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징용 문제로 꼬인 한국과 일본이 15일 각각 광복절과 종전기념일 75주년을 앞둬 긴장감이 높아진다.
양국이 국내에 압류된 일본 전범기업 자산 매각 문제로 긴장 수위를 높이는 가운데 14일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에 이어 광복절까지 도래한 셈이다.
이에 더해 한·일 관계를 관리해야 하는 외교 협의가 예정에 없어 우려가 커진다. 위기 속 상황을 관리해야 하는 외교 당국의 역할이 실종됐다는 얘기다.
이때 아베 총리가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할 경우 한·일 관계에 또 다른 잡음이 발생할 전망이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아베 총리의 신사 참배 여부와 관련, "총리가 적절히 판단할 사항"이라며 즉답을 피한 바 있다.
양국 관계는 지난해에도 광복절을 기점으로 급속히 악화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제74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일본을 향해 "지금이라도 대화와 협력의 길로 나온다면 우리는 기꺼이 손을 잡겠다"며 "공정하게 교역하고 협력하는 동아시아를 함께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일본이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 배상 판결에 반발, 대한(對韓) 수출 규제 강화 조치에 나서자 대화로 문제를 풀 것을 제안한 셈이다.
그러나 한국의 선(先) 제안에 일본이 묵묵부답하자 일주일 후인 같은 달 22일 청와대는 전격적으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중단을 발표했다. 일본의 경제 보복에 맞불을 놓은 격이다.
다만 청와대는 같은 해 11월 22일 지소미아 종료를 6시간 앞두고 조건부 연장을 결정, 일본이 수출 규제 강화 조치를 철회할 경우 지소미아 중단을 재검토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1여 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한·일 갈등의 근본 원인인 강제징용 문제는 해결되지 못했고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는 여전한 상황이다.
설상가상으로 오는 23일엔 지소미아 조건부 연장 시한까지 만료되는 등 한·일 관계 곳곳이 지뢰밭이다.
이 가운데 양국이 강제징용 문제에 대한 상호 간 입장 차를 좁히기 위해 지난해 11월부터 열기로 합의한 외교국장급 협의는 지난 6월 23일 화상 협의를 끝으로 지난달을 건너뛴 데 이어 이달 중에도 열릴 계획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외교부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한·일 외교국장급 협의는 아직 일자가 잡히지 않았다"며 "대면 외교 등 특별한 외교 일정도 없다"고 말했다.
한·일 모두 대화를 통한 갈등 해결을 강조하면서도 정작 외교부 차원의 가시적 노력은 보이지 않아 우려가 커진다. 외교부에서 대표적인 일본통으로 알려진 조세영 외교부 1차관마저 이날 차관급 인사로 물러나게 됐다.
한 소식통은 "문재인 정부가 한·일 관계에 대한 뚜렷한 인식을 가지지 않은 듯하다"며 "청와대 내부에 일본 전문가가 부재한 점도 문제"라고 쓴소리를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