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에 막한 보험산업]⑤"팔수록 손해"…사라지는 실손보험

2020-08-19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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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술도 병원마다 가격 천차만별…손실액 18.6% 늘자 11곳 판매 중단

비급여 진료비가 급증하자 보험사들이 실손의료보험 판매를 포기하고 있다. 팔면 팔수록 오히려 손해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보험소비자의 보험상품 선택권을 확보하고 보험료 인상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보험료 차등제 도입과 비급여항목에 대한 자기부담금 확대 등을 적용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1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실손의료보험을 판매했던 19개 생명·손해보험사 중 절반 이상인 11곳이 판매를 중단했다. 생보사의 경우 지난해 DB생명이 실손의료보험 판매를 중단했다. 라이나생명, 오렌지라이프, AIA, 푸본현대, KDB생명, DGB생명, KB생명도 관련 상품 판매를 하지 않고 있다. 손보사 중에서는 악사(AXA)손해보험과 ACE, AIG 등이 실손의료보험을 판매 상품에서 제외했다.

이처럼 보험사들이 잇따라 실손의료보험 판매를 중단하는 데는 팔수록 손실이 크기 때문이다.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 등 대형 손보사 4곳의 올해 상반기 실손의료보험 손실액은 715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6%(1122억원) 급증했다. 손해율 역시 최근 고공행진 중이다.
손해·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 2018년 121.8%이던 실손의료보험 손해율은 지난해 말 134.6%, 올해 1분기에는 137.2%까지 상승했다. 손해율이 100%를 상회하면 보험료 수입보다 지출하는 보험금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보험업계는 실손의료보험 손해액이 급증한 주요인으로 병원마다 천차만별인 비급여 진료비를 꼽고 있다. 급여 진료비의 경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진료를 적정하게 했는지 심사하고, 필요한 경우 진료비를 삭감한다. 하지만 비급여는 병원이 진료비, 진료량을 임의로 정하다 보니 병원마다 동일한 치료도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보험업계는 독일의 사례를 참고해 현재 자기부담금 비율인 10~20%에서 10~50%로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독일 민영의료보험의 경우 심리치료 등 정기적인 내원이 필요한 진료에서 일정 횟수를 초과할 경우 자기부담금을 확대 적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심리치료의 경우 30회까지는 100% 진료비를 보장하지만, 31~50회의 경우 70%만 보장한다. 선택치료에 가까운 안과치료와 의치 등도 보장기간과 보장한도를 설정해 운영하고 있다.

미국과 영국처럼 보험료 차등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미국과 영국 등 해외에서는 민영의료보험의 보험금 청구 실적에 따라 다음연도 보험료를 할인하거나 할증하는 보험료 차등제를 도입하고 있다. 영국 최대 건강보험사인 부파(BUPA)의 경우 보험료 조정단계를 14등급으로 구분하고, 보험금 청구 실적에 따라 최대 70%까지 차등 적용하고 있다.

국내에 보험료 차등제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우선 현재 운영 중인 무청구자 할인제도 확대가 대안으로 꼽힌다. 무청구자 할인제도는 2017년 4월부터 새로운 실손의료보험 가입자를 대상으로 2년 무청구 시 다음연도 연간 갱신보험료를 10% 할인하는 것을 말한다.

보험사 관계자는 "비급여의 경우 역선택과 도덕적 해이 발생 유인이 높다"며 "개인별 보험금 수령 실적을 적용한 할인·할증 방식의 보험료 차등제를 도입할 경우 비급여 진료비 급증에 따른 보험료 인상 요인을 억제할 수 있고, 가입자의 선택권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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