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KB국민·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지난달 햇살론17 연체율은 4.50~11.88%로 집계됐다. 지난 1월 말 기준 연체율이 1.7~3.1%였던 것을 감안하면 3배가량 악화된 셈이다. 6월 말 은행권 가계대출 평균 연체율인 0.25%에 비하면 최대 50배가량 높은 수준이다.
햇살론17은 지난해 9월 20% 이상 고금리 대출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저소득·저신용자를 위해 정부보증으로 출시된 대출상품이다. 연소득 3500만원 이하, 또는 연소득 4500만원 이하이면서 신용등급이 6~10등급인 사람만 대출을 받을 수 있다.
금융권에서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상황이 절박한 저소득·저신용자가 점차 많아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햇살론17은 상품 명칭에 들어가는 숫자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대출 금리는 17.9%이며, 대출한도는 최대 700만원까지다.
실제 코로나19로 형편이 어려워지는 서민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올 2분기 소득 1분위(하위 20% 이하) 가구의 월평균 근로소득은 48만5000만원으로 집계돼 1년 전보다 18%나 줄었다.
자영업자도 어려운 것은 유사했다. 올 상반기 개인사업자는 금융권에 총 29조8000억원의 빚을 진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 대출 증가 규모인 11조4000억원 대비 두 배 이상 늘어난 수준이다. 아울러 지난해 말 61.2% 수준이던 서울지역 음식점(주점 제외) 폐업률은 올 1분기 66.8%로 5.6%포인트 높아졌다.
전문가들은 이 기간 정부의 재난지원금 지급 및 초저금리 금융지원 등의 조치로 저소득·저신용자가 겨우 연명하고 있노라고 진단했다. 정부 지원 효과가 떨어지면 저소득·저신용자가 급격히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 경제학자는 "실직이나 사업 악화 등으로 당장 돈이 필요하지만 빚을 상환하기 어려운 서민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는 신호"라며 "코로나19가 재확산되는 상황에서 이들의 파산으로 우리 경제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