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택트' 수혜에도 적자라던 다국적 기업, 알고보니 탈세

2020-08-2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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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비밀계좌·국적쇼핑 동원해 자산 은닉·조세포탈

경영자문 허위 용역으로 수백억원 외국 모법인에 지급

#온라인플랫폼 기업인 A사는 한국에 진출한 후 지난 수년 동안 매출이 증가했으며 최근에 주문량이 급증하는 등 호황을 누리고 있다. 그러나 A사는 모회사에 수백억원을 경영자문료 명목으로 지급해 적자를 내는 방법으로 법인세를 납부하지 않았다. 외국 모법인은 A사에 특별한 경영 자문 용역을 제공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세청은 A사가 허위 용역으로 세금납부 없이 국내에서 벌어들인 소득을 국외로 이전한 것으로 보고 조사에 들어갔다. 

#한국에서 자수성가한 B씨는 외국 영주권자다. B씨는 배우자와 자녀에게 편법 증여를 하기 위해 재산 수십억원을 외국 본인 계좌로 일단 송금했다. B씨의 배우자와 자녀는 그 자금을 인출해 미국 베버리힐즈와 라스베이거스의 고급 주택을 사들이고, 일부 자금은 한국으로 들여와 한강변의 20억짜리 아파트를 구입하는 등 증여세를 회피했다. 국세청은 반출 자금 사용처, 법인 자금 부당 유출 혐의 등을 정밀 검증할 계획이다.


국세청은 소득과 재산을 외국으로 빼돌린 후 비밀계좌에 은닉한 재산가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도 호황을 누리면서 막대한 소득을 세금납부 없이 외국으로 이전한 다국적기업 등 43명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27일 밝혔다.

조사 대상은 국세청의 눈을 피해 스위스, 홍콩 등에 비밀 계좌를 개설하고 자산을 은닉해 세금을 탈루한 혐의자 7명, 국적쇼핑으로 가족을 비거주자(외국인)로 위장하고 납세의무를 회피한 자산가 6명,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해 법인자금을 유출한 사업가 9명, 언택트 경제의 대두로 막대한 소득을 벌어들이면서도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 사업 구조를 조작한 다국적기업 21명 등이다.

다국적기업의 국내 자회사는 경영 자문료를 과다하게 지급하거나 로열티를 일반 사업소득으로 둔갑시켜 세금 납부를 회피한 혐의를 받는다. 외국기업이 벌어들인 소득이 일반 사업소득일 경우 외국에서 과세를 하며, 상표권과 저작권 등을 이용한 로열티인 경우 일정 비율만큼 국내에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

해외 명품브랜드는 한국 시장에서 자사 제품에 대한 인기가 높게 유지되자 지속적으로 여러 차례 가격을 올려 외국보다 높은 가격을 책정했다. 그러면서 국내에서 내는 세금을 줄이기 위해 본사에서 수입하는 가격을 높게 책정해 국내 영업이익률을 낮추고, 국내에 귀속될 이익을 부당하게 국외로 이전했다.

국세청은 앞서 외국 모법인에 경영자문료를 과다 지급하는 수법으로 국내 소득을 축소하고, 벌어들인 소득을 국외로 이전시킨 외국법인의 국내 자회사에 법인세와 원천세 수백억원을 추징한 바 있다.

조사과정 중 이중계약서 작성, 차명계좌 이용 등 고의적인 세금포탈 행위가 확인되는 경우 최대 60%의 가산세를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할 계획이다. 세법과 국제기준을 준수하는 대다수의 국내 진출 외국·외투법인에는 세무컨설팅, 이전가격 사전승인제도(APA)를 통해 적극 지원할 방침이다.

임광현 국세청 조사국장은 "코로나19로 어려운 경제여건을 감안해 전체 조사건수는 대폭 축소하지만 반사회적 역외탈세는 엄정 대응하겠다"며 "이번 조사에서는 국내외 정보망을 적극 활용해 역외 탈세 조사대상자 본인은 물론 가족 및 관련 법인까지 철저하게 검증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광현 국세청 조사국장은 27일 국내에서 벌어들인 소득을 정당한 세금납부 없이 외국으로 이전한 다국적기업 등 43명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국세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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