교원은 전했다.
이번 회의는 이날 오후 '팬데믹 이후 세계질서의 재구성과 다자주의의 역할 회복'이라는 주제로 열리는 1세션과 내달 1일 오전 10시 '지정학을 넘어서: 다자주의 재편 과정에서 한국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진행되는 2세션으로 구성됐다.
1세션은 김준형 외교원장이 사회를 맡고 토론자로는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이론가로 저명한 존 아이켄베리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와 아시아적 시각에서 국제질서의 대안을 설파해 온 아미타브 아차리아 미국 아메리칸대 교수, 유럽 통합의 과거와 미래에 천착해 온 타냐 뵈어젤 독일 베를린 자유대 교수가 참여한다.
또 아세안을 대표하는 저명한 외교관 마티 나탈레가와 인도네시아 전 외교부 장관, 한국의 미·중 관계 연구 권위자 최우선 외교원 교수 등이 참여해 다양한 시각에서 새로운 국제질서에 대한 격론을 펼친다.
2세션에서는 오영주 외교안보연구소장이 사회를 맡고, 이신화 고려대 교수와 이승주 중앙대 교수, 정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함상욱 외교부 다자외교조정관, 김태환 외교원 교수 등 다자외교 문제의 최고 전문가들이 토론자로 참여해 변화하는 국제질서 속에서 중견국 한국의 역할 확대와 국제협력 방안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