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 미디어 발전과 '뒷광고'라는 명과 암

2020-08-26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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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소위 '뒷광고' 상태가 많은 화제가 되고 있다. 아니 일파만파로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이 새로운 신조어가 연일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다.

'뒷광고'를 여러 학자와 기자들이 정의한 것은 다음과 같다. 광고주로부터 일정한 수준 이상의 광고비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본인 돈으로 재화나 용역을 구매하거나 서비스를 받은 것처럼 광고하는 행위를 말한다. 즉, 요즘 유행하는 '내돈내산(내돈 내고 내가 산)' 콘텐츠 중 많은 부분이 실상 뒷광고라는 것이다. 이에 분노한 소비자들이 많은 유튜버나 인플루언서에게 분노를 표출하고, 일부 유튜버들은 뒷광고를 인정하고 은퇴하거나 방송을 중단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우리는 이와 비슷한 사태를 10년 전에 겪어본 적이 있다. 파워 블로거 사태를 기억하는 독자들이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소위 파워 블로거들이 뒷광고와 같이 제품이나 용역을 서비스 받고 소비자를 기만한 사건으로, 광고주나 소비자에게 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던 매체는 몰락했다.

우리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 파라소셜 상호관계(para-social ineraction)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이에 대한 예로 TV에서 나오는 유명 연예인이나 방송인에 대해서 실제로는 아무 사이도 아니지만 반갑게 인사하고 마치 가족과 같은 친밀함을 느낀다. 감정적인 연대를 바탕으로 가상의 인간관계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이는 정치인이나, 내가 즐겨보는 유튜브 인플루언서나, 파워블로거에게 그들과 직접적으로 교류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교류한다는 소속감을 느끼고 감정을 이입하고, 유사성·매력·우정 등의 감정을 생산한다.

따라서 이런 파라소셜 상호관계가 형성되면 그들이 쓰는 제품, 그들이 이용하는 서비스 등을 더욱 많이 신뢰하고 함께 구매하고 이용하고 싶어지는 것이다. 이를 가장 잘 활용하는 것이 유튜버들과 광고주들이다. 특히 게임으로 시작해 요즘 유행한 '싹쓰리'로 대표되는 음악, 요리, 스포츠, 정치 시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시장이 형성됐다.

미디어 매체의 발전에 따라 인플루언서와 소비자의 거리는 역대 어느 시대보다 가장 가깝다. 특히, MZ세대(밀레니얼스와 Z세대)는 자기 스스로 콘텐츠를 탐색하고 소비하는 데 가장 적극적인 세대로, 파라소셜 관계도 가장 높게 나타나는 세대다. 내가 선택한 만큼 더 큰 신뢰와 친밀도를 나타내는 것이다.

반면, 이와 같은 관계 형성이 잘못되면 그 누구보다 안티로 돌아서는 것도 바로 이런 높은 파라소셜 상호관계를 형성한 소비자들이다. 믿음이 큰 만큼 배신감도 크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요즘 인플루언서들에 대한 비난을 많이 하는 부류도 아이러니하게 가장 친밀감이 높았던 사용자들이다.

그럼에도 우리가 고민해야 하는 점은 진실하고 솔직하게 콘텐츠를 제작한 인플루언서 숫자가 훨씬 많고, 미디어 발전의 한 과정임을 알아야 한다. 소수의 잘못된 인플루언서의 비행으로 인해 선량한 인플루언서들까지 피해를 보면 안 될 것이다. 오히려 건전한 광고를 지향해온 인플루언서들에게 시청자들은 더 많은 광고를 수주하길 원하고, 광고가 새로 들어왔을 때 내 일처럼 기뻐하고 구매와 재구매를 더 해주는 경우도 많다.

또한, 공정거래위원회도 이미 파워블로거 문제에 대한 경험을 바탕으로 '추천·보증 등에 관한 표시·광고 심사 지침' 개정안을 발표했다. 이유를 불문하고 광고주가 광고효과를 기대하고 인플루언서의 콘텐츠에 광고비를 지급했다면 무조건 소비자가 잘 알아볼 수 있도록 콘텐츠에 표시하라는 것이다. 얼른 보기에는 정부의 과도한 규제로 느껴질 수 있지만, 어찌 보면 정부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규제이기도 하다. 잘 표시만 한다면 문제 없다는 게 그들의 설명이다.

그러나 문제는 하루에도 엄청나게 쏟아지는 콘텐츠에 대해 모니터링이 가능한지 여부다.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실질적인 방법은 가장 먼저 인플루언서와 광고주의 선한 의지 고양이며, 둘째는 자율규제 기구와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결국 인플루언서와 광고주 모두 소비자들에게 솔직히 다가가는 것이 답이다. 소비자들은 진정성에 가장 넓은 아량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모두가 건전해질 절호의 기회다.
 

[사진=김용희 숭실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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