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외교부에 "뉴질랜드 국민·피해자에게 사과하라" 청원

2020-08-28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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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시민선언, 靑 국민청원 게시

전날 '처분상황' 정보공개 청구도

피해자 측 "외교부에 지원 요청"

"수개월째 답변 받지 못해" 주장

"韓 사과 거부, 文 정부 자가당착"

[사진=뉴질랜드 방송 뉴스허브 보도 화면 캡처]


시민단체 '세계시민선언'이 정부에 '주뉴질랜드 한국대사관 내 성추행 피해자와 뉴질랜드 국민에게 사과하라'는 취지의 국민청원을 게시했다고 28일 밝혔다.

세계시민선언에 따르면 해당 청원은 지난 27일 게시된 지 반나절 만에 사전동의 인원(100명)을 넘어 현재 관리자가 검토 중인 청원으로 지정됐다. 청와대는 100명 이상의 사전 동의를 받은 청원에 한해서는 검토를 거쳐 공개 여부를 결정할 때까지 게시판에 노출시키지 않는다.
단체는 이번 청원에서 "동의 없는 신체 접촉에 피해자가 불쾌감을 느꼈다면 이는 가해자의 의도와 관계 없이 성폭력 사건으로 규정돼야 한다"며 "외교부는 끊임없이 공관의 불가침성과 면책특권이 '우리나라의 주권'이라는 허울 좋은 명분으로 뉴질랜드 경찰의 수사에 협조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외교부는 '면책특권을 포기하지 않는 선에서 수사에 협조하겠다고 밝혔으나 거절당했다'고 변명했지만 실제로는 사건의 핵심 증거일 수밖에 없는 대사관 등에 대한 수사 협조 요청과 증인 출석 등을 모두 거절했다"고 주장했다.

단체는 또 "증거조차 내주지 않으면서 면책특권을 포기하지 않은 채 수사에 협조하겠다는 모순된 입장은 피해자와 양국 국민들에 대한 기만"이라며 "국격을 위해 대한민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피해자와 뉴질랜드 국민들에게 사과하기를 요구하겠다"고 피력했다.

아울러 향후 대국민 청원운동을 벌이겠다고 밝히면서 "앞으로도 사건에 관련한 모든 자료를 정보공개 청구하겠다"고 부연했다.

한국 외교관 A씨는 지난 2017년 주뉴질랜드 한국대사관에서 근무할 당시 현지 남자 직원을 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외교부는 주필리핀 총영사관에서 근무하고 있던 A씨에 대해 지난 3일 즉각 귀임 발령을 내렸고, A씨는 17일 귀국한 상태다.

이와 관련, 세계시민선언은 전날에도 주뉴질랜드 한국대사관에서 발생한 한국 성추행 의혹 사건과 관련, 외교부에 사건 처분 진행사항 및 근거를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단체는 "외교부가 뉴질랜드 경찰 수사에 협조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성폭력 사건 고발 이후 두 달 만에 가해자를 귀국시키고 사건의 핵심 증거인 대사관 CCTV 등에 대한 수사 협조 요청 등은 거부하고 있다"며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이어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해당 사건으로 국민께 심려를 끼쳐 드리게 돼 송구스럽다'고 발언했는데 이는 외교부가 국민께 심려를 끼친 이유에 대해 자세한 경과보고를 할 책무를 인정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유대종 외교부 기획조정실장, 강경화 외교부 장관, 이인영 통일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강 장관은 지난 25일 국회에서 열린 외통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문재인 대통령과 한국 국민에게 거듭 사과의 뜻을 밝혔다.

다만 강 장관은 '뉴질랜드 정부와 국민, 피해자에 대해 사과를 안 하는 것이 적절하냐'라는 취지의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상대국에 대한 사과는 쉽사리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피해자의 말이 다 맞는지 안 맞는지 (좀 더 자세히 조사해야 한다)"며 "외교적으로 문제가 됐기 때문에 우리의 국격과 주권을 지키면서 해결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선을 그었다.

이에 시민단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의 박상인 정책위원장은 전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국격을 들먹이는 장관에게 더 이상 기대도 할 말도 없게 됐다"고 쓴소리를 내기도 했다.

박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의 문제와 자가당착을 요약해 보여주는 장면 같다"며 "애정과 기대가 있을 때 비판에 대한 열정도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요즘 많이 든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비판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허무함이 밀려온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사회의 현재와 미래를 생각해야 한다고 마음을 다잡지만 맥이 풀리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피해자 측은 전날 국내 한 언론에 피해자가 수개월째 한국대사관에 심리 상담 등 정신적 피해 회복을 위한 지원을 요청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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