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의료정책에 반발한 의료계 집단파업을 두고 각종 음모론이 확산하고 있다. SNS에 파업중단을 호소하는 글을 올린 익명의 전공의가 의사를 사칭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가 하면 전공의들이 환자의 생명을 볼모로 정부를 압박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응급실·중환자실 필수인력을 빼내려 했다는 주장도 나오며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1일 의료계에 따르면 "이 정도면 됐다. 환자들이 기다린다"는 글로 전공의들의 집단휴진을 반대해 화제를 모은 페이스북 '일하는 전공의' 계정 운영자가 실제로는 의료계 종사자가 아닐 것이란 의혹이 불거졌다.
한 전공의는 이메일 제보를 통해 "몇몇 의사들이 ('일하는 전공의' 운영자와) 1대1로 대화한 결과 의사라고 생각할 수 없는, 의대생이라고도 생각할 수 없는 정황들이 포착됐다"고 주장했다.
문제가 된 '일하는 전공의' 운영자의 의학 지식 오류는 크게 두 가지다. '일하는 전공의' 운영자는 전공의들과의 대화에서 '호시탐탐'(H·C·T·Tm)에 대해 설명하지 못했다. 호시탐탐은 손바닥에 자리한 4개 뼈를 일컫는 용어다. 의과대학교 본과 1학년도 숙지하고 있는 수준의 문제로 알려졌다.
또 활력징후(바이탈사인: V/S)를 묻는 질문에는 "인성·생각·마음·존중"이라고 답변했다. 활력징후는 환자의 심박수, 혈압, 호흡수, 체온을 측정한 값을 말한다. 환자의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의료진이 기본적으로 관찰하는 항목이다.
누리꾼들은 "드루킹이 떠오르네", "조작이라는건가?" 등 의료계의 의혹 제기에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일부 누리꾼은 "진위여부가 확인되지 않았다"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한편 의료공백이 현실화하면서 국민 생명을 담보로 한 전공의들의 집단휴진을 특권층의 담합으로 힐난하는 여론도 형성되고 있다.
일부 누리꾼들은 전공의들이 생명을 경시했다고 추정되는 정황이 담긴 대화록을 공유하며 집단파업에 대한 반발 여론에 불씨를 키우고 있다.
진위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대화록에는 '바이탈과 치프들끼리 서로 연락해서 딱 하루만이라도 폰 꺼놓고 잠수 타면 가장 효과적인 타격', '필수인력(응급실, 중환자실)들 남기고 있는 걸로 아는데 그러지 맙시다', '의약분업 때 필수인력 남겨두고 진료를 열심히 하는 바람에 정부가 위기감을 느끼지 못해 파업이 장기화된 측면이 있었다' 등 생명과 직결된 필수인력이 업무를 중단해야 파업이 효과를 볼 것이란 주장이 담겼다.
해당 대화록을 접한 누리꾼들은 "이 정도면 '살인예고' 아닌가", "히포크라테스의 선서를 잊었나", "의료면허 박탈해야 한다", "특권층의 이기주의에 지쳤다" 등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의료계는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설립 방안에 반발해 집단휴진을 이어가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업무개시명령이 있었지만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회는 투표를 통해 집단휴진 단체행동을 지속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전날(31일)에는 서울대병원 전공의와 전임의들이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에 반발해 업무를 중단하고 사직서를 제출했다. 오전 11시 기준 전공의 953명 중 895명(93.9%), 전임의 281명 중 247명(87.9%)가 동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