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는 영어 가사로 후렴구를 짓거나 아예 영어 가사로만 이뤄진 노래들이 많이 보인다. 그룹 방탄소년단이 세계적 인기를 끌고 해외서 한국 뮤지션에 많은 관심을 보이면서부터다. 국내 뮤지션들은 글로벌 진출을 염두에 두고 전곡이 영어 가사로 쓰인 영어 앨범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한국 대중가요와 팝의 경계를 허물고자 함이었다.
지난해 11월 가수 에릭남은 첫 영어 앨범 '비포 위 비긴(Before We Begin)을 발표했다. 타이틀곡인 '콩그레츄레이션'(Congratulations)을 포함해 총 8곡이 영어 가사로 쓰였다.
오랜 시간 영어 앨범을 준비한 에릭남은 "처음엔 반대 의견도 많았다. 하지만 월드 투어를 하며 필요성을 느꼈고 (글로벌 팬들에게) 더 쉽게 접근하고 거리감을 없애고자 (영어 앨범을) 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어 노래는 'K-팝'으로만 본다. 시상식에서도 'K-팝' 카테고리가 따로 있지 않나. 곡에 한계를 부여하고 그 안에서만 놀라는 느낌"이라고 거들었다.
에릭남의 영어 앨범 '비포 위 비긴'은 해외 팬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 영어 가사로 쓰이다 보니 더 쉽게 접근하고 소통할 수 있었다. 해당 앨범은 미국 빌보드 차트 '소셜 50' 부문에 이름을 올리며 주목을 받았다.
그룹 투개월 출신 김예림은 지난해 10월 활동명을 림킴으로 바꾸고 첫 EP앨범 '제너레아시안(GENERASIAN)'을 발매했다. 총 6곡으로 구성된 이 앨범은 '민족요'를 제외하고 모두 영어 가사로 쓰였다. 영어 앨범이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해당 앨범에서 림킴은 동양 여성에 대한 환상과 차별 그리고 편견 등을 날카롭게 지적한다.
림킴은 영어 앨범을 제작 이유로 "동양 여성이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한국인뿐만 아니라 전 세계 사람들이 듣길 바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인디 신에서는 영어 앨범 제작이 더 활발하게 이뤄진다. 혁오 밴드부터 아도이, 글렌체크 등 유명 인디 밴드들이 마찬가지의 이유로 영어 가사를 쓴다. 해외 리스너들에게 쉽게 다가가고자 하는 마음과 영어 발음이 주는 발성 등을 영어 앨범 제작 이유로 들었다.
신인 가수 무늬도 EP앨범 '스위밍(Swimming)'의 전곡을 영어 가사로 썼다. 영어 앨범인만큼 유통도 직배사인 소니뮤직코리아와 손잡았다는 설명이다.
무늬의 첫 EP앨범은 환상의 세계(moony in wonderland)를 주제로 꿈을 찾아 모험하는 몽환적 여정(타이틀 곡 '스위밍'), 거친 바닷속을 헤엄치며 독립적 주체로 성장하는 해파리('젤리피쉬'), 유기견의 시점으로 주인을 향한 마음을 표현하는('위시 아이 톡 투유') 등 독특한 상상력으로 꾸려졌다.
무늬는 아주경제와 인터뷰를 통해 "뉴욕에서 음악을 시작했다. 많은 언더그라운드 뮤지션과 협업했고 자연스레 자작곡도 영어 가사로 쓰게 됐다"며 영어 앨범 구성 계기를 밝혔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팬들이 쉽게 접근하고 보다 많은 이들이 들을 수 있어 영어 가사로 곡을 쓰는 게 유리하다는 입장이다. 해외 진출 가능성도 커지기 때문이다. 또 국내 팬들도 팝송을 즐겨 듣기 때문에 영어 가사로 된 노래에 거부감이 크지 않다는 점도 한몫한다.
무늬는 첫 EP '무늬 인 원더랜드'를 소니뮤직코리아를 통해 유통한다. 영어 앨범이기 때문에 유통도 직배사와 하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이렇듯 팝송과 대중가요의 경계는 점점 더 흐려지고 있다. 향후에도 한국 뮤지션들이 영어 가사로 노래를 발표하고, 영어 앨범을 발매하는 사례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