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뉴질랜드 대사관 성추행 의혹이 연일 식지 않는 모양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31일 외교관 성 비위와 관련된 여야 의원의 질의에 "어떤 형태로든 책임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강 장관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외교관 성추행 의혹 사건이 이렇게까지 커진 데 대한 장관 책임을 인정하느냐'는 취지의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 질의에 "청와대 보고서 결론에 없는 내용이라고 하더라도 어떤 형태로도 책임을 져야 할 사항"이라고 답했다.
강 장관은 '청와대 조사결과 보고서에서 외교부에 지적한 사항이 무엇이었느냐'는 이 의원의 질문에 "결론적으로 초동 대응 단계에서부터 한국과 뉴질랜드 정상 간 통화 단계에 이르기까지 외교부 공관과 본부 차원의 대응에서 부족함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결과적으로 그렇지 못한 결과가 됐다"며 "물론 장관이 책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의원이 또한 '지난 25일 외통위에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검토해야 한다고 언급했는데, 진술 검증 없이 해당 외교관에게 징계를 내린 것이냐'고 질타하자 강 장관은 "사건 당시 피해자의 진술과 공관 차원에서 한 조사, 몇 달 뒤에 외교부 감사실에서 한 조사에서 피해자 진술과 몇 달 후 피해자가 뉴질랜드 경찰 당국에 조사를 의뢰하면서 새로운 부분이 있다"며 "그 새로운 부분에 대해서 확인이 필요하다는 말씀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외교부로서는 당시 징계로 마무리됐다고 생각했다"며 "이후 정상 간 통화에서 갑작스레 이 사안이 나왔다. 외교부가 좀 더 면밀하게 대응했어야 한다"고 밝혔다.
더불어 "앞으로도 성 비위 사건에 대해서 외교부 대응 체제를 더욱 강화시켜야 한다는 주문으로 받아들였다"며 "한국과 뉴질랜드 정부 간, 국민 간 소중한 관계가 손상되지 않기를 바라는 의원들의 마음으로 겸허히 받아들였다"고 전했다.
다만 강 장관은 뉴질랜드 국민과 피해자에 대한 사과에 대해서는 "피해자가 겪었을 고통에 대해서는 십분 공감하지만 장관으로서 공개적인 사과는 정치적, 외교적, 법적 함의가 있다"고 재차 선을 그었다.
아울러 향후 대책과 관련해서는 "외교부가 전 재외공관 직원들의 근무 태도와 외교관으로서 가져야 할 품위를 지키도록 하기 위해 여러 노력을 했다"며 "지난 3년간 재외공관 정기 감사도 많이 소진된 상황이고, 성 비위는 물론 갑질 등 사안이 접수될 때마다 기존 지침에 따라 적극 대응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강 장관은 또 "이번 사건을 계기로 지침이 강화될 부분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 인권위(국가인권위원회) 결론 등을 접수 받는 대로 대응 체계를 좀 더 강화하면서 성 비위 사건에서 무관용 원칙을 철저히 지켜나가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한국 외교관 A씨는 주뉴질랜드 한국대사관에서 참사관으로 근무하던 중 지난 2017년 11~12월경 현지인 남자 직원의 엉덩이 등 주요 부위를 손으로 움켜쥐는(squeeze) 등 세 차례에 걸쳐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A씨는 지난해 2월 외교부 내부적인 감사 과정 중 경징계에 해당하는 '감봉 1개월' 처분을 받았지만, 피해자가 지난해 7월 뉴질랜드 경찰에 사건을 신고하면서 사건은 재점화됐다.
뉴질랜드 정부는 같은 해 8월 한국 정부에 주뉴질랜드 대사관의 폐쇄회로(CC)TV 영상 제공과 현장 조사 등 수사 협조를 요청했고, 한국 정부가 대사관 및 현지 공관 직원들에 대한 면책특권 침해를 이유로 거부하자 총리 등 정부 고위급 인사가 직접 나서 한국에 대한 불만을 표출해 논란이 됐다.
특히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는 지난달 28일 문재인 대통령과 통화에서 사전 조율 없이 한국 외교관의 성추행 의혹을 거론하며 문제 해결을 촉구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