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 유증도 참여하는 ​한진칼, 자금부족 메울 우호세력 절실하다

2020-08-14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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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진에어 이어 한진 유증에 300억원 투입 예정

한진칼, 현금성자산 1000억원 수준ㆍBEITDA 급격 감소

대한항공, 자산매각 난항...담보여력 하락 우려

경영권 분쟁 지속…델타·GS 등 우호세력 움직임 주목

[사진=한진 제공]
 

[데일리동방] 한진그룹이 심해지는 자금조달 압박이 심해지고 있다. 경영권 방어를 위한 지분 확보는 물론 대한항공·진에어 유상증자에 이어 ㈜한진의 유상증자를 위한 자금마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주회사인  한진칼 지원여력이 제한적인 가운데 대한항공이 자산매각 과정에서 난항이 예상된다는 점은 부담이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우호세력으로 지목되는 주체들이 지원에 나설지 주목된다.

1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한진칼은 육상운송 자회사인 한진이 추진하는 1045억원 규모 유상증자에 3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앞서 한진칼은 대한항공과 진에어 유상증자 참여도 결정했다.
3자연합(KCGI, 반도그룹,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지분율 기준 우위를 점한 가운데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경영권 방어를 위한 승부수라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한진은 항공 계열사와 달리 견조한 실적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이목이 쏠린다.

문제는 한진칼 곳간이 넉넉하지 않다는 것이다. 지난 3월 기준 현금성자산은 1000억원 수준이다. 연간 1500억원에 달하는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올해 들어 급격히 줄고 있다. 이에 대한항공 유증 등을 위해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 주식담보대출(진에어 33.42%)을 통해 재원을 마련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 한진칼이 최대주주 역할에 충실히 하는 이유는 경영권 분쟁 때문으로 보인다. 3자연합은 예고한 대로 한진칼 신주인수권 120만주 공개매수에 성공했다. 신주인수권 행사 시 3자연합 지분율은 46.7%로 조원태 회장과 우호세력 합산 지분율(43.83%)과 약 3%포인트 격차가 발생한다. 조 회장 측이 나머지 신주인수권(240만주)을 전부 확보해도 따라잡기 어려운 수준이다.

향후 조 회장 측이 주주총회에서 승리를 확신하긴 어려워졌다. 실적 개선에 이은 기업가치 제고만이 유일한 ‘지원군’이라 할 수 있다.

대한항공은 올해 2분기 영업이익(1485억원)과 당기순이익(1624억원)이 각각 흑자전환하는 등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 확산에 화물수송 집중 전략으로 대응한 탓이다. 결과를 놓고 보면 대한항공 유상증자에 한진칼이 참여한 것은 성공적이라 할 수 있다.

향후 관건은 진에어와 한진 유증이다. 진에어는 저비용항공사(LCC) 특성상 대한항공과 같은 호실적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러나 여타 LCC 대비 안정적 재무구조와 인적자원의 효율적 배치는 업계 2위를 넘어 1위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이다. 한진칼의 유증 참여 선언으로 자금조달 성공 가능성은 높아진 상황이다.

한진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비대면 수요 증가가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연초 이후 자산매각 등으로 현금을 확보한 반면 회사채 발행은 실패했다. 이번 유증은 유동성 확보 일환이면서도 차환 등 자금압박보다는 미래를 위한 투자 성격이 강하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긍정적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주력 계열사 실적 안정성은 아직 확신하기 어려운 상황이며 유증 과정에서 실권주 발생도 배제할 수 없다. 계열사별로 추진하고 있는 자산매각(대한항공 송현동 부지, 기내식·면세점사업부) 등 추가 구조조정이 순탄하지 않으면 한진칼이 담보로 사용할 수 있는 수단도 줄어들게 된다. 한진칼 지원여력이 떨어지면 계열사들이 추진하는 자금조달에도 타격을 가할 수 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사진=한진그룹]
 

KCGI는 한진 지분(5%)도 보유 중이다. 한진그룹 우호세력으로 꼽히는 GS홈쇼핑(6.87%)이 주요주주로 참여한 가운데 경방(6.44%)이 4대주주로 등극하면서 ‘국지적’ 경영권 분쟁 가능성도 제기됐다. 조 회장이 우군을 얼마나 확보하는지 여부도 한진칼이 짊어져야 할 부담의 무게를 결정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한진그룹 계열사 유증은 예상보다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판단된다”면서도 “실적도 중요하지만 그간 경영권 분쟁이 그룹 자금조달 전반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서 유증 성공을 단언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실적도 중요하지만 우선 유휴자산 매각 등을 빠르게 진행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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