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적으로 8월 말 시즌은 유통 업계에 있어 대목으로 꼽힌다. 가을 신학기가 시작되다 보니 학용품은 물론 홈스쿨링 가전, 주변 전자기기 등을 준비하는 학생과 학부모 수요층을 선점하기 위한 업계 간 마케팅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확산으로 가을 학기 개학이 연기되며 초·중·고등학교의 원격 수업이 불가피해졌고, 특히 고등학교의 경우 수능 연기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업계가 신학기 마케팅을 펼치기에는 불확실한 변수가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28일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예년 같은 경우라면 마트, 이커머스 업계를 중심으로 신학기 할인 프로젝트가 활발히 진행됐을 테지만, 올해는 이와는 반대로 매우 침체된 모습"이라며 "앞으로도 과거와 같은 신학기 특수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이는 이른바 '90% 경제'의 효과와도 관련이 있다. 90% 경제란 코로나가 진정된다 해도 실물 경제가 예전과 같이 100%로 돌아가기 어려운 현상을 의미한다"며 "그간 학생, 교사, 교수들 간의 대면을 토대로 수업 및 강의가 이뤄졌던 학교는 전반적으로 언택트를 기반으로 한 원격 수업으로 전환되고 있다. 아무래도 학계가 코로나에 따른 피해를 직접적으로 입는 분야 중 하나인 만큼, 유통 업체들도 이를 겨냥한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도 "일단 학생들이 개학 시즌임에도 실질적인 등교를 하지 않다 보니 좀처럼 신학기 느낌이 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특히 체감상 코로나 사태가 촉발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지난 봄보다도, 확진자가 다시 급증하고 있는 이번 가을 시즌에 시장이 받아들이는 심리적 타격은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코로나 문제가 어느 정도 종식된다 해도 원격 수업 체계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그간 신학기를 대비한 유통 업계의 전략이 오프라인 위주였다면, 이번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온라인으로 전환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업계가 학생, 학부모를 만족시킬만한 언택트 중심의 콘텐츠를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통 업계가 새학기 시즌 기획전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로 예년만한 신학기 특수를 누리진 못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신학기 이벤트 기간만큼 학생 및 학부모 수요층의 이목이 집중되는 시기도 많지 않다. 업황이 빠르게 침체되고 있는 상황에, 뭐라도 시도해봐야 할 것 아닌가"라며 "모처럼의 월례 행사를 통해 매출을 높이고, 이를 기반으로 차후 신학기에 대비한 온라인 콘텐츠를 점진적으로 발굴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