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울을 단 앙증맞은 원숭이, 번식깃을 활짝 펼치고 과시하는 수컷 원앙, 우락부락하지만 무해한 사자, 벌레를 응시하는 개구리.
26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개막하는 특별전 ‘푸른 세상을 빚다, 고려 상형청자’에서 개성 넘치는 귀여운 동물들을 볼 수 있다.
고려 시대 사람들은 비색으로 빚어내는 도자에 자신들이 사랑하는 동식물, 이상향, 종교적 상징, 인물 등 다채로운 소재들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자유롭게 담아냈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총 274건의 작품이 출품되어, 고려 시대 사람들의 따뜻하고 섬세한 시선, 대상을 향한 애정 어린 관찰 등을 엿볼 수 있다.
청자 원숭이·석류모양 연적(고려 12세기)은 석류에 매달린 원숭이가 목 뒤에 작은 방울을 달고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 마치 “내 석류 맛있겠지? 같이 먹을래”라고 말을 거는 듯하다. 실제로는 원숭이가 석류보다 훨씬 크지만, 이 작품에서는 원숭이가 석류보다 작게 표현돼 사랑스러움을 더한다. 원숭이의 재기발랄한 표정, 자그마한 방울, 귀여운 꼬리 등의 묘사가 상상력을 자극한다. 연적이란 그릇 고유의 기능도 충실히 담아내, 예술성, 유머, 실용성이 조화를 이뤘다.
고려시대 사람들의 재기발랄한 성향은 청자 양각·동화 연꽃무늬 조롱박모양 주자(고려 13세기)에서도 잘 드러난다. 이 주자는 무신정권의 권력자 최항(1209~1257)의 무덤에서 출토된 것으로, 리움미술관 소장품이다. 이번 특별전을 통해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처음 선보인다.
특히 고려 상형청자의 유머와 섬세함이 빛을 발한다. 손잡이 위에 앉아 있는 개구리는 뚜껑의 벌레를 응시하고 있는데, 한 편의 이야기를 보는 것 같다. 목 부분에서 작은 연꽃봉우리를 두 손으로 받치고 생각에 잠긴듯한 동자는 연꽃무늬 주자의 신비로움과 청순한 분위기를 더한다.
고려 12세기에 만든 청자 사자모양 향로는 납작한 얼굴에 다리에는 힘이 잔뜩 들어갔다. 우락부락하면서 못생긴 모습이 어딘지 모르게 애정이 가고 무해한 매력을 뽐낸다. 만듦새가 떨어진 소위 B급, C급 상형청자들은 당시 상형청자가 얼마나 귀했는지를 보여준다.
김재홍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중국에서 청자가 먼저 시작됐지만, 그 기술을 받아들인 것도 주요하다. 혼자 동떨어진 게 아니라는 것”이라며 “여기서 끝마치면 고려 상형청자는 탄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 기술을 다시 재해석해서 고려만의 특성을 발휘했다. 동아시아 안에서 독자성을 가져서 우리만의 문화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고려의 힘이 여기에 녹아 있다”며 “이 전시를 통해서 고려의 심미안, 마음을 이해하고, 고려 사람을 이해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전시는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 특별전시실 2에서 2025년 3월 3일까지 열린다. 관람료는 무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