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부동산114와 IBK투자증권에 따르면 5월말 기준 강남구의 매매가 상승률은 전년 대비 0.6%에 그쳤다. 서초구도 0.3% 수준에 머물렀고, 송파구는 오히려 0.4% 떨어졌다.
이는 정부가 15억원 이상의 아파트에 대해 담보대출을 전면 중단하고, 주택 관련 세금을 상향 조정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강남구의 평균 매매가는 19억8000만원, 서초구는 19억1000만원, 송파구 14억1000만원으로 대부분의 거래가 대출 없이 현금으로만 진행돼야 한다.
15억원 이상 고가 아파트가 하향 안정화되는 동안 정부의 규제를 비켜간 중저가 아파트의 상승세는 매서웠다. 1년 사이 노원구는 6.6%, 강북구 6.4% 올랐고 성북구와 관악구도 5% 이상 올랐다. 이들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는 모두 7억원을 밑돈다.
강북 대표 지역인 강북구 미아동의 미아동부센트레빌은 지난달 15일 84㎡(이하 전용면적)가 9억원에 거래되면서 신고가를 경신했다. 노원구 상계동 상계주공7단지 79㎡도 지난달 31일 9억원에 거래되면서 기존 최고가(8억8000만원)보다 2000만원 올랐다.
금천구 시흥동 남서울힐스테이트 84㎡는 이달 12일 8억4700만원에 국토교통부 실거래시스템에 등록되면서 신고가를 기록했다.
거래량도 저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눈에 띄는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2019년 8월부터 최근 1년간 서울 자치구별 부동산매매량은 노원구가 1만743건으로 가장 많았다. 강서구 6161건, 성북구 5571건, 구로구 5555건으로 송파구(6140건)를 제외하면 거래량이 많은 자치구 대부분이 중저가 아파트가 밀집한 지역이었다.
눈길을 끄는 점은 매매가와 달리 전세가는 강남 3구가 유독 강세를 보인다는 점이다.
서초구의 매매가 변동률은 0.3%에 그친 반면 전세가는 6.1%로 서울에서 가장 높았다. 용산구도 매매가는 2.0%로 서울 평균(2.2%)을 밑돌았지만 전세가는 4.2%로 서울 평균(1.9%)보다 2배 이상 높다.
매매가는 투자의 관점, 전세가는 실수요의 관점이라는 점을 반영하면 강남과 인근 지역에 대한 주택수요가 여전히 큰 것으로 풀이된다.
IBK투자증권 박용희 연구원은 "정부 정책 영향으로 중저가 아파트의 투자 매력이 부각되고 있다"며 "9억원대 아파트 상승세도 가파른 만큼 향후 이 매물의 부동산 시장 변화를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