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투자와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이사회가 모회사인 신한금융지주 이사회에 최고경영자(CEO) 선임에 대한 의견을 제시할 수 있게 됐다. CEO 경영승계 계획에 대한 신한금융 자회사 이사회의 역할을 강화한 것으로, 일각에서는 본질적으로 기존과 달라진 것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신한금융투자와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은 최근 지배구조 내부규범을 개정해 이 같은 내용을 담았다.
또 자회사 이사회의 경영승계 육성 후보군 선정을 비롯해 평가 및 개발활동 등에 대한 결과를 연 1회 신한금융 이사회에 보고하도록 했다.
신한금융투자와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뿐만 아니라 신한금융 주요 자회사 중 하나인 신한은행도 지난 6월 이 같은 내용으로 지배구조 내부규범을 개정했다.
신한금융 측은 이 같은 내용에 대해 자회사 경영승계계획 운영과 관련한 자회사 이사회의 역할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기존에도 자회사에서 CEO 경영승계와 관련한 의견을 자경위에 제시해왔다"며 "지난 5월 책임경영 및 자율경영 차원에서 CEO를 제외한 자회사 임원진에 대한 인사권을 각 자회사로 넘겼는데 그에 따른 일환으로 자회사마다 지배구조 내부규범을 개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금융은 이들 자회사보다 앞서 지난 5월 지배구조 내부규범을 개정, 자경위의 인사권 행사 범위를 기존 자회사 CEO 및 부행장·부사장에서 CEO로 제한했다. 금융지주 이사회에서 자회사 임원 인사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여기에 자회사 CEO 경영승계 계획에 대한 의견 제시도 명문화해 금융지주 이사회의 권한을 축소하고 자회사 이사회 권한을 확대하겠다는 의도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자회사 사외이사 인사에 신한금융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인 만큼 실효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자회사 사외이사를 선임하는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 신한금융 임원이 포함돼 있는 구조인 상황에서 사외이사들이 신한금융 이사회에 솔직한 의견을 낼 수 있겠냐는 것이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금융지주에서 자회사 사외이사를 결정하는 구조로 사실상 인사권을 쥐고 있는 상황인데, 금융지주 이사회에 명백하게 대치되는 의견을 내놓을 수 있겠냐"며 "경영 측면에서 금융지주보다 자회사 이사회가 더 잘 아는 부분이 있는 만큼 아주 작은 차이가 있을 수 있겠지만 본질적인 차이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